본말(本末)이 전도돼서는 안된다
본말(本末)이 전도돼서는 안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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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선거제도에서 커다란 쟁점이던 교육감 직선제의 폐지문제에 대한 가닥이 잡혀지는 분위기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교육자치소위원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안을 담은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연계·통합계획’을 확정하고 본회의에 넘기기로 하였으며, 여당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포함한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여 폐지 방향으로 전격적으로 결론을 내는 걸 보니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그 과정을 보노라니 국민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사회에 중요한 과제를 남겨 주었다. 이러한 측면에선 지난 대통령선거와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논란도 같은 성질의 것인 바 이를 함께 되짚어보고 그 교훈을 찾아본다.

먼저 기초지방선거 공천제 유지 파동을 살펴본다. 그동안 기초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확대되었고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선 급기야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모두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가 기초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 약속을 전격적으로 번복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원과 국민여론조사에 따른다는 명분하에 기초지방선거 공천에의 동참을 결정함으로써 대선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정당공천제는 유지되게 됐다.

그 타당성을 떠나 대통령과 유력 야당 후보들이 함께 약속했던 공약이 2년도 안 되어 최종적으로 번복됐다는 점이 주요 포인트다. 여야의 대선 후보들이 함께 약속했던 주요 공약조차 이행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오랫동안 쟁점이 되어 왔고 대선 이후 특별한 조건의 변화나 재원이 수반되는 공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아무튼 이 같은 공약 파기가 너무나 쉽게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파동도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사태와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임명제나 간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하다가 나름대로 문제가 있어 직선제로 전환됐다. 지금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엔 직선제 도입을 주도적으로 주장했던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 결과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도 전격적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모양새는 분명 문제가 있다. 시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견되었다면 이 문제는 긴 안목에서 교육감이 하는 역할을 검토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하루아침에 유권자인 국민을 동원하기도 하고 배제하기도 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교육분야만큼은 좌·우, 진보·보수의 이념이 희석되어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다. 본말이 전도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국가정책에서는 국민과의 ‘신뢰 유지’가 본(本)이다. 무슨 제도이든 장점과 단점이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에 그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는 ‘일관성의 유지’가 또한 본(本)이다. 이를 바꾸고자 할 경우엔 충분한 논의절차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행하여야 그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 폐지든 유지든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여 2018년 교육감 선거 실시 이전까지 결론을 내는 그러한 프로세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에 대해서도 2018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심층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위에서 살펴 본 파동을, 우리 사회의 본말전도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계기로 삼아 한층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은 호객님이 아니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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