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기차 혁명이다 <3>대중화 나선 서울
이제는 전기차 혁명이다 <3>대중화 나선 서울
  • 이은수
  • 승인 201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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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기자동차 선도도시를 가다
서울시는 전기자동차 대중화를 위해 카셰어링(공유차·시간 단위로 자동차 빌리기) 서비스, 전기버스, 전기택시를 잇따라 도입했다. 카셰어링은 대도시의 교통혼잡과 환경오염 문제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남산 등지에서 운행하는 친환경 전기버스는 지속적인 운행으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택시를 보급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차장 확보 및 충전시설 미비, 예산부족 등으로 민간보급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은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편집자 주
 

남산 전기차버스.

 

◇도심 교통난 해결사 전기자동차 ‘카셰어링’

부족한 주차공간, 늘어가는 차, 꽉 막힌 도로. 서울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차가 많아져도 쾌적한 도시를 구현할 방법은 없을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EV 셰어링 서비스다.

‘카셰어링’은 IT시스템을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시간만큼 차를 빌려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로 국내외에서 차세대 교통문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카셰어링 나눔카 중에 270여대의 전기차가 운행중에 있다. 취재팀은 (주)에버온(씨티카) 직원의 안내로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의 공영주차장에서 레이-EV 전기자동차를 시승했다.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처럼 대여와 반납이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기기에 핸드폰을 갖다대니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가속페달을 밟자 자동차는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솔린이나 LPG를 쓰는 일반 자동차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주행중의 소음과 진동은 거의 없다. 마포대교에 올랐다. 한강을 가로질러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달리는데 차장 밖으로 6·3빌딩이 스쳐 지나간다.

10분 남짓 가니 여의도 전경련 건물 지하주차장에 이르렀다. 전용 충전기가 마련된 차고지에는 총 9대 중에 SM3전기차 3대만 대기해 높은 회전율을 보였다. 30분 단위로 사용하는데 기본요금은 1시간에 최저 6300원 선으로 렌터카에 비해 무척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고객 70∼80%는 재구매 고객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행 시스템은 주차장 부족 등의 이유로 목적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차를 두는 것이 아니라 최초 빌린 장소에 반납하는 식으로 운영돼 이용자의 불편이 많다. 인식부족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이용자 수는 30%까지 급감하고 있다. 관공서나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주 대여장소로 파리 등 유럽 선진국에서 도로변에 전용공간을 두고 이용하는 방식에 비해 후진적이다. 또한 고가의 가격, 일반차에 비해 비싼 보험료, 법·제도 미비, 고장시 전문 정비소 부족으로 수리기간이 긴 점 등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일권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은 “전기차 셰어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토부 및 산자부의 정책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며, 전기차와 카셰어링에 대한 법적·행정적 제도개선, 그리고 전기차 카셰어링의 기술표준화 제정이 시급하다”며 “정부의 인식전환과 새로운 신산업발전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 교통정책과 양지영 주무관은 “그간 카셰어링 확대를 위해 주차장 마련 등 보급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뒷사람을 배려하는 청결문화 확산 및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주력할 계획이다”며 “이용자 만족도 조사 등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업계와 간담회를 통해 미비점은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미소, 친환경 저상전기버스

서울시는 전 세계 최초로 교통수단에 친환경 전기버스를 도입했다. 현재 운행하는 저상 전기버스는 남산타워(9대), 서울대공원(3대), 에너지드림센터(1대) 등 모두 14대. 이 중에서 국내외 관광객을 태우는 남산 순환버스가 대표적이다.현장에는 2번과 5번, 10번 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남산타워 버스정류장에는 밀양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이버에서 제작한 전기버스가 눈에 띄었다.

차세대 저상 전기버스는 기존 저상버스를 기본으로 하여 고성능 수냉식 전동모터와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하여 100% 전기충전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322마력의 엔진으로 최대 10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고, 20분 급속충전으로 1회 120km를 주행할 수 있다. 현재 운용중인 노선버스의 절반만을 전기버스로 교체할 경우,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온실가스 발생을 포함하더라도 기존대비 질소산화물 812t, 온실가스 14만t을 매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대당 6억 5000만원인 전기버스의 가격은 일반버스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고 5년 주기로 교체해 주어야 하는 차량배터리는 1억원에 달해 적잖은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1년 8월 전기차 마스트플랜을 발표하면서 2014년까지 400대를 보급하겠다고 했지만 전기버스 대수는 4년 전 그대로 멈춰서 있다. 남산타워 전기버스의 경우 2대가 고장이 났지만 부품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수리가 원활하지 않아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기사들은 운행중 수시로 배터리 잔량을 체크했으며, rpm이 50을 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전자파 노출 또한 우려된다.

서울시 공무원은 내년 확대보급과 관련, 정확한 예산이 나와 봐야 알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포르투갈 관광객은 “유럽에서도 전기버스를 보기가 어려운데 타보니 일반차 못지않게 편리하다. 서울에서 친환경버스를 모범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친환경교통과 김현수 주무관은 “서울시는 환경공단과 함께 전기자동차 보급의 핵심인 공공 급속충전기를 기존 38기에서 46기로 확충하기로 했다. 관내 급속충전기를 늘리고 안내표지판을 모든 충전소에 마련하는 등 공공 충전인프라를 확충·정비할 계획”이라며 “특히 대형마트와 공영주차장 등에 급속충전기를 확대·설치해 공공 충전인프라를 늘리는 방안을 준비중이다”고 밝혔다.

 
 
◇하늘색 친환경 전기택시 서울 누빈다

서울시가 9월부터 전기택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기존 택시와는 달리 친환경 택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하늘색을 칠했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LPG보다 싼 전기를 사용해서 택시업계 경영난을 줄여 보겠다는 취지다. 전기택시를 접하는 승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유미(33)씨는 “전기차라고 하니 환경에 도움이 되고, 승차감도 좋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전기택시의 승차감이 좋고 조용한 이유는 바로 엔진이 있어야 할 곳에 모터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휘발유차나 경유차는 엔진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있지만 전기택시는 모터로 작동하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없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시장과 협력업체인 르노삼성차 대표, 환경부 관계자, 택시업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출정식 행사를 가졌다. 전기택시 실증사업이 성공할 경우 교통수단의 획기적 개선이 기대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기택시 시범 도입 및 실증사업 기간 전기차 구입비용 지원이나 충전인프라 확충 등 전기택시 보급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료비도 적게 들고 무엇보다도 대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전기택시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친환경교통과 김현수 주무관은 “연료비가 일반 LPG 택시에 비해 13%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고 초미세먼지 등 배출가스가 없어 친환경 전기차가 인기를 끌 것”이라며 “서울시립대와 함께 경영·재정적 측면, 환경적 측면 등 다방면에 걸쳐 모니터링을 통한 실증사업을 진행, 전기택시 상용화 가능 여부를 시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산타워 전기버스 기사는 ‘친절왕’
북부운수 소속 남영기씨, 초기부터 전기차 운행한 산증인


늦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달 29일 오후. 충무로에서 땅콩모양을 한 대형 저상버스를 타고 남산타워로 향했다. 외관상 여느 관광버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나 유심히 보면 이 차는 매연을 내뿜는 배기통이 없이 운행을 하고 있다. 바로 서울시가 세계 최초로 보급한 전기버스다.

버스를 타자마자 기사아저씨에게 덩치 큰 전기차를 운전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에코 운전을 기본으로 급출발·급정거 등을 하지 않고 승객과의 약속시각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다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버스를 운전한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며 미소를 건넸다.

2번 버스를 운행하는 남영기(64·북부운수)씨는 커브길이 많은 도로에서도 능숙한 솜씨로 전기차를 몰았다. 그는 버스 경력 30년에 전기버스만 4년 가까이 운전한 베테랑이다. “도입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해 왔으니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운행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일반차에 비해 출발이 자연스럽고 타보면 승차감이 확실히 좋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전기차 예찬론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짧은 주행거리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부터 국립극장까지 약 2km에 이르는 오르막길이 가장 난코스라는 설명이 끝나자마자 동국대 입구에서 갑자기 에어컨 가동이 중단됐다. 차에는 국내외 관광객이 가득 타 걱정이 됐다. “전기차 배터리 부하가 심해서 에어컨 가동을 일시 중단하니 창문을 열고 조금만 참아주세요.” 남씨는 마이크에 대고 양해를 구했다. 한 손님에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전기차가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좋은 점이 많은데, 이 정도 쯤이야 참아야 되지 않나요” 라고 반문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행한 덕택에 돈독한 신뢰가 쌓였다. 남씨는 이날 새벽 5시에 나와 오후 3시 30분 교대를 하기까지 1시간 걸리는 순환코스를 10바퀴 돌았다. 장시간 운행을 하면서 때로는 짜증이 날 만 한데도 잔잔한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항상 친절한 미소로 자상하게 승객을 대하는 클린 기사로 정평이 나 있다는 것이 주위의 귀띔이다. 요즘은 중국 관광객이 급증해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새로 공부하며 나이를 잊고 지낸다.

창가에 웃는 얼굴이 빛났지만 바람은 소박했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승객이 불편하지 않게 목적지까지 늘 안전하게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전기자동차 전도사 씨티카 송기호 대표
전기차 불모지서 카셰어링 통해 대중화 앞장…‘맞춤지원 시급’

“지금은 시장 선점을 위해 싸울 때가 아니라 다같이 힘을 합쳐 파이를 키울 때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성우빌딩 5층 사무실에서 국내 최대 전기차 셰어링 업체인 씨티카(에버온) 송기호 대표를 만났다.그는 전기자동차 카셰어링 사업의 성장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강조했다. 나눔카 중에서도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비중은 서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전기차 보급확대 및 기반시설 확충 등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맞춤형 지원시책도 빼놓지 않았다.

송 대표가 전기차 카셰어링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LG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미래비전을 보고 씨티카로 자리를 옮겼다. “꽉 막힌 서울시내에서 고성능의 비싼 승용차보다 100% 순수 전기차를 이용하면 초반 가속력과 월등한 효율성 등 도심에서 가장 적합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송 대표는 확신에 차 있었다.

열정적인 노력의 결과 씨티카의 회원수는 처음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2013년 3월에 약 1000명이었던 것이 2014년 1월 현재 1만7000명을 돌파, 11개월 만에 17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 5월 르노삼성의 신형 전기차 SM3 Z.E.도입 이후 1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SM3 Z.E.의 늘어난 주행거리 덕분에 이용자들이 주말 나들이 목적으로 많이 찾는다. 편리한 씨티카 서비스를 체험해 본 소비자들 중 87%가 다시 찾고 있고, 회원수 또한 200% 증가했다. 이에 SM3 배치를 78대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최근 고객 대상 평가에서는 씨티카를 타고 하루 동안 지방을 왕래하며 주변 충전시설을 이용해 700km까지 주행한 기록도 있다며 단점인 주행거리도 점차 극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법·제도 등 지원시책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로 숱한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있다.

애로사항을 묻자, “반발만 앞서가야 하는데 서너발이나 먼저 출발해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개선과제로 ▲전기차 전용주차장 확보 ▲전용 우선도로 배정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고속도로변 충전인프라 구축 등을 꼽았다.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도로 일부에 전용 주차장을 허용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일반 시민들의 인식부족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비가 오는 날 이용객은 감전 등의 우려로 최대 1/2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에 여기저기서 찾는 전화가 왔다.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일일이 상담을 하며 나눔카 전도사 역할에 충실했다. 송기호 대표는 끝으로 “고객이 차량을 빌린 거점으로 돌아올 필요 없이 목적지 주변의 충전소에 차를 반납하는 편도시스템을 갖춰야 진정한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이는 현재 대당 한 곳뿐인 주차공간이 2.5∼3배 이상 확보돼야 가능하므로 거점 유치 등에 대한 지원정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이은수·박성민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후원으로 마련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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