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천심이다
민심이 천심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주야장천 정쟁에 파묻혀 본연의 의무인 입법활동을 내팽개친 채 세비만 꼬박꼬박 챙겨간 국회의원들, 추석민심은 제대로 파악했는가. 아니면 빗발치는 원성을 피해 ‘방콕’하다 귀성했는가. 아마도 올 추석만큼 비난의 소리가 컸던 적도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전에는 불만이 있어도 차마 입에서 꺼내지 못했던 “국회를 해산하라”는 소리가 예사로 나오고 국회의원을 지탄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토가 되어 버렸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해외에서 돌아와 정국에 대해 “왜 우리나라에는 국회해산권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 말이 생경하고 어색했는데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해산할 수 있으면 해산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니 갈데까지 간 양상이다.

국회가 식물국회가 된 것은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서 이미 예고되었다. 단 한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장치를 만들어 민주주의의 결정수단인 다수결의 원칙을 무력화시켰다. 국민이 만들어 준 다수당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제도아래서 원만한 입법활동은 애시 당초 기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로인해 대통령선거 때 48%의 지지를 얻었던 야당의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질치고 있으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직도 48%가 우리의 지지세력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정국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는 정부를 향해 독재정권 운운하며 투쟁을 벌여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입법부독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심이야 어떻든 진영논리에 빠져 민생을 외면하고 있으니 입법부독재라는 소리도 지나치지 않다. 수 천 건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당장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의 장기계류로 국민은 멍들고 있다. 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며 단식하는 것을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여당을 설득하고 여당은 양보하면서 국민의 편에서야 하지만 선진화법은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 표결이라는 제도가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이 제도자체가 위헌이라는 소리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도 식물국회의 원흉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추석민심은 그토록 슬퍼했던 세월호로 인해 극도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도 국회가 있다. 이제는 세월호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민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월호유족의 슬픔에 정치가 편승해 진영의 잇속을 챙기려는 것으로 국민의 눈에는 비치고 있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국민저항권이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국회의원은 주민들이 소환해 심판하고 국회도 제 역할을 못하거나 태만하면 해산권을 발동해 새로운 국회를 구성하는 것을 우리의 정치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노동자들에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제는 추석민심을 제대로 읽고 개과천선 하길 바란다. 새로운 마음으로 세월호법 협상을 다시 열고 정기국회에 임해 산적한 민생법안을 우선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입법부독재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국회해산, 주민소환 등 저항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무엇보다 세비만 축내는 ‘놀부’라는 치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하루속히 폐지하고 능률적 국회를 운영하는데 힘써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 천심을 무시하면 반드시 벌을 받게 마련이다. 아마도 추석민심에서 천심을 느꼈을 것이다. 천심은 준엄하다. 천심이 노하면 분노한다. 분노를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길을 따르는 것이다. 권력은 당대에 누리면 반드시 부패한다. 독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로 올바른 길을 택한다면 성공한 궈력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