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따라 산을 끼고 강과 함께 '뚜벅뚜벅'
들을 따라 산을 끼고 강과 함께 '뚜벅뚜벅'
  • 최창민·강동현기자
  • 승인 2014.09.12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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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 <18>수철마을~성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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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마을 지나 개울을 건넌 뒤 먼당으로 넘어가는 둘레꾼. 
▲지리산 둘레길 수철마을∼성심원 구간은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에서 성심원(풍현마을)을 잇는 16.2km에 달하는 지리산 둘레길이다. 주행거리가 다소 길지만 고도의 높낮이가 크지 않아 난이도는 중급에 속한다. 휴식포함 6시간이 소요된다.

지리산 동쪽기슭의 지막마을, 평촌, 대장마을과 산청읍을 휘돌아 흐르는 경호강을 따라 걷는 길이다. 쉼 없이 흐르는 강을 느끼며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둘레길 중간에 경호강을 잠시 떠나 내리저수지 상부계곡 웅석봉 가는 길로 갔다가 선녀탕에서 탁족을 즐길 수 있다.

수철마을→지막→평촌→매촌→대장→내리교→내리저수지→선녀탕→임도→내리한밭→바람재→성심원



▲오전 8시 55분, 수철마을에서 출발한다. 이 마을에 의미 있는 현판이 하나 세워져 있다. 2010년 한국생태환경연구소 경남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세운 것으로 ‘우리 마을 도랑살리기 1호’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하류에서 경호강과 합류하는 수철마을 도랑물은 과거 식수로 사용이 가능했을 정도로 깨끗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리산 왕등재 기슭에서 발원한 물이 이 마을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개울에는 장어, 메기, 쏘가리, 피라미가 놀았을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 식량증산 등으로 수로가 콘크리트보로 대체되고 하수의 무단배출, 농약의 남용 등으로 물이 오염됐다.

이에 마을사람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생활하수처리시설을 하는 등 도랑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 도랑에는 물고기가 노닐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도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거슬러 마을 뒤로 올라간 뒤 논두렁길에 올라선다. 이어 논두렁 코스다. 아무리 인심 좋은 농업인이라도 논두렁을 내주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튼튼하게 쌓은 논두렁도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다 보면 내려앉기 때문이다.

메밀꽃이 겨울철 눈꽃처럼 내려앉은 자투리 논길 사이를 걸어간다. 예전 같으면 손으로라도 벼를 심었을 땅인데 농기계가 쉽게 들어가지 않을 뿐 아니라 일손도 모자라 아예 메밀을 심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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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과 벼논이 어우러진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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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마을 물레방아. 


오전 9시 10분, 등성이를 넘어가면 지막마을이다. 마을경관으로 조성한 물레방아가 인상적이다. 벼 수확은 아직 멀었는데 빈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힘차게 돌아간다. 이 마을은 과거 닥나무로 종이를 만들어 지막골 또는 지막동이라 했다.

들이름이 예쁜 해내들 번답들을 지난다. 멀리 산쪽에 붙은 마을은 신촌마을이다. 뒤돌아보면 멀리 필봉산과 왕산이 보인다. 필봉산(848m)은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에 있는 산으로 봉우리가 붓끝을 닮아 그렇게 부른다. 예부터 문인 등 명사들이 많이 배출됐다고 한다.

한때 필봉산 주변 마을에서 국회의원이 동시에 4명이나 배출된 적이 있다는데, 요즘 국회의원들이 정말 명사인지, 명사대접을 받고는 있는지 판단이 안 선다. 산 정상부는 가파른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양이 여인의 가슴을 닮아 유두봉이라고도 부른다.

오전 9시 37분, 계곡 위 평촌1교 위를 지나 평촌마을에 닿는다. 들말, 서재말, 제자거리, 건너말 등 네 개의 동네를 들말로 불러오다가 한자로 평촌이라 했다. 뒤로는 계곡, 앞으로는 너른 들판을 가진 풍요로운 마을이다. 마을과 계곡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휘돌아 다시 평촌2교를 타고 계곡을 건넌다. 서어나무숲을 지나 먼 당으로 넘어간다. 매촌리 대장마을로 연결된다. 대장은 선인출장이란 풍수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개울 건너 산청 금서 제2농공단지. 사천에서 산청으로 이전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 날개공장이다. 지난해 11월 완공한 KAI의 날개공장은 지난 5월 에어버스사에 첫 납품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월 40대를 생산해 2025년까지 1조4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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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돌아가는 지막마을과 뒷편 필봉산 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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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마을 평촌마을 사이 산기슭에 있는 신촌마을과 다랭이 들녘.


대장교를 건너서 대전통영중부고속도로 아래를 지난다. 이곳에서 경호강과 만난다. 경호강은 산청군 어서리 강정에서 진양호까지 80리길을 통틀어 이르는 이름. 앞서 함양에선 임천, 그 위 남원에선 광천, 그 위 운봉에서는 람천이라는 이름으로 둘레길과 함께 이어져 온 강이다. ‘거울 같이 맑은 강’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이지만 여름철 래프팅 장소로 명성이 높다.

오전 10시 37분, 경호강변을 따라 거슬러 오른 뒤 산청읍으로 들어가는 경호1교를 건넌다. 교랑을 건너기 직전 200여m 지점에 지리산 둘레길 산청센터가 있다.

강을 건너면 산청읍의 정갱이들. 들을 따라 돌면 머리 위로 대전통영중부고속도로가 2차례 더 지난다. 이 코스는 경호강을 바라보며 걷는 길. 강엔 꺽지, 은어 등 민물고기를 잡고 있는 강태공의 모습이 한가롭다.

강의 흐름 따라 느리게 걸어서 내리교에 닿는다. 내리교에서 내려다보면 큰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팔뚝만한 민물고기가 쏘가리나 붕어처럼 보이는데 클로즈업해 촬영한 뒤 확대해 보니 강준치다. 민물고기 중 덩치는 크나 그다지 맛이 없어 인기가 별로 없는 물고기이다.

뒤편에 보이는 봉우리는 이름이 예쁜 꽃봉산이며, 그 꼭대기에 조형성이 뛰어난 정자가 하나 서 있다.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산청읍 방향 산꼭대기에 있는 정자이다. 정면으로는 웅석봉((熊石峰·1099m)의 위용과 자태가 우러러보인다. 꼭대기가 곰같이 생겼다 하여 웅석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도 있다. 실제 그럴 정도로 산세가 험해 산행 시에도 주의해야 한다.

오전 11시 20분, 내리교를 건너면 곧장 갈림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왼쪽으로 꺾어 경호강을 따라 걷다가 바람재까지 가는 것이 정석이었으나 최근 오른쪽 마을로 올라 내리저수지→지곡사→심적사 앞→선녀탕까지 고도를 높였다가 임도를 타고 웅석봉 기슭을 돌아가는 길로 둘레길이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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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잡는 강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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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만한 크기의 강준치


이 구간은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 선녀탕 285m이고, 낮은 곳이 100m도 안돼 거의 평길에 가까워 경호강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웅석봉의 기운을 한 번쯤 느낀다는 생각으로 선녀탕까지 가는 것이 좋다. 대신 주행거리는 경호강변 길보다 4.2km가 늘어나 16.2km가 된다.

낮 12시 20분,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로 치닫고 있다. 서늘한 기운이 돌아 선녀탕에 발 담그기가 망설여질 정도다. 다행히 나뭇잎 사이로 뻗쳐 내려오는 강한 햇살 덕에 이마에 땀을 식히고 탁족의 여유는 즐길 수 있다.

오후 1시 20분, 휴식 후 웅석봉 기슭으로 난 임도를 따라 골골 산을 돌아간다. 이곳 주변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야생 복분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얀 줄기에 가시가 달린 것이 복분자나무이다. 여성들의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야생복분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걷다가 전망 트인 곳에서 뒤돌아보면 멀리 산 중턱에 산중 사찰 심적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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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봉산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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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밤밭을 지나 오후 2시, 바람재에 선다. 내리교 갈림길에서 헤어졌던 길을 다시 만나는 구간이다. 그야말로 경호강 강바람이 산골을 타고 올라 재를 넘어간다.

요즘 둘레길을 가다보면 밤 수확철을 맞아 길에 밤이 나뒹구는 것을 많이 볼수 있다. 밤 등 농작물은 모두가 주인이 있는 것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줍거나 채취해서는 안 된다. 곳곳에 농작물을 채취하거나 줍지 말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대숲을 지나고 논길을 따라 걷다보면 다시 둘레길은 경호강 쪽으로 다가간다. 경호강은 어느새 남강으로 이름을 바꾸고 바위 사이 자갈밭 위를 돌∼돌 무심히 흘러간다.

오후 2시 50분, 성심원. 성심원은 한센노인 요양시설로 1959년 6월 19일 개원했다. 1961년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의 도움으로 성심인애병원이 신축됐다. 1964년 병원을 증축하고 성당을 신축했으며 2012년 2월 18대 원장 오상선 바오로 신부가 취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창민·강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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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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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원 성당.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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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고크 2016-06-05 21:36:30
어찌 저게 강준치냐 잉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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