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킷 챌린지
아이스버킷 챌린지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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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시인, 소설가)
아이스버킷 챌린지.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이는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기부금을 내면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을 말한다. 하필 얼음물일까 싶지만 이는 근육이 뒤틀리는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체험한다는 의미이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퍼져나가면서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이런저런 매체들을 통해 잘 알려진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는 광경을 보고 듣다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선 먼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이 참 따뜻하구나 하는 생각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생겨난 이래 수많은 생명들이 터를 잡고 살면서 탄생과 소멸을 반복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역시 서로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그 공통분모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동시대가 아니라면 아무리 나누고 싶어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대립과 분열과 반목이 끊임없이 되풀이되어온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처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동시다발적인 접촉이 이뤄지는 시대에서는 소통과 나눔이 가장 큰 덕목이겠고, 하여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그러면서 존재가치를 확인해가는구나 싶은 것이다.

그리고 또 기부문화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면서 시절의 변화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게 다 엄숙주의였고, 기부문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면서 기부라는 것이 일반 대중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왔던 까닭에 아직도 의식은 거기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기부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거기에 준조세 성격까지 띠면서 근엄한 표정의 기부자 사진이 신문에 실리고, 성금 모금 방송이라도 있게 되면 봉투를 들고 나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뉴스 시간이면 명단이 공개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부도 이벤트나 축제처럼 진행된다. 그리고 일방적인 알림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면서 이뤄진다. 기부뿐만이 아니라 구호를 앞세우는 선거나 다른 것에서도 역시 만찬가지다. 만 청중을 모아놓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큰 소리로 외치는 웅변이 아니라 각자의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것이고, 그러면서 서로서로 즐기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여 웅변은 먹혀들기는커녕 도리어 반감을 사게 마련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만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얼마나 적절한 것이었는가. 함께 즐기면서 기부도 하고, 그럼으로써 모두가 마음 훈훈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식지 않고 오래 지속되었으면 싶다. 또한 제이, 제삼의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생겨나기를 바라며 그러리라고 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을 둘러보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 모두 함께 즐기면서 그들과 마음 나눈다면 서로 훈훈하지 않겠는가.
 
전미야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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