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시인’ 백석이 번역한 ‘동화시집’ 발굴
‘천재시인’ 백석이 번역한 ‘동화시집’ 발굴
  • 연합뉴스
  • 승인 201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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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교수 “백석 동화시의 중요 원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유명한 천재시인 백석(1912~1996)이 번역한 러시아 시인 마르샤크(1887~1964)의 ‘동화시집’(경진출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박태일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백석이 우리말로 옮긴 ‘동화시집’의 전문을 발굴, 책으로 엮어 펴냈다.

박 교수는 “2년전 중국에서 자료를 수집하던 중 ‘동화시집’ 초판을 발굴했다”면서 “백석이 번역한 이 시집의 존재 자체는 학계에 일부 알려져 있었지만 어떤 작품이 실렸는지 실물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14일 밝혔다.

백석이 번역한 ‘동화시집’은 1955년 6월 1일 민주청년사라는 출판사를 통해 평양에서 출간됐다.

‘철없는 새끼 쥐의 이야기’ ‘불이 났다’ ‘우편’ ‘게으름뱅이들과 고양이’ ‘책에 대한 이야기’ ‘할아버지와 아이와 나귀’ ‘누가 더 잘났나?’ ‘다락집 다락집’ 등 11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큰 쥐가 밤에 구멍에서 부른 노래/”애기 쥐야 조용히 잠자거라!/빵 껍지(껍질)랑 양초 꽁다리랑/너한테 줄께.“(‘철없는 새끼 쥐의 이야기’ 중)

“가죽끈이 달린 두툼한 가방을 메고,/‘5’가 적힌 구리판을 달고,/푸른 제모를 쓰고/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중략) 레닌그라드 우편배달부./(중략) 일곱 시에 일을 시작해/열 시에는 훌쭉 가방이 줄어지고,/열두 시가 될 때에는/주소를 찾아 편지는 죄다 돌렸다.”(‘우편’ 중)

본문은 127쪽이며 당시 책 가격은 47원. 초판으로 3만 부를 찍었다.

박 교수는 “초판으로 3만 부를 찍었으니 상당히 많은 양”이라면서 “수요 예측이 컸다”고 말했다.

저자인 마르샤크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석은 그를 “유명한 소련의 시인, 극작가, 번역가, 이론가, 거대한 아동문학가”라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동화시집’이 ‘집게네 네 형제’를 비롯해 백석의 동화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백석은 ‘동화시집’이 출간되고 2년 뒤인 1957년 자신의 창작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펴냈다.

박 교수는 “‘동화시집’이 ‘집게네 네 형제’의 중요 원천”이었다면서 두 시집이 독자적인 의성어와 의태어, 각운과 압운을 적절히 사용한 점, 시어의 반복과 병렬의 짜임새가 같은 것 등이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백석의 뛰어난 번역 솜씨를 엿볼 수 있다”면서 “원뜻을 잘 살리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동화시집’은 사회주의적 현실주의 문학의 정립을 내세운 1950년대 북한 어린이문학의 창작과 전개에 큰 영향을 준 소련문학의 전통이며 현실이었다”면서 “‘집게네 네 형제’를 비롯한 동화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기식으로 재창조한 빼어난 성과라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합뉴스

동화시집
동화시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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