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난 가을들판…풍성한 기대
추석 지난 가을들판…풍성한 기대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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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가을걷이
일찍 찾아온 추석이 지나갔다. 빠른 추석에 농산물 출하를 맞추느라 농민들은 지난여름을 바쁘게 보냈다. 추석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내렸던 늦장마도 그치고 햇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비 내리는 날이 길어지면서 일조량이 부족하여 추석에 출하해야 될 과일이 익지 않아 애를 태웠던 날들도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는 화창한 날씨다. 아침마다 비를 맞은 듯 흠뻑 젖은 이슬을 보면서 새삼 바뀐 계절을 느낀다.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지났으니 가을이 찾아 온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햇볕을 받아 벼이삭은 누렇게 익어간다. 볏논의 나락은 백로 전에 여물어야 제대로 된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옛날과 달리 농기계를 이용하여 농사를 돌보는 지금은 일손이 부족하고 비가 내리지 않아 모심는 시기를 놓쳐 겪었던 걱정은 덜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앙을 마친 들판의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여물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추석 무렵 누렇게 익어가는 벼논을 방치했다가 벼멸구 피해를 입어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벼멸구가 들면 수확량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미질이 떨어져 밥을 지어도 밥맛이 형편없게 된다. 벼멸구는 들기 전에 미리 방제를 해야지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방제를 해도 늦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벼멸구가 들기 전에 농약을 한 차례 뿌렸다. 단백질 함량을 줄여 미질을 좋게 한다는 탄화물을 섞어 뿌렸다. 특히 벼멸구에 효과가 있는 마늘과 양파에서 추출한 탄화물을 빠뜨리지 않았다. 피사리까지 마쳤으니 지금부터는 특별히 돌보지 않아도 큰 자연재해만 없으면 무사히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장채소를 심었다가 고라니 때문에 애를 먹는다. 지난해에는 고라니가 무와 배추는 뜯어먹지 않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배추는 육묘장에서 키운 모종을 사다 심었고 무는 씨앗을 파종했다. 무는 씨를 뿌렸다가 자라는 대로 솎아 먹으며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남기 키우면 된다. 부드러운 솎음 무는 겉절이를 해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자라는 대로 솎아 김치로 또는 국을 끓여 반찬으로 즐겨 먹어도 좋다.

모종 200포기를 사다 심은 배추를 하루 저녁 사이에 고라니가 먹어 치우고 말았다. 예년에는 없던 일이었다. 다음날 또 200포기를 사다 심고 이웃에서 시키는 대로 고라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냄새가 지독한 농약까지 주변에 뿌렸다.

첫날은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러나 그 다음 날을 넘기지 못했다. 한 포기도 남김없이 뿌리째 뽑아 먹어 치웠다. 이번에는 여러 마리가 몰려 와 뛰놀며 먹었는지 발자국이 온 밭에 나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떡잎 사이로 막 본 엽이 나기 시작한 무까지 먹어 치웠다. 얄밉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또 200포기 배추 모종을 사다 심었다. 이번에는 그냥 심은 것이 아니라 그물로 울타리를 치고 심었다. 사다먹는 것이 낫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김장채소 재배하는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정성도 대단해 아침저녁으로 돌보며 정성을 쏟는다. 벌레가 먹지 못하도록 뿌릴 탄화물을 만들어 놓으라는 부탁도 잊지 않는다.

추석을 쉬러 온 동생이 과수원에 풀을 베어주어서 한 시름 놓게 되었다. 바랭이를 비롯한 잡초도 이삭이 패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자라 버려 키가 허리춤까지 다시 자랐다. 올 해는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작년보다 풀을 한 차례 더 베었는데도 더 크게 자랐다. 멀리 사는 동생이 풀 베는 것을 도와주어 다른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진주시에서 중점적으로 육성중인 온새미로사업에 신청을 하여 단감과 대봉을 관리하고 있다. 품질이 좋고 기능성까지 지닌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하여 재배 지침에 따라 두 번에 걸쳐 탄화물을 부렸다. 올해는 감에 노리재가 극성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도 코스모스탄화물을 섞었다. 경험자에 의하면 탄화물을 식물에 뿌리면 맛과 품질이 좋아진다고 하여 빠뜨리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정찬효·시민기자

귀농일지
농업인들은 김장채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배추는 육묘장에서 키운 모종을 사다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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