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항공산업 지원 행정인가
이게 항공산업 지원 행정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원섭 (객원논설위원, 사천포럼 대표)
세계적인 기업 대우가 망했다.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 당시 그룹 총수였던 김우중 회장은 다시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한다. 그때 대우가 망한 것은 정권의 일부 인사에 의한 의도적인 타살이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대우를 사기꾼 집단으로 매도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수장들을 강하게 비판하여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당시 IMF 상황에서 국가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기업이나 정부의 여러 가지 상황적 판단으로 정확히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는 없지만 대우가 사기꾼 집단이 아님은 분명하다. 아직도 전 세계에는 대우의 이름을 단 자동차, 조선, 전자 등의 제품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증거다.

정권 교체와 김대중 정권의 등장으로 영남기업인 대우가 걸려 들었다는 것에 설득력이 있다. 세계적인 기업을 망하게 한 정부나 관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발뺌하면 그만이다. 김우중 회장의 항변으로 당시 IMF 국가부도 사태도 재조명되고 있다. 과연 IMF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정부와 경제정책 책임자의 무능으로 자멸했다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이 도탄에 빠졌는데도 지금껏 책임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하물며 국가정책의 집행도 이럴진데 지역정책도 별 수가 없다는 우려를 말하고자 멀리 돌아왔다. 공공의 이익을 담보로 하는 정책 책임자의 사명감이 여기에 있다. 지금 경남의 항공산업 정책은 국가의 중요한 미래 산업이다. 기업이 없으면 국가발전도 지역발전도 없다. 다행히 사천에 항공기업 지원을 위한 특화단지가 지정되어 가속력을 더하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KAI를 중심으로 한 항공기업 클러스터가 주요하다. 문제는 기업이 입주할 부지의 제공이다. 항공산업 전문가들이나 KAI는 약 30여만 평의 부지 공급이 절실하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다행히 축동면 일대 사다산단을 비롯한 인근에 허가 부지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방선거 당선 직후 항공국가산단 예정부지의 현장점검 차 사천시 축동면 사다산업단지 등 인근 현장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는 사천·진주시장도 참석했다. 홍 지사는 사다산단과 축동, 대동산단의 현황보고를 받고 특유의 화법으로 허가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허가 취소의 이유는 부지의 형태가 기형적이며, 기 허가를 득하고도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향후 항공국가산단의 지정에 편승하여 이익을 챙기자는 속셈이니 나쁜 사람들이라는 이유다. 행정은 허가 취소를 발표했다.

이런 식의 정책적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사업자의 잘못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 조처는 그동안 줄기차게 외치던 친기업적 구호와는 전혀 다른 행보이다. 산업단지의 허가권자는 경상남도이다. 허가 당시 부지의 기형이 문제라면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했다. 기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기업이 국가정책에 편승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항공국가산단이 지정되면 기업에 이익이 발생하니 허가를 취소하라는 논리는 시장경제를 묵살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부지가 기형이면 항공국가산단이 지정되어 사업시행 시 인근의 부지를 매입하면 될 것이다. 국가산단 지정도 요원하지만 만약 된다고 해도 기업들의 요구와는 별개이다.

부지의 수요 요청은 절실하다. 기업의 이윤이 싫다면 행정에서 자체 예산으로 공영개발을 추진하여 공급해야 된다. 그것도 아니다. 국가나 지역의 미래를 직시하는 혜안이 절실하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책적 결정에는 오직 역사만이 심판한다. 대우사태와 같이 세월이 지난 뒤 먼지만 만지면서 잘잘못을 따져 봤자 허무한 하소연이다.

경일시론=이원섭

이원섭 ·객원논설위원·사천포럼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