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함안 대산시장>
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함안 대산시장>
  • 여선동
  • 승인 2014.09.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 모이고 인연 맺어지는 "시장은 친정집이다"
함안대산시장
함안대산시장 입구 도로
함안군은 통합창원시에 인접한 도시 근교지역으로 도로교통망 발달과 함께 대도시의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 및 24시 편의점 등 업체의 증가로 기존 전통시장이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군에는 현대식 슈퍼체인, 근린마트점 등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전통시장의 활용도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군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의 주차편의를 위해 2009년 군북시장 고객센터 및 화장실 설치와 대산시장 아케이트 설치, 가야시장 옥상 방수 및 캐노피 보수를 실시하고, 2010년에는 가야시장 주차장 조성과 직거래장터 개설 등 다각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6일 추석대목 대산장날을 맞아 취재를 위해 기자가 찾아간 장터에는 옛 풍경이 물신 살아있는 채소전에는 벌써부터 가지런히 손질을 해 다듬어 놓은 파. 배추, 무 등 채소들을 펼쳐 놓고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한적한 시골이지만 장날만큼은 아침 일찍부터 대로변에 팔 물건들로 도로가 꽉 차 차량통행이 어려웠다. 어물전에도 신선한 고등어, 갈치, 조기, 멸치, 오징어 등이 판장에 진열돼 “물건 사라”는 소리에 시장이 시끌벅적거린다.

대산시장은 1962년도에 개설되어 18개의 점포로 구성돼 매월 1, 6, 11, 16, 21, 26일이 장이 서는 날이다. 대산면 구혜리 일원 3424 ㎡면적에 건축면적 1518.40㎡ 에 1997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되었다. 창녕군 남지읍과 의령군 지정면이 합류하는 곳으로 예부터 지역사람들이 대산장날에서 혼인 중매로 사돈을 맺는 곳으로 유명한 장이다.

이날 대산장날은 추석대목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쌀, 고추, 참깨, 마늘, 배추, 무 등 주변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하고 청결한 채소를 비롯하여 수박, 봉숭아, 포도, 사과 등 과일이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이웃 마산, 창녕, 의령 등에서 넘어오는 어물과 건어물이 제사상 준비를 위해 시장을 메우고 또 의류, 운동화, 신발 등 생활필수품 등도 다양하게 전시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추석이란 자녀들 먹거리와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모처럼의 활기로 되찾고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에 시골 장날의 풍경이 물신 묻어나고 채소전에는 “ 응가, 동상, 잘살고 있째” 지나가는 사람마다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할머니를 기자가 만나 보았다.

의령 지정면에서 장보러 왔다는 관동댁(76) 할머니는 “친정이 대산이라면서 장터에서 어르신들끼리 좋아 사돈을 맺어 낙동강 배를 건너 손촌마을에 시집을 갔다. 그래서 대산장이 열리는 날이면 친정 오는 기분이라며 물건 살 것을 모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꼭 대산장날을 이용한다”며 5일장을 자랑하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어물전
어물전
장터
수박의 고장 함안대산장터에서 수박을 고르고 있다.




“아지매 ,무시 얼마요, 하나 더 주소. 에헤, 남는 것 없소 밑지요.” 이런 실랑이 속에 눈치를 보며 “ 아이구 추석인데, 마 가져가이소”하며 “큰 무시 하나를 덤으로 인심 좋게 검은 비닐봉지에 꾹 넣어준다.” 이런 정감이 벌어지는 곳이 시골 5일장의 맛이다.

물건을 팔고 사는 일이 끝나며 하나같이 모여드는 곳이 국밥에 막걸리 한잔 들이켜는 장터국밥집. 노상에 솥을 걸어 놓고 장작으로 하루종일 끓인 국물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곳은 장날의 피로를 풀어주고 쉬어가는 장소로 정해져 여기에서 오고가는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어르신 안부를 전하는 일과 농사이야기, 자녀들 혼사 이야기가 주가 돼 인근 의령, 창녕은 처갓집과 친정집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또 이날을 기다려 서로 아들, 딸에게 귀한 선물과 물건을 미리 준비해 박스나 봇짐에 싸 전달하는 곳이고 안부를 전하는 유일한 택배장소가 됐다.

제사생선을 사러 나왔다는 연산마을 박모(66)씨는 “장날은 어린 학생들도 수업이 끝나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장을 찾아 신발과 가방, 옷 등을 사는 유일한 날이기에 장터를 돌아다니며 눈요기를 하고, 국밥 집 앞을 지날 때에는 국밥 냄새에 침을 흘리고 혹시나 아는 분이 있으며 기회가 될까봐 서성거리며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있으면, 보다 못한 아주머니가 마음이 아파 국물 한쪽 부어주는 그 맛에 고마워 꾸벅 인사를 했다”며 당시의 배고픔과 어려운 보릿고개 이야기를 털어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그날을 회상한다.

또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 장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쇠전거리다”며 “소 팔려는 사람과 사는 사람으로 북적이며 한쪽 귀퉁이에서는 중개인과 흥정을 하며 밀었다, 당겼다 하는 흥정소리와 음매하는 엄마소와 송아지 울음소리, 소의 부산물 냄새에 질벅거리는 장터의 광경을 잊을 수 없다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정은 있었지”라며 지금의 냉담한 사회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막걸리 잔을 비운다.



생선가계


소는 팔리고 새 주인의 손에 쇠코뚜레를 감아쥐고 떠나는 뒷 모습을 보면 서운함이 절로 나 주막집을 지나지 못하고 또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달래는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닷새마다 돌아오는 장날에는 쉬는 날로 착각하고 별 일이 없어도 장터에서 갑장, 사돈, 이웃동네 어르신, 친구 등을 만나 그간 소식을 듣고 건강과 농사일을 주고받는 장소로 그래서 5일장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외도 함안군에는 가야, 군북, 칠원면에 5일장이 열린다.

가야전통시장은 1965년에 개설돼 매월 5, 10, 15, 20, 25, 30일 열리고 가야읍 말산리 일원에 시장부지 면적은 5191㎡에 군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으로 외지 상인들이 많이 찾는 오는 함안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군북시장은 1960년도에 개설돼 매월 4, 9, 14, 19, 24, 29일 열리고 군북면 중암리 일원 3558㎡면적에 건축면적 1332.49㎡에 이르는 장터로 한때는 군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면 지역으로 그 텃세를 유지해 왔으나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농촌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그 기능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실정에 최근 39사단 이전유치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칠원시장은 매월 3, 8, 13, 23, 28일로 칠원면 구성리 일원 3766㎡시장면적에 건축면적 1047㎡로 1962년도에 개설돼 주변에서 생산되는 오이, 연근 등 농산물과 포도, 복숭아 등 과일이 많이 거래되고, 어물전과 의복류도 공단근로자들에게 인기 있는 물품으로 팔리고 있다. 또 칠원면은 읍 승격을 대비해 인구가 모이고 지역경제가 살아 이에 맞는 전통시장 활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장터국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