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다리野] 고성군 상리면 ‘무지개 다리’
[아이고 다리野] 고성군 상리면 ‘무지개 다리’
  • 김철수
  • 승인 2014.09.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 손으로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아름다움
고성 무지개 다리
고성 무지개 다리
고성 무지개다리2
고성군 상리면사무소에서 상리초등학교를 지나 조동마을 표지석을 따라 600여m 들어가면 천상과 지상으로 연결해 주는 듯한 순박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 조동마을 주민들은 이 다리를 ‘무지개다리’라 부르고 있으며, 지난 7월부터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고성특별전 도록에는 ‘홍예’라 소개되고 있다.

높이 10m, 폭 3m, 길이 6m의 규모인 무지개 다리는 백제의 무령왕릉과 석굴암의 지붕이나 불국사의 본전으로 오르내리는 다리 및 성문 등에 기본적으로 응용되었던 아치형 건축양식으로 가공한 석재가 아닌 자연석을 그대로 하나하나 쌓아 올려 소박함을 더하고 있다.

이 다리를 만든 이는 일제 식민지를 벗어난 해방 무렵에 조동마을에 거주했던 상리면사무소 재무계장을 지냈던 ‘함안 이씨’ 이갑인(작고) 씨가 중심이 되고 마을 주민들이 동원돼 “두번이나 무너지고 세번째로 축조한 것”이라고 현재 생존해 있는 ‘김해 김씨’인 김청수(90)옹은 전했다.

김청수옹은 “자신이 17~18세 때 이 다리를 축조하기 위해 마을이장 지휘 아래 30여 사람들이 마을 인근 일명 ‘비리꾸’ 산 ‘이성바위’ 주변과 마을 아래 하천에서 가로, 세로 30~40㎝, 두께 10여㎝의 크기의 자연석을 하나씩 어깨에 지고 날랐다”며 “직접 다리 축조에 참여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나이 90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으로 마을 인근에서 낫을 들고 조상 묘소에 벌초를 하던 그는 “옛날 이 마을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가 ‘쌀짐’을 지면서 생활하던 중 어느날 일본 ‘궁실’ 앞을 지나다, 궁실 앞에 놓인 다리가 돌을 쌓아 만든 것을 보고는 고국에 와서 조동마을 골짜기 물이 흐르는 지형을 살려 무지개다리를 축조하는데 일익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다리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전혀 없었던 평범한 농부들이었으나, 아마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우리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탐미와 신비로움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이같이 아름다운 무지개다리의 축조가 가능했으리라 짐작된다.



고성 무지개다리5
고성 무지개다리


다리를 놓는 일은 개인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마을 주민들이 동원되었으며, 다리의 축조공법은 통나무와 소나무 가지 및 흙 등의 거푸집을 사용하고 돌을 아치식 공법으로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두차례의 시행착오로 실패를 거듭하고 난 후 비로소 다리의 축조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다리 아래서 아치형으로 쌓은 돌을 하나, 하나씩 세어보니 600~700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그 무게만도 엄청날 것으로 느껴졌고, 다리 또한 견고해 보였다. 지금도 3t 이상의 트럭이 다리 위를 지나다녀도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을 정도로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예전에는 난간이 없는 무지개 다리 위를 사람들이 다니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일들이 종종 발생했지만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고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무지개다리가 놓인 후 한국전쟁 때는 규모가 꽤 큰 북한군 부대가 오랫동안 주둔했다고 전한다. 조동마을 입구에선 마을을 바라보면 마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산을 둘러싸고 골짜기로 된 마을은 마치 ‘요새’같은 지형으로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을 안 지형이 조금 높은 곳에서 마을입구를 바라보면 상리연꽃 정자와 넓게 펼쳐진 들녘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지형이 특이하여 북한군 부대가 장기간 주둔했음이 느껴진다.

현재 무지개다리는 지난 1979년 4월 회생교라는 대체교량이 세워져 주민들의 통행을 위한 용도로는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무지개다리 상판에는 흙을 성토하여 영산홍 등 초화류를 식재하여 봄이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들은 무지개다리를 하천을 건너게 해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 주민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역주민들은 물론 상리면의 숨겨진 명물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조동마을 무지개다리 인근 척번정리 일대에는 연꽃공원이 위치하여 지방도를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휴게 쉼터로 이용되고 있으며, 고성농요 전수교육관이 위치하여 매년 6월에는 정기공연 및 기획공연으로 무형문화재 전수활성화 및 지역관광객 유치에 기여하고 있다.




고성 무지개다리6
고성 무지개다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