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협약 총회, 남북 환경협력 계기로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남북 환경협력 계기로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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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얼마 전 비무장지대(DMZ)에 방사했던 수달이 북한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달은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한국수달연구소에서 체내에 무선추적장치를 부착했기 때문에 위치를 알 수 있었다. DMZ는 동해에서 서해까지 이중 철조망으로 조밀하게 막혀 있어 육상의 중대형 포유류들이 넘나들기 힘들다. 허나 수달은 하천을 따라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설적으로 분단 이래 지난 60여년간 인위적으로 단절된 한반도의 생태계를 다시금 실감케 하는 소식이다.

한반도는 원래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락에 위치한 하나의 생태계다. 우리에게 친근한 단군신화의 주인공 곰과 호랑이, 수많은 민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여우나 늑대 등은 한민족과 함께 존재해 온 동물들이다. 북한지역에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남한은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상태에서 거의 멸종됐다. 다만 일부 종에 대하여 복원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강원도 평창에서 오는 29일부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가 열린다. 전 세계 194개국 대표가 모여 생물다양성 보전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지구촌의 생물종과 생태계를 논하면서도 정작 한반도의 생태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대통령께서 올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번 총회에 북한측 대표의 참석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남북이 서로 만나 소통하는 통로부터 열어가는 데 환경분야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하에 제안한 것으로 본다. 과거 독일이 통일될 때까지 환경, 문화, 스포츠 등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동서독 간 꾸준히 교류협력을 추진해 온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다. 최근 방한한 독일의 환경 저널리스트 캐롤라인 뫼링 박사도 통일 전 서독의 환경단체들이 동독지역에 가서 함께 조사까지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번 생물다양성협약 총회를 계기로 남북환경협력 논의가 진전되면 한반도의 생태계를 연결하고 복원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우선은 대통령께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의 관리 등 남·북의 상호협력이 절실한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하여 남북간 환경협력의 신뢰와 기반이 갖춰지면 백두대간 생태계 복원이나 비무장지대 생태계 보전·복원 등 한반도에 걸친 생태적 복원사업도 공동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북한주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이나 대기오염 관리, 환경보건 등에 관하여도 남북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믿는다.

특히 DMZ는 분단이라는 한민족의 역사적 비극을 생태계 복원으로 승화시킨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역사적·문화적·생태적 공간이다. 독일통일 후 과거 40여년간 동·서독을 구분했던 국경선이 ‘그뤼네스 반트(녹색띠)’라는 생태공간으로 탈바꿈해 비단 독일에 머무르지 않고 유럽의 24개국에 걸쳐 장장 1만km가 넘는 ‘유럽 그린벨트’로 진화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DMZ의 정치적·문화적·생태적 가치에 주목하여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DMZ 세계평화공원은 한반도의 생태계 회복과 통합은 물론 남북간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모태가 될 것이다.

DMZ의 수달이 그랬듯이 자연에는 국경도, 이념도 없다. 사람이 막아 놓은 장벽이 걷혀지면 동식물과 생태계는 자연스레 그들의 질서를 회복할 것이다. 이제 이 땅에 있는 우리들이 답할 차례이다. 우선은 남과 북이 만나야 한다. 훼손된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막힌 생태계를 연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 길로 계속 가다보면 어느새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이다. 이번 생물다양성협약 총회가 남북간 환경협력의 시발점이 되어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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