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추 노리는 고라니 막아라
김장배추 노리는 고라니 막아라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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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고라니가 뜯어먹어 세 번에 걸쳐 심었던 김장배추 주변에 그물로 울타리를 쳤다. 모종을 사다 심은 후 며칠간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오후 해가 기울면 물을 주며 돌봤다.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후에는 잡초를 뽑아 빨리 자랄 수 있도록 도왔다.
 

햇살은 여름처럼 따갑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한낮 기온이 높다지만 여름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바깥일을 하드라도 무더위를 느끼지 못한다. 아침에는 안개 끼는 날이 잦아졌고 해가 지면 한기를 느껴야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해졌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곡식과 과일을 익게 하는 보약이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에 올해도 허수아비가 등장했다. 벼 이삭을 쪼아 먹는 참새를 쫒기 위한 허수아비가 아니라 가을축제 준비를 위하여 세운 것들이다.
여름부터 빈 논에는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하여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고 주렁주렁 박이 매달린 쇠파이프로 터널도 만들었다.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하여 만들어진 풍경이 찾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고라니가 뜯어먹어 세 번에 걸쳐 심었던 김장배추 주변에 그물로 울타리를 치고서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모종을 사다 심은 후 며칠간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오후 해가 기울면 물을 주며 돌봤다.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후에는 잡초를 뽑아 빨리 자랄 수 있도록 도왔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돌보지 않고 그냥 두어도 될 정도로 잎이 무성해질 것이다.

남은 쪽파를 마저 심었다. 너무 일찍 심어면 뽑아 먹기도 전에 세어 버릴 것 같아 여러 번에 나누어 심었다.
일찍 심은 쪽파는 며칠 전부터 뽑아 찬거리로 이용하고 있다. 쪽파는 어리면 어린대로 조금 더 자라면 용도를 바꿔가며 내년 봄까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감이 많이 컸다. 한 달 정도 있으면 수확을 하게 된다.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하여 주문한 포장 박스를 배달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미리 언제 배달해 주겠다고 알려주지도 않고 하루 전에 내일 배달하겠다고 했다. 멀리 출타 중이라 날짜를 갈 수 없으니 우리 창고에 쌓아 줄 수 있겠냐고 물으니 주소만 알려주면 하겠다고 했다. 쌓아 둘 창고 주소를 알려주었더니 친절하게도 입고를 마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까지 찍어 보냈다. 단감포장박스는 출하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인쇄되어 있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농산물 특히 과일은 실명으로 출하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속박이로 속여 팔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단감 마지막 손질을 했다. 상품이 안 될 작은 것과 상처를 입은 것과 이상하게 생긴 것을 미리 따 버렸다. 단감이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흠집들이 수확 철이 가까워지자 많이 나타났다. 오랫동안 단감농사를 지어 온 사람들이 일꾼을 사서 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해본 것이다. 작년까지는 단감은 한 번만 솎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농사를 직접 돌보다보니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여러 번 솎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벼가 익어가면서 눈에 거슬리는 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낫을 들고 논에 있는 피를 잘라냈다. 논에 자라는 피는 가을 씨앗이 맺기 전까지는 벼처럼 숨어 있다가 벼가 익을 무렵 갑자기 쑥 올라와 씨앗을 맺는다. 피는 너무 일찍 잘라내면 뿌리에서 다시 자라나기 때문에 뿌리째 뽑아서 버려야 한다. 지금은 곧 벼 수확을 앞둔 시기라 쉽게 낫으로 베어버렸다. 조금 더 늦으면 잘라내도 씨앗이 떨어져 종자가 남게 된다. 특히 귀가 여린 피는 자칫 잘못하면 씨앗이 우수수 떨어져 버리기 일쑤다. 피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피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잡초의 끈질기고 기묘한 생명력에 대하여 다시 알게 되었다.

가을은 잡초도 씨앗을 남기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한 뼘도 안 되는 바랭이도 씨앗을 맺기 위하여 이삭을 내밀었다. 잘 보이지 않던 바랭이도 이삭이 나오자 무성할 정도로 개체수가 많아 보인다. 여름 내내 잡초를 잡기 위하여 노력해왔는데도 아직도 바랭이는 무성하다. 사람이 잡초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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