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다] 진주 중앙고 '꿈의 날개'
[학교에 가다] 진주 중앙고 '꿈의 날개'
  • 임명진
  • 승인 201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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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법정서 '소통과 공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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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이다, 아니다.”

지난달 20일 동아대학교 법학관은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오가고 있었다.

원고 측 주장은 이랬다. 가수지망생 A양과 사랑에 빠진 작곡가 B씨는 노래를 작곡해 사랑을 고백했다. 이후 가수지망생 A양은 큰 인기를 끌고 있던 가수 오디션, 슈퍼싱어 S에 출연, B씨가 고백한 노래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에 B씨는 강하게 항의. 결국 둘의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증인심문에 나선 양측 소송대리인, 서로간의 팽팽한 법정 공방 끝에 재판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 원고 측의 승소로 막을 내렸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친 진주 중앙고등학교 학생자치 법정동아리 ‘가온’은 제9회 고교생 모의재판 경연대회 부울경 예선에서 저작권법 관련 손배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양측 소송 대리인의 뜨거운 법적 공방은 검사, 변호사, 대학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대본의 소재 자체가 신선하고, 열성적인 연기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재판에 신선함을 가미했다는 높은 평가를 얻었다.

가온은 이날 수상으로 오는 11월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국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가온은 학교 이름인 ‘중앙’의 순우리말이다. ‘세상의 가운데, 중심’을 뜻하는 교명처럼 이 학교에는 미래에 눈부신 비상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2011년 결성된 가온은 1, 2학년 학생 28명으로 구성됐다. 교복 대신 법복을 입고서 각종 전국대회에서 학교의 이름을 크게 떨치고 있다. 2012년 전국 고교생 모의재판 경연대회 ‘대상’, 2013년 전국 고교생 모의 군사재판 경연대회 ‘최우수상’, 도내 모의재판 경연대회 대상, 금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중앙고는 지난 2011년 경남도 자치법정 선도 학교로 지정, 학교 내 자치법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 간에 소통과 공감문화를 조성하고, 학교폭력 예방효과 등의 부수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중앙고는 복장불량, 상습지각 등의 교칙위반 사안을 학생자치법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부과된 벌점이 많은 학생들은 자치법정에서 재판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법과 죄에 대한 좋은 학습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고는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학교로 입소문이 났다.

재능 있고 끼 많은 학생들이 활약하면서 가온은 어느새 학교를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재판장을 맡고 있는 이동규(2년·18) 학생은 “학생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법정에서 저희들이 모든 것을 직접 연출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 남다른 학창시절의 추억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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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동아리답게 준비과정도 예사롭지 않다. 어려운 법률용어로 가득 찬 대본과 시나리오 쓰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전문 법조인 못지않은 치열한 변론과정을 담기 위해 연기연습도 빠질 수 없다.

변호사로 활약한 이다은(2년·18) 학생은 “다 같이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대단하다. 그런 부원들의 열정이 한데 모여서 가온이 빛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으로 개인의 진로와 진학에 연계성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동아리 활동이 학생 개개인의 자신감과 학교의 자긍심을 높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혜원(2년·18) 학생은 “무엇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성취감이 크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국방부가 주관하는 전국 고교생 모의 군사재판 경연대회에서 군대 탈영을 다뤄 큰 주목을 받았다. 대회 때마다 원정응원에 나서는 재학생들의 뜨거운 응원열기도 다른 학교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김보경 지도교사는 “실제 대회에 나가면 진짜 재판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을 자주 듣는다. 학생들이 법정동아리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에피소드 하나. 전국 대상을 수상한 2012년도에는 서기 역할을 맡은 한 학생이 제대로 된 서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법정에 수학문제집을 들고 갔다. 설마 하는 주변의 반응 속에 그 학생은 재판 내내 진지하게 수학문제를 풀었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서기의 모습이었다는 게 주변의 평가. 그 학생은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회 상금은 기부활동에 내고 있다. 그런 착한 학생들을 바라보는 학교의 시선도 흐뭇하다.

문오권 교장은 “자칫 학업에 방해가 될 수 있을 텐데도 학생들이 다들 공부도 열심히 한다”면서 “무엇보다 열정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교육자로서 자부심과 대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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