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삼천포종합시장>
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삼천포종합시장>
  • 이웅재
  • 승인 201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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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상가건물에 사람냄새 나는 '장날'
시장
삼천포종합시장
사천시 동서금동 경남상가 사거리가 사람의 물결로 넘쳐난다. 4·9일자 5일장이 열리는 삼천포종합시장은 전국에서 모여든 장꾼들과 인근에서 발품 아끼지 않고 모여든 소비자들로 성시를 이룬다. 상설재래시장 등 다른 시장도 많지만 ‘물건 먹어 주는데는 끝내 주는 시장’이라는 장꾼들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듯 장날만 되면 성시를 이루는 삼천포종합시장이다.

사실 삼천포종합시장의 장날은 다른 전통시장과는 달리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삼천포종합시장은 상설시장이 아니라 4·9일자에만 열리는 5일장으로 특화된 사설 시장이기 때문이다, 주상복합형 건물에 150여개의 점포가 마련돼 있지만 평상시에는 ‘사람구경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가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5일장이 서면 상인들은 물론 찾아온 소비자들도 벼른 물건 사기보다는 붐비는 사람구경에 오히려 흥겨워한다.

평소 차량통행이 번잡한 도로를 차지하면서 시장이 형성돼 ‘통행이 불편하다’고 짜증내기도 하지만 ‘모처럼 사람냄새 난다’며 반기는 분위기에 곧 묻히고 만다. 오랜 기간 인식의 범위를 넓히며 5일장으로 특화된 전통시장인 삼천포종합시장은 웬만큼의 비 등 기상 악화쯤은 무시하고 열릴 정도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평소 상권은 다리 건너 지척에 형성된 전통시장인 삼천포중앙시장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평일 사람구경이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빈약한 상권에 활로를 모색해 보지만 낮은 인구밀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체 상권이 소멸되고, 전국 각지를 떠도는 장꾼에 기대 5일장의 면모로 전통시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삼천포종합시장의 앞날이 수산경기 침체 이후 불꺼진 항구로 전락해 버린 삼천포지역과 명운을 같이하는 듯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층 흉물
통로형 박스위에 설치된 해수 저장시설. 용도폐기 후 흉뮬로 전락하면서 철거를 바라고 있다.


◇삼천포종합시장 유래 및 현황

예로부터 형성돼 내려오던 인근 지역 소시장이 시장 형성의 계기가 됐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명확지는 않다. 1965년 개설 이후 막연히 새시장으로 불려 오다가 지난 1987년 사천시 동금동 884번지 일원 1만3201㎡ 부지에 연건축면적 4만5536㎡의 지상 4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면서 (사)삼천포종합시장으로 명명되고, 전통시장으로 승인 받았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경남상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공식 명칭은 ‘(사)삼천포종합시장’이다.

삼천포종합시장은 4층 주상복합 건축물의 1층에 148개의 점포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상권붕괴 등 실질적인 시장기능 상실로 소유주 직영 점포는 51개소에 불과하고, 90개소는 임대로 운영되며 7개소는 비어 있는 상태다. 대로 인근 LG전자 옆 부지에 20여대 주차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으며 화장실 5개소를 구비하고 있다. 전체 5동 주상복합 건축물의 2층과 3·4층에는 150가구가 입주해 있다.

현재 삼천포종합시장은 사실상 상설시장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극히 일부 상가만 성업하고 있을 뿐 대부분이 명맥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운영중인 상가조차도 일부가 창고용으로 사용되면서 상권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

상설시장의 기능을 잃은지 오래된 삼천포종합시장이 그나마 전통시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은 전국의 장꾼들이다. 이들이 4일과 9일자에 열리는 삼천포종합시장을 꾸준히 찾으면서 5일장의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상인회(번영회)에 따르면 장날 250여명의 장꾼들이 계절이나 날씨에 연연치 않고 매번 모여들고 있다. 그리고 자가 재배한 과일과 채소 등 농작물을 이고 지고 나오는 고성군 하이면 일대 보따리상 할머니들도 시장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상인회는 전통시장 승인 후 인근 삼천포중앙시장과 통합을 모색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삼천포중앙시장 상인들이 삼천포종합시장의 상권이 빈약하다며 진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상설시장의 기능을 잃은 삼천포종합시장은 5일장으로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경쟁력과 차별화되지 않는 보편적인 상품으로 언제까지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시장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세우지 못하는 가운데 농산물과 의류, 선어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거래가 형성되고 있지만 소규모 상거래에 불과하다.

김봉주 상인회장은 “주변 인구가 늘지 않는 한 삼천포종합시장 활성화는 백약이 무효”라고 탄식을 한다. “정부지원 등 외부의 조력도 모색해 봤지만 소규모 점포 통합과 재건축 등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대안제시에 불과했다”고도 지적했다.

◇삼천포종합시장의 한계

비슷한 시기에 사설로 추진됐던 벌용동 와룡상가가 흔적도 없이 완전히 몰락해 버린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도 하겠지만 향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지역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등 자체 변신의 욕구를 자극할 만한 동기 부여도 어렵고, 변신의 폭도 좁다.

요일장 시도도 4·9일자로 고착된 5일장 인식의 벽을 허물지 못해 무산됐다. 250여명의 노점상 버팀목으로 명맥을 유지하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리(금선교)를 건너면 상설시장인 삼천포중앙시장이 있어 시장의 범위를 넓혀갈 수도 없다. 엘지전자 옆 부지에 20여대 주차공간 확보로 일부 주차난을 해소하며 숨통을 턴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한때 도약의 발판으로 지역특산물인 수산물 판매를 위해 해수인입 시설을 갖췄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오히려 지금은 당시 건설했던 해수인입 저장시설이 비좁은 시장공간만 차지하는 흉물로 전락, 조속히 철거되기를 바라고 있다.

◇발전방안 없이 소극적 대응만

삼천포종합시장 상인회는 조직을 슬림화하며 비용 줄이기에 나섰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고사를 지연하는 소극적 처방으로는 침체일로에 접어든 상권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자가진단의 결과다. 대안이 보이지 않는데 무엇을 해 보라고 권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삼천포종합시장은 지역 국회의원과 중앙정부의 협력을 구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한 중소기업청은 현장 진단을 실시한 후 6~7평형 작은 상가를 2~3개 합치거나 새로 짓는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방을 내렸다.

김봉주 상인회장은 “창고용 상가와 개점 휴업이 속출하는 판에 점포를 합치라니 누가 받아들일 것이며, 건물은 지은지 27년이 됐지만 건축물 상태가 양호해 재건축도 어려운 실정이다”며 “상가 소유자들이 개발의 필요성을 깨닫고, 차별화 상품개발에 적극 나서든지 아니면 인근 삼천포중앙시장과의 통합을 모색하는 것이 그나마 생존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웅재기자



상인회장
김봉주 상인회장이 삼천포종합시장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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