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불, 빛, 그리고 진주
물, 불, 빛, 그리고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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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진주향교 사무국장)
시월이 오면 오래전부터 진주인들은 팔도의 흙을 모아 개천의 제단에 올리고, 남강에 불 밝히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고 흉내 낼 수 없는 고귀하고 거룩한 민족적 행사였다. 개천예술제, 진주남강유등축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은 진주의 상징이요, 7만 호국영령의 혼이 서린 촉석루와 진주성, 남강에서만 가능한 찬란한 행사인 것이다. 서울 한강변에 사람이 많이 산다고, 섬진강이나 소양강에 유등을 띄운다고 역사성이 없고 민족정신이 결여된 행사가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작년에는 몰염치한 서울시장 때문에 참 시끄럽고 성가신 해였다. 남의 것을 슬그머니 모방해 놓고 자기들것이라고 우기는 철면피한 사람들, 만나주지도 않고 대화마저 거부하고 힘만 믿고 우기던 사람들. 그러나 진주시민은 위대했다. 서울 등축제를 저지하기 위해 이창희 진주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을 신호로 노도와 같이 일어선 진주시민들. 진주정신은 살아 있었다. 임진 계사년에 7만의 선열이 몸 바친 진주성. 진주인들은 그 정신이 그대로 계승되어 정의를 위해서는, 진주를 위해서는 최후의 한사람까지 구차한 목숨에 연연하지 않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마침내 박원순 서울시장은 항복하고, 우리 진주유등축제는 승승장구하여 이제는 진주시민만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축제만이 아닌,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정성 모아 남강에 불 밝히고 개천제단에 다시 헌토하고 축제는 시작될 것이다. 세계인이 참여한 그 민족의 고유 등(燈)으로 남강은 세계의 무대가 되고, 오색찬란한 불빛은 하늘과 땅과 강 위에 찬란할 것이다. 부교가 놓이고 유람선이 다니며 우리의 전통가락이 울려 퍼질 것이며, 물과 불과 빛이 어우러진 장관은 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서커스도 오고 팔도의 각설이도 모두 몰려와 한바탕 신명나게 놀다갈 것이다. 남강변에 희망등 터널이 생기고 장작불 지피고 통돼지 걸어놓고 빙글빙글 돌리며 막걸리잔 기울이며 너털웃음 짓는 촌로의 모습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구월이 가면 찬란한 시월이 올 것이다. 호국의 종각에 종이 울리면 하늘이 열리고 오색찬란한 불꽃은 하늘을 수놓고 남가람 푸른 물위에는 화려한 유등이 빛날 것이다. 아 ! 가슴 설레는 진주의 시월, 시월의 하늘은 더욱 푸르고 시월의 남강은 더욱 맑을 것이며 진주인의 가슴마다 충절의 정신이 용솟음칠 것이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고 따라 할 수 없는 진주만의 10월 축제. 진주의 시월은, 진주의 시월은 참으로 찬란할 것이다.
 
심동섭 (진주향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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