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다리野] 함양 천년교
[아이고 다리野] 함양 천년교
  • 최경인
  • 승인 201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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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노디를 건너온 천년의 사랑이야기


군민건강 걷기 대회1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을 걷는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의 하나가 아닐까.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중의 하나로 단연 함양을 꼽고 싶다. 함양에는 가을을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곳, 천년의 숲 상림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상림공원에서 가을 시간 속을 걷노라면 등 뒤로 지나간 시간을 잡으려는 빛 바랜 잎들, 머리 위의 태양과 마주보는 붉은 잎, 여전히 푸름을 자랑하는 잎과 꿈틀거리는 생명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숲을 따라 나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는 위천(渭川)도 만난다.


◇고향은 잊어도 상림공원은 잊지 못한다

상림공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인공림으로 최치원 선생이 함양 땅에 남긴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천연기념물 154호이며 넓이는 6만여 평, 숲의 길이는 1.6㎞, 폭은 80~200m에 달한다.

상림숲은 120여 종에 달하는 나무들이 얼마나 무성한지 여름의 강렬한 햇빛도 고개를 숙인다. 숲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한잠 청하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여름의 눈치도, 간섭도 받을 필요없는 해방된 곳이다.

1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상림공원은 함양의 제일가는 경승지이자 풍치림으로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이 아름다워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함양에 발을 들였다면 꼭 들러봐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고향은 잊어도 상림공원은 잊지 못한다’는 함양 사람들의 소중한 휴식처이자 마음의 고향 상림공원. 함양의 젖줄인 위천이 늘 어루만져줘 오랜 세월을 걸쳐 지금까지도 푸름을 간직한다.


◇사랑을 이어주는 오작노디의 부활

최근 함양군에 ‘천년교’라는 다리가 생겼다. 천년교는 1100여년 전에 조성된 상림공원과 2010년 조성된 어린이 공원을 잇는 다리다. 천년교 덕분에 상림공원을 따라 걷다 만난 위천을 직접 건널 수 있게 됐다.

함양군은 도심의 남쪽으로 위천수가 흐른다. 남북을 생활권으로 북쪽이 도심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잇는 다리는 1978년 건립된 1교를 시작으로 2교, 3교가 30여년 간 군민과 함께 행복과 발전을 잇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최근 상림권 개발과 함께 2002년 12월30일 고운교 건립에 이어 2013년 9월27일 천년교(도보 전용)가 건립되면서 상림을 중심으로 한 개발계획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천년교는 오작노디(오작 징검다리)의 부활이다.

신라 후기 대학자 최치원(孤蕓 崔致遠·857~?) 선생이 지금의 함양인 천령군(天嶺郡) 태수로 있을 때 매년 물난리로 하천이 범람하여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자 제방을 만들고 물길을 돌려 나무를 심고 가꾸어 상림을 조성했다. 지금의 수목들은 그때 심은 나무들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제방을 만들 당시 건너편에 살고 있던 총각 하나가 함양성 안에 살고 있던 처녀를 사랑하여 매일 밤 시냇물을 건너왔다. 이를 알게 된 선생이 가엾게 여겨 돌다리를 놓고 일반 백성들은 다른 길로 다니게 하였으니 이를 놓고 사람들이 오작노디라고 불렀다.

그때의 노디는 홍수로 없어지고 1000년이 지난 지금 함양군에서 천년교로 부활시켜 오작노디의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천년교준공2
천년교
◇천년을 잇는 다리 ‘천년교’

천년교는 함양읍 죽곡리 어린이공원(백연유원지)과 교산리 상림공원을 잇는 길이 90m, 폭 4m 규모로 보행자 전용교량이다. 군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천년교 건립사업은 경남도로부터 20억원을 지원받아 2012년 3월12일 착공해 2013년 9월27일 준공했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나무데크와 야간 경관조명도 설치했으며 상림공원 주변 관광인프라 확충과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함양군은 이 교량이 준공됨으로써 상림공원 활용도가 높아져 지역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천년교’란 명칭은 신라시대에 조성된 상림공원이 천년의 역사를 가진 점과 연인과 가족이 다리를 건너면 천년의 사랑과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완공을 앞두고 함양군은 교량 명칭을 공모하여 접수된 121건의 명칭 중 1차 자체선정위원회 개최와 군청 공무원과 군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함양군조정위원회, 군의회 간담회 등의 심사를 거쳐 ‘천년교’로 확정됐다.


◇천년 이후의 함양에게 전하는 선물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선비의 고을로서 예향이 특출해 뛰어난 학자들과 나라를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버린 충효지사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다.

함양군은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상림공원과 어린이공원을 잇는 천년교를 통해 함양의 어제와 내일을 잇고자 한다. 천년교의 저편에 아이들의 꿈이, 함양의 희망이 자라고 있으며 그 길의 끝에는 함양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위천이 긴 세월 말 없이 상림과 함께 흘러 왔던 것처럼 천년교 또한 참아주고, 견뎌주고, 침묵해 주며 말 없이 걷는 것을 허락해 줄 것이다.

상림을 걷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최치원 선생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상림이 그러했듯이 우리의 후손들은 천년교를 걸으며 천년 전의 우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림공원이 최치원 선생으로부터 물려받은 최고의 선물인 것처럼 천년교는 천년 이후의 함양에게 물려줄 선물이 됐다. 이제 천년교는 천년 이후의 후손들을 위해 천천히 숨쉬기를 시작한다.


천년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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