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신발의 신어보라
상대의 신발의 신어보라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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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창원 박달나무한의원장)
몇 주 전의 금요일이다. 진료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소파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침실로 가려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허리가 펴지지가 않았다. 평생 한 번도 허리가 아파보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 억지로 허리를 펴보려고 하니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것도 불가능하다. 거의 기다시피 침실로 와서 몸을 눕히니 별 생각이 다 든다. 하도 직업적으로 허리 아픈 분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우선 드는 생각은 ‘관련근육 어디에 이상이 있는 걸까?’, ‘이 정도 통증이면 치료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하는 어쩔수 없는 의사로서의 생각이었다. 곧이어 ‘내일 환자분들이 많이 오는 토요일인데 큰일났다. 내일 아침까지 회복 안 되면 진료를 어떻게 하나?” 하는 환자로서의 생각이었다.

아파보니 환자의 마음이 절절하게 이해가 된다. 평소에 배운 대로 환자분께 해드리던 “충분히 쉬셔야 합니다.”, “너무 무리하시면 안되요”라는 말들이 얼마나 공허한지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대부분 환자분들은 필자와 같이 아프지만 일을 쉴 수는 없는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일을 꼭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그나마 악화를 막을 수가 있는지 같은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의 입장에 서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한 사자성어 ‘역지사지’와 비슷한 영어표현으로 ‘상대의 신발을 신어보라(put yourself in one‘s shoes)’는 표현이 있다. 재밌는 비유이다. 신발은 개인의 지위, 입장을 대변한다고 봤던 서양의 시각에서 유래된 표현이라고 하는데, 신발만큼 개인에게 맞춰진 의복이 없다는 면에서 보면 굉장히 적절한 표현이다. 이처럼 개개인의 입장을 타인이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필자의 경우도 허리를 아파보니 그간 환자의 아픔, 불편함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진료를 했었나 다시 한 번 반성해 보게 된다. 일종의 강제적 역지사지랄까. 최근에는 임산부 체험복, 류마티스 체험복과 같이 환자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들도 개발되었다고 하니 일종의 사회적 약자인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며칠간 요통으로 고생하다가 같이 일하는 원장님의 침치료와 사혈치료로 극적으로 요통이 호전된 이후 이제는 완전히 요통에서 해방되었다. 인간의 마음이 간사한 것이 건강을 찾게 되니 아플 때의 생각은 덜하게 되는 것 같다. 평소 바른 자세도 덜 신경쓰게 되고 운동도 자꾸 빼먹게 된다. 하지만 환자입장에서 진료하고자 했던 마음가짐만은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려 한다.
 
이재윤 (창원 박달나무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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