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辱說)
욕설(辱說)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태완 (칼럼니스트)
후당(後唐) 때에 풍도(馮道)라는 정치가는 전당서 설시편(舌詩編)에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口是禍之門)이요, 혀는 제 몸을 베는 칼(舌是斬身刀)이로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安身處處牢)하리라” 하였다. 말은 한번 뱉고 나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고대 희랍의 정치가인 데모스테네스도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나라 욕설의 으뜸은 김삿갓이 길을 가다 서당에서 재워줄 것을 청하나, 훈장이 미친 개 취급으로 내쫓음에 대한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일 것이다. “書堂乃早知(서당내조지)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 보니,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방안에는 모두 귀한 물건들일세.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학생은 전부 열 명도 채 안되고,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훈장은 와서 만나주지도 않네.”

욕설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국가나 다 있다. 예를 들면 같은 뜻의 욕이지만 한국의 ‘○○’을 ‘쿠소’를 쓰면 일본인, ‘카오’ 혹은 ‘차오’가 나오면 중국인, ‘Bloody Hell’을 뱉으면 영국인, ‘Fuck‘이나 ‘Shit’인 경우 미국인, ‘호데르’를 쓰면 스페인, ‘키바소트’는 헝가리다. 언어의 장벽은 높아도 욕설만큼은 특이하게도 어느 국가의 말인지 알아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김영오씨는 4월17일 진도체육관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막말을 했고, 대통령과의 면담이 좌절된 뒤 청와대 인근에서 또 막말을 했다. 경찰이 청와대로 향하는 자신을 제지하자 김씨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그는 “이런 ×××들이(나를 보고) 웃고 지나가고 그러니까 대통령이란 ×이 똑같은 거야. 너희들이 충성을 바치니까 ×× 저 안에 있는 대통령이 똑같은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통, ○삼이, ○모가지, ○가리’. ‘○ 도축하다, ○중이, ○친네’. ‘○가리, ○ 할 놈, ○○놈,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 값을 해야지, ○○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박이, ○○○개새끼, ○○○죽일 놈’ 등 수없이 많았다. 대통령이란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욕을 들어먹는 그런 자리’였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는 처벌할 수 없는가. 구형법 제104조의 2(국가 모독 등)는 1988년 삭제되어 지나친 언사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는 정도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명시하고 있다. 형법 제107조와 108조에는 외국원수와 외국사절에 대한 모욕죄를 규정하고 있는 정도다.

참다 못한 박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9월16일)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권의 이런 발언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국회의 위상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욕설 혹은 막말은 타인의 인격을 비하하거나 무시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품격까지 떨어뜨린다. 욕은 속성상 쓰면 쓸수록 거칠어지고 삶을 팍팍하고 삭막하게 하며, 사회를 거칠게 만든다. 세월호 침몰 이후 대한민국호는 세월만 축내면서 국론은 분열되고 막말이 난무하면서 한 치 앞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한민국호에 탑승한 국민들은 속에서 천불(天火)이 나 차라리 국회를 해산해 버리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오가는 말이 고우면 듣기도 좋고 쓰기도 좋다. 우리 모두 고운 말과 국민의 지혜를 모아 세월호 문제를 한번 뻥 뚫어보면 어떨까.

 

강태완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