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솔직히 인정하고 논의 시작하자
증세, 솔직히 인정하고 논의 시작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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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증세 논란이 뜨겁다.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하던 박근혜 정부가 줄줄이 세금 인상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담뱃값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담배 한 갑에 2000원 이상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주민세·자동차세·지역자원시설세 등도 내년부터 2~3년에 걸쳐 2배 정도 올리겠다고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총 4조원 이상의 추가세수가 확보되는 셈이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왔던 정부의 입장이 곤란하게 되었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왕창 늘어나게 되었는데 정부는 여전히 증세는 없다고 펄쩍 뛰고 있다. 증세의 단순한 의미는 세금을 늘리거나 세율을 높이는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세금이 늘어났으니 증세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최경환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아니라고 말한다. 담뱃값 인상은 ‘세수목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건강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란다. 각종 지방세 인상에 대해서도 ‘복지지출 때문에 어려워진 지방자치단체들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금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박근혜 정부가 증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라는 강변이다. 증세는 맞는데 아직 본격적인 증세정책은 아니다 라는 말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해석하기 참 어려운 답이다.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이번 증세의 내용이 서민증세라는 비판이다. 담뱃값 인상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아니라고 해도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서민주머니를 터는 모양새가 되었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더 많이 소비하는 담배에 대한 세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서민층에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담뱃세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이 물게 되는 간접세다.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역진성의 문제가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담세능력이 큰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추가로 물리지 않고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은 조세형평원칙에도 맞지 않다. 야당에서 서민증세라는 공세가 당연히 터져 나올 만하다.

증세를 해야 한다면 소득세, 법인세 등 국세의 근간을 건드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득세에 대해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고 소득구간도 한 단계 추가하자는 의견이 많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반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이명박 정부 이전인 25%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일본처럼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인상해서 세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있다. 단번에 확실하게 세수증대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증세효과가 크지만 소득역진적인 데다 소비위축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증세는 국민적 공감대와 솔직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꼼수증세라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재정적자 확대와 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추가비용 마련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증세규모로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에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누구에게 어떻게 더 거둘 것인지 모든 방안을 열어 놓고 장기적인 증세방안과 증세 순서를 국민 앞에 내놓고 동의의 구해야 한다. 세금은 국가가 국민에게 맡겨놓은 돈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땀 흘려 번 돈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거둬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증세에 앞서 국민 동의는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이참에 국세의 지방세 전환, 국비 지원비율 상향조정 등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근본적 대책도 나와야 한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안으로는 지자체의 세수증대나 재정확충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방정부에서도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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