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담배탄화액 섞어 뿌려 벌레 퇴치
은행·담배탄화액 섞어 뿌려 벌레 퇴치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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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김장채소
지난 23일은 절기상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이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서늘하여 가을 기운이 완연한 절기에 태풍 풍웡이 영향을 미치며 많은 비가 내렸다.

다행이 우리나라로 접근하기 전 태풍의 위력이 약해지면서 열대성저기압으로 바뀌어 큰 피해는 남기지 않았다. 추석 전에는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 일조량이 부족하여 애를 태우더니 추석이 지나자 맑고 쾌청한 날이 계속 되었다. 태풍은 큰 비를 몰고 왔지만 가을 가뭄이 시작할 무렵 때맞춰 내린 반가운 단비였다.

가을비를 흠뻑 맞은 김장 채소는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김장채소 특히 무는 자라는 대로 솎아 먹는 재미가 크다. 씨앗을 뿌릴 때 조금 배게 뿌려 어릴 때는 솎아 겉절이로 해먹고 자라는 대로 뽑아 요긴하게 이용한다. 비를 맞고 싱싱해진 무를 솎아 뜨거운 물에 데쳐 나물로 무쳐먹고 나머지는 시래기국을 끓여 먹었다. 화학비료는 물론 농약을 뿌리지 않고 키운 김장채소라 한 포기도 버리지 않고 이웃에도 나누어 주었다.

무를 솎은 어머니께서 벌레가 많다며 약을 치라고 했다. 농약을 뿌리는 대신 늘 해왔던 대로 벌레가 싫어하는 탄화물 중에서 이번에는 은행과 담배탄화액을 섞어 뿌렸다. 이웃 집 아주머니께서는 익숙한 듯 불 냄새 나는 것 치냐고 물었다. 식물탄화물에는 목초액과 같은 독특한 냄새가 난다. 화학농약처럼 벌레를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쫓거나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주 한 번은 뿌려야 하는 것이 흠이면 흠이다. 대신 탄화물을 이용하여 키운 채소나 과일은 맛과 향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부지런히 만들어 이용한다.

아내는 끝물 고추를 따 장아찌를 담겠다고 했다. 8월에 붉은 고추를 마지막으로 따고는 방치해 두었던 탓에 제멋대로 자라 있었다. 고추 대는 싱싱한 것 같은데 열린 고추는 붉게 변하기 전에 병들어 떨어지거나 물러버렸다. 다행스럽게 최근에 열린 끝물은 병반이 나타나지 않고 싱싱하게 남아 있었다. 싱싱한 고추를 따 모으니 겨울 밑반찬 거리는 되겠다고 했다.

올해 처음 단감을 수확하여 공판장에 출하해 보았다.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과일 값이 예년에 비하여 형편없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단감 중 조생종인 서촌은 식감이 좋지 않아 나누어 먹어도 좋은 이야기를 듣기 어려울 것 같아 적은 양이었지만 따로 처분할 방법이 없어 공판장에 출하해보기로 했다.

올해 처음 하는 작업이라 익숙지 않아 겨우 몇 박스를 선별하여 포장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선별기를 설치하여 이용하기도 번거로워 눈과 손으로 고르다보니 더 어려웠다. 첫 출하를 하고 받아 본 가격이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올해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끝까지 잘 팔아보자며 아내는 웃었다.

폭우가 내리자 일거리가 또 생겼다. 배나무를 베어내고 심은 매실 밭에 물이 빠지지 않아 밭이 논처럼 물이 넘실거릴 정도였다. 삽으로 물고랑을 터주고 높은 곳은 깎아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내려갈 수 있도록 했다. 삽으로 물을 뺀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올 겨울에는 굴삭기를 불러 논바닥을 고르고 물길을 충분하게 터 주어야 할 것 같다.

‘2014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가 다가오면서 챙겨야 할 일이 많아졌다. 우리 회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선보이기로 했으니 재배일정에 맞춰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인기관에 의뢰하여 검사까지 끝내야 한다. 큰 행사가 아니라도 수확기를 앞둔 지금은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생산을 위한 마지막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정해진 탄화물을 섞어 마지막으로 단감과 대봉감에 뿌렸다.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약을 그렇게 자주 치냐고 궁금해 하지만 정해진 횟수의 탄화물을 뿌려야 맛과 품질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벼논의 벼가 며칠 사이 누렇게 황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벼이삭이 익기 좋은 일교차가 심한 맑고 푸른 가을 날씨가 계속되면서 벼이삭도 충실해졌다. 수확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물고를 낮게 터고 논바닥을 말려야 할 것 같다.
김장채소 탄화물 살포
탄화액은 화학농약처럼 벌레를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쫓거나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주 한 번은 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탄화물을 이용하여 키운 채소나 과일은 맛과 향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찬효·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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