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근본부터 바로 세우자
대학교육, 근본부터 바로 세우자
  • 경남일보
  • 승인 201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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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소크라테스는 저작은 없지만 걸출한 제자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로 인해 서양철학의 사상적 가치와 명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자 역시 맹자, 순자, 주자 등 후학을 통해 동양유학의 시조가 되었다. 한 학자가 연구에 몰두하면 한 사람의 성과를 이루지만 100명의 훌륭한 인재를 키우면 100명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이 교육의 힘이다. 미국의 교육학자 마틴 트로는 대학교육단계를 취학률이 15%미만이면 엘리트 단계, 50%까지는 대중화 단계, 이를 넘어서면 보편화 단계로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대학 진학률이 80%를 육박하므로 대학교육이 보편화되어 있다.



대학교육, 혼돈의 시대 지속

우리나라는 근대 고등교육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이념과 방식을 정립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일 대학 모델을 본받은 일본에 의해 독일식 교육철학과 일본식 교육방법이 도입되었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정에 의해 종합대학 중심의 미국 대학 모델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더욱이 우리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교육정책을 좌우해온 결과 전통과 단절을 극복할 방안이나 교육의 본질적인 이념 설정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특히 산업사회가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되고 세계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대학의 경쟁력은 곧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이 되었다. 그러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한 사람이 평생 여러 직업을 가지게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대학 위상과 교육목표는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대학이 고등교육의 정점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초과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연구중심에 기반을 둔 교육으로 근대 대학이념을 선도하던 독일의 경우도 미국의 실용주의 대학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국가 주도 평준화 모델로는 경쟁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랑스 대학도 지난 2007년 대학개혁법을 도입하여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대학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울 때가 되었다.

진리 탐구, 학문의 자유와 비판정신, 대학의 자율성 등을 지향하는 고전적 대학이념은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유용성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대학이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지만 우리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 온 구미 선진국 대학들은 실용주의가 아니라 고전적 모델을 따른 대학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글로벌 중심대학으로 명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고전적 대학의 이념, 즉 대학 본연의 역할과 사명을 21세기의 변화된 환경에 맞게 재창조해 나가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는 우리나라를 짧은 기간에 이룩한 경제발전과 높은 교육열 등 배울 점이 많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시적인 경제발전에 주로 치중해 왔다면 이제는 질적으로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로부터 배울 점이 많은 나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잘못된 점을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한 노력은 우선 우리 대학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우리의 미래는 대학이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이념과 목표부터 재정립해야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외형적 구조조정이나 드러난 문제에 대한 임기응변적인 처방으로는 국가적 현안이나 대학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이제는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교육 목표와 이념 정립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교육 실무자와 전문가의 논의를 뛰어넘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함은 물론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근본이 바로서야 미래가 튼튼한 것이다. 나라의 미래가 튼튼하려면 대학교육의 근본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 교육이 백년대계의 혜안으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의 이념과 목표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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