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산청시장>
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산청시장>
  • 원경복
  • 승인 201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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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향 가득한 시장에 추억의 소리 "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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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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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시장-어물전-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특색과 지역민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전통시장이 서는 날은 단순한 장날이 아니다. 교통, 통신이 발달한 지금에도 장날은 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날이다. 장날에는 아는 사람끼리 이웃, 친지에 대한 안부를 서로 전하고 병원도 찾고, 그동안 미루고 못했던 모든 생활이 이날 이루어진다. 산청에는 일곱 곳의 전통시장이 있다. 5일마다 장이 선다. 매월 1일과 5일에는 산청장이, 3일과 8일에는 생초장이, 4일과 9일에는 덕산장과 단계장, 화계장이, 그리고 단성장과 차황장은 5일과 10일마다 각각 열린다. 전통시장은 시장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산청을 가장 대표할 수 있는 산청시장을 둘러본다.



160여개의 점포가 품목별로 잘 정리된 시장

산청은 지리산 천왕봉을 끼고 경남의 서북부에 위치한 곳이다. 지리산의 맑고 건강한 기운을 받고 자라난 산약초가 유명한 곳이다. 산청은 삼청(三淸)의 고장이라 불린다. 산이 맑고, 물이 맑고, 사람들이 맑아 삼청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청시장은 산청읍 꽃봉산로에 자리잡고 있다. 읍 소재지 중심에 위치한 산청시장은 상설시장이다. 시장이 언제 처음 열렸는지 정확한 기록은 알 수 없다. 시장의 터줏대감들은 150여년 전부터 장이 섰다고 한다. 5634㎡ 부지에 160여개의 점포가 품목별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장이 서는 날이면 70여개의 난전이 들어서 고향의 정취를 한층 더한다.

산청시장은 사통팔달이다. 약초, 생선, 곡물, 의류 등 품목별로 구분이 잘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산청군은 매년 액면가 1만원인 내 고장 상품권을 5만매 발행해 군청 공무원을 비롯해 유관기관, 단체 등에게 보급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산청군에서는 2006년부터 아케이드 공사를 하고 시장 전용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전용 주차장은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편리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은 농촌지역의 인구감소 등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장날은 소통의 날이며 특별한 날

산청은 전체면적에서 산지가 78.6%에 달하는 전형적인 산간 농촌지역이다. 한때는 인구가 14만명에 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3만6000여 명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 간 인구가 줄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산청시장은 산청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시장의 상인들은 인근마을 주민들이 대다수다. 건어물전을 제외하고는 산청에서 직접 기르거나 지리산 주변에서 채취한 약초, 나물, 곡류가 주종을 이룬다.

1일과 6일, 장날이면 진풍경을 연출한다. 큰 보따리, 마대, 심지어는 그냥 척척 엮어서 한아름씩 들고, 머리에 이고 온다. 경운기나 오토바이, 농사용 트랙터를 타고 시장에 오는 특이한 장꾼도 있다. 장날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상거래 장이 아니다. 장날은 특별한 날이다. 모든 일상이 장날에 맞춰 있다. 교통통신이 발달되어 1일 생활권이 열렸지만 지역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장날만을 기다린다. 장날에는 누구나 친구가 된다. 그립고 반가운 사람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그동안 얘기도 나누고 지인이나 친지들 안부도 교환한다. 병원치료도 받고, 공공기관도 방문한다. 행복하고 살맛나는 날이 장날이다.

산청시장은 교통이 편리하다.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 산청IC 입구에서 및 국도 3호선에서 5분 이내에 있다. 매월 1일과 6일, 장이서는 날이면 인근 진주, 하동, 함양뿐만 아니라 부산, 서울 등 각지에서 시장을 찾는다. 산청은 맑은 산과 푸름의 기운이 서려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소박한 시골장의 인심과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그렇지만 군 단위의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세가 점점 약해지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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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시장 -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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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시장-약초시장
지리산의 건강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약초시장

산청시장은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절정을 이룬다. 상인 대수가 지역민인 관계로 마을마다 군내버스의 첫차를 타고 나와 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산청시장에 들어서면 건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입구부터 약초향이 가득하다. 산청시장은 사통팔달로 들어서는 곳이 곧 입구다. 농협중앙회 건너편 입구에는 장날이면 어김없이 난전이 선다. 맨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부부가 운영하는 약초난전이다. 부부가 지리산 자락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채취한 채소며 온갖 약초들을 판매한다. 주변에 사람들로 둘러싸여 왁자지껄하다.

“이것은 지리산 산마인데요, 위나 간에 좋고요. 이것은….” 약초 자랑에 한창이다. 부부는 30년 이상 산청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나하나에 금실 좋은 부부의 사랑과 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난전을 지나 시장 안에 들어서면 전문 약초꾼이 운영하는 상설 약초점포들을 볼 수 있다. 오가피, 황기, 구기자 등 전시된 약초만 30여종에 달한다. 이것은 상설점포라 약초를 생채, 건채뿐만 아니라 발효시킨 약초들을 어느 때나 볼 수 있게 진열되어 있다.

산청은 지리산 천왕봉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역이다. 예부터 효능 높은 자생약초가 많아 허준 등 명의들이 의술활동을 펼친 역사적인 한방약초의 본고장이다. 약초의 고장답게 산청에는 유명한 한약방, 한의원들이 있다. 시장 인근에 있는 유명한 동양당 한약방은 명성으로 인해 진맥을 받고 한약을 짓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설 지경이다.

군에서는 해마다 약초축제를 열어 왔다. 금년은 14번째 되는 해로서 10월2일부터 9일까지 산청IC 입구와 동의보감촌 일대에서 열린다. 산청약초가 유명한 것은 지리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산청군의 지속적인 노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개최한 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우리나라의 한방약초와 산청의 약초산업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어 산청시장을 찾은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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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티기


추억의 간식거리 흰가래떡 “뻥이요”

물가는 하늘같이 오르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전통시장 장터 인심이다. 과일전과 어물전을 지나 축협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또 다른 난전이 나타난다. 난전에는 아주까리잎, 고구마줄기, 토토라지, 건무 말랭이를 파는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변변한 좌판이나 포장지도 없다. 바구니와 검은 비닐봉지가 전부다. 그저 있는 그대로다. 난전을 지키는 상인들은 대다수가 지역민들이고 70세 이상이 주류를 이룬다. 고향의 어머니, 할머니 같은 분들이다. 그래서 더 정겹다. 이것저것 보고 있으면 그냥 한 움큼 담아서 건넨다. 저울도 필요없다. 오랜 경험과 인심이다.

“할머니 얼마인데요” 하면 평균 3000원~5000원이다. 가격은 몇 년째 같단다. 말만 잘 하면 그냥도 주신단다. 시골장터의 인심인 것이다. 이런 정겨움 때문에 5일장을 찾는 것이 아닐까. 봄이면 취나물, 여름이면 경호강에서 채취한 고둥 등 철철이 신선한 것들로 넘친다. 가을이면 귀하다는 송이도 볼 수 있다. 모두가 직접 채취한 것들이라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순간 어디선가 “뻥”하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미리 마음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 ‘뻥튀기’ 어린 시절 추억이 아련하다. 부모님을 졸라 따라간 시장의 어귀진 골목길, 뻥 소리에 귀를 막으며 신기해서 떠날 줄 몰랐던 시골장의 정취와 그리움이 들려온다. 산청장을 지키는 명물 중 하나다. 시설은 다소 현대화되었지만 흰가래떡 튀김은 아직도 추억과 최고의 간식거리다. 뻥튀기 냄새와 입구 기름집에서 풍겨오는 향기가 너무나 고소할 때쯤 되면 허기를 채워야 할 시간이다.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하고 다시찾는 별미

시장구경 중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시장의 별미를 맛보는 것이다. 전통시장마다 그 시장이 가지는 독특한 먹거리, 별미가 있다. 산청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산채비빔밥, 지리산의 풍부한 약초, 산나물에 구수한 고추장을 넣고 척척 비벼 한숟가락 입안에 가득하면 그동안의 피로나 시름이 한방에 날려 간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주인인 시장 터줏대감 문영애 할머니(86세). 나물을 묻히는 거칠어진 손마디마다 넉넉한 세월의 흐름을 대신하고 있다. 구성진 노래소리와 왁자지껄 촌로들의 구수한 목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3~4평 남짓한 공간이다. 이집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통 안주와 동동주가 있다. 짱떡이라 불리는 안주는 짭짤하고 구수한 맛에 동동주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막걸리 한잔하고 짱떡 한입, 또 동동주 그리고 짱떡, 번갈아 먹다 보면 어느새 주전자 하나가 빈다. 세월 가는 줄 모른다. 한번 맛을 본 사람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먼 곳에서는 택배로 주문한다고 한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먹거리는 산청흙돼지 삼겹살이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고소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연의 모습 산청, 산청이 곧 자연이다, 산청에 가면 골목골목 추억을 느낄 수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알싸하고 순박한 시골의 정, 5일장의 넉넉한 인심과 맑은 경호강을 닮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원경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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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시장 야채 채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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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시장 마늘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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