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痛症) 정치, 원칙 필요하다
통증(痛症) 정치, 원칙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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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세상에는 수많은 세계가 있다. 세계 속에는 그 세계를 존재하게 하는 법칙과 질서가 있다. 진정한 겸손은 여기서 나온다. 자신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를 상대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세상이치의 논거는 하늘과 땅과 사람에서 출발한다. 하늘에는 지혜로움이 있고 땅에는 덕스러움이 있으며 하늘에는 올바른 정신이 있고 땅에는 고요한 마음이 있다. 또한 사람은 하늘과 땅의 이치 가운데에 머물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가 있고 천지간의 이치가 없다면 인간의 존재도 무의미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기에 존재의 당위성을 마땅히 하고 싶다면 먼저 천지간의 조화로움을 알아야 한다. 한 걸음 물러서면 이 세상이치를 조금은 알 수 있건만 물러설 줄 모른다.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실종된 것은 정치가 그 본연의 자리인 정치의 존재이유를 망각한 데 있다. 세월호로 정치가 꽉 막혀 있다. 그 이유의 하나는 그것으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쓰나미로 1만여명의 목숨을 잃었지만 그것을 풀어 나가는 지혜는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



정치, 몇몇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어

정치가 이 땅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국가 운영과 관련한 큰 원칙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표류하고 있다. 정치가 상대 정치세력의 정치적 흠결에 목을 매고 진상규명이니, 정치적 대결로 치닫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정치개혁은 정치적·인적 물갈이 묘수를 찾지 못하면 힘들다. 그리고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못한 정치관행을 내려놓지 못하면 선진 정치 또한 쉽지 않다. 분명히 정치 실종이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비리, 불법, 부정부패, 차별, 모순, 불합리, 비효율 같은 세상의 잘못된 것을 바르게 해 나가는 것이 정치다. 정치 그 자체는 결코 멀리하거나 외면할 개념이 아니다.

정치는 인간의 사회활동 산물로서 반드시 필요한 장치고 활동이다. 정치의 어원을 보아도 그렇다. 정치는 나랏일(國事)이다. 정치는 국민의 의식주 차원의 민생은 물론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미덕을 갖추게 하고 특정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있다. 사람들이 국가를 이루고 산다면 정치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국민으로 산다면 결코 정치를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정치가 혼탁해질수록 오히려 정치에 대한 냉소나 양비론(兩非論)이나 무관심에서 벗어나 정치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 민생이 정치의 최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삶을 외면한 채 구호로만 외치는 민생, 무한대결로 치닫는 정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 새로운 사회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정치는 좋은 정치가 아니다.

통증은 아픈 부위에 대한 인지신호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무시한다면 몸은 오래 지탱할 수 없다. 그래서 통증은 우리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절실한 신호인 것이다. 통증이라는 신호로 생명을 온전하게 지켜내듯이 정치사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통증에 대한 인식과 진단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다양성은 소중한 가치다. 다양성 하나하나가 통증에 대한 처방전의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진흙탕 정치 일상은 반성 여지 있어

역사에 공짜는 없다. 어떤 과정에 대한 그 대가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정착과정인 시민혁명을 경험하지 못했고, 민주주의 작동원리를 경험적으로 추출하는데 미숙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금의 정치는 우리 역사의 자생적 근거에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 운영과 방향설계에 책임을 부여 받은 사람들이 진흙탕 정치를 일상으로 보이는 것은 반성의 여지가 있다. 통증은 사회조직 손상과 관련하여 치료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통증 정치는 소생 정치의 길이다. 비관적으로 볼 것은 아니나 큰 원칙은 보여야 한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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