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會)와 자랑
회(會)와 자랑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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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진주향교 사무국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회(會)에 가입하여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고 있다. 출신지역을 모태로 하는 향우회, 학연으로 맺어진 동창회, 일가끼리 모이는 종친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필자가 소속된 모임이 하나 있는데 참 가입하기도, 처신하기도 어려운 자칭 엘리트(?)집단이다. 주로 유가(儒家)출신들로 구성된 모임인데, 가입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어떤 사람이 가입하려고 할 때 조건, 학력, 사회적인 직위는 묻지도 않고, 먼저 “그 사람 제자랑 하나? 아는 체 하나? 있는 체 하나?”이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해당되면 가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살다보면 자신이나 자식에 대하여 더러 제 자랑도 하고, 많은 공부를 하여 아는 것이 있으며 아는 체도 하고, 살림이라도 좀 있으면 으스대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요즘은 자기 PR시대라고 하니 자신이 소개하지 않으면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 세상이니 적당한 PR은 괜찮기도 하련만, 그 잣대는 엄격히 실행되는 편이다.

너무 이렇게 엄격한 잣대도 문제지만, 사실 너무 자랑이 심한 것도 문제이다. 필자의 주변에도 입만 열면 제자랑 이요, 자기 말에 도취되어 도끼자루 섞는 줄 모르는 사람이 있고, 어떤 좌석에서 80~90%를 혼자의 말로 세월을 허송하는 사람도 있으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매우 유식하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해서 모두에게 유익하고 재미있어 한다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솔직히 말해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많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일이다.

사람이 모이면 대화란 상호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두고 모두가 뜻을 밝힐 수 있도록 고루 말할 기회가 주어져야지 혼자서 너무 많이 하는 자랑은 모두가 지루해 하고 식상해 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하루에 세 번 자기 자신을 살피라”고 하셨던가 보다. 오늘 내가 한 행동이, 내가 한 말이 혹시나 남에게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도에 지나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살다 가는 인생, 알면 얼마나 알고, 있으면 얼마나 있으며, 명예나 출세가 찰나의 뜬구름인데 뭐 그리 내세우지 못해 안달일까.

황진이가 사랑했던 화담 서경덕 선생의 유유자적한 삶이 신선한 교훈을 준다. “물이 고이면 강이 되지 못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아니한다. 내가 가는 곳이 집이요, 하늘이 이불이며, 목마르면 이슬 마시고, 배 고프면 초근목피가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은 세상이 어디 있느냐!”

심동섭 (진주향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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