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축제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
숲 축제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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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축제가 도시의 물결처럼 나부낀다. 도시의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차량과 사람들이 뒤섞여 복잡하다. 짜증 섞인 표정도 나타난다. 산과 숲에서는 볼 수 없는 표정들이다. 은은한 만족감 그리고 건강한 표정들, 이것들이 산림에서 나타나는 표정인데 말이다. 주 5일 근무가 정착을 하면서 산과 숲은 본격적인 사람들의 휴식장소이면서도 일주일의 휴식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무대가 되었다. 경제가 안 좋다는 이 시대, 산은 가장 돈이 적게 드는 곳이면서도 하루나 이틀 그 이상까지도 충분히 시간을 건강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은 조용하다. 그래서 산에 들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아무리 시끄러운 세상에 푹 젖어 있었어도 산에 들면 고요해진다. 침잠의 시간으로 빠져든다. 아무런 이야기도 필요 없어진다. 말을 하지 않아도 재미가 있고, 말을 하지 않아도 답답하지가 않다. 나를 부르는 소리도 없고,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지도 않는다. 경적 소리도 없고, 다툼 소리도 없다. 온통 고요함만 있다. 산과 나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 나는 금세 산의 세계에 빠져든다. 옛 사람은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했다. 산의 품속에 안겨 깊은 영감을 얻어 새 생명으로 태어나라고 했다.

숲에서는 사랑과 희망이 있다. 아름다운 산, 숲은 자연스레 선남선녀들의 사랑과 희망의 터가 되어 왔다. 그곳에서는 자연스레 사랑이 싹터 왔고 희망이 샘솟았다.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훔쳐보는 사람도 없었고, 누구도 그들의 사랑을 뭐라 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산, 숲은 그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어 그들만의 사랑과 희망을 싹틀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풍성한 숲에 들면 마음이 열리고 사랑의 마음이 움실움실 움트게 된다. 그것이 자연의 사랑이요, 사람의 사랑이요, 만물의 사랑이며, 희망을 이끌어주는 사다리가 되었다. 그래서 사랑을 하고 희망을 가지려면 풍요로운 산, 숲에 들 필요가 있다. 숲에 들어 모진 세파에 찌들고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고 길러야 한다.

산에는 온통 살아 숨 쉬는 것들로 활기차다. 새들이 즐겁게 날갯짓하고 동물들이 뛰논다. 나무들은 신선한 잎을 틔우고 숲에는 사시사철 맑은 공기가 흐른다. 꽃향기를 품고 흩날리는 바람을 안으면 꽃들의 다정스러운 얘기가 알알이 가슴을 파고든다. 골짝물이 신나게 바위 위를 구르면 바위는 묵직하니 앉아 그 물이 조잘대는 소리를 재미나게 듣는다. 풀벌레들은 찌르륵거리며 날아다닌다. 산에는 침묵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활기차게 움직이지 않는 것도 없다.

숲에 들어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때로는 독창으로, 때로는 합창으로 노래 부르는 숲 합주단에는 하나같이 음악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것들뿐이다. 어느 것 하나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는다. 소리 없이 앉아 있는 둔탁한 바위도 골짝물로 하여금 영롱한 소리를 나게 하고, 가만히 서 있는 나무도 바람의 연주자로 하여금 낭랑한 소리를 내도록 한 줄기 현이 된다. 산에 들어 맑은 기운을 얻고 생활에 임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활력이 있다. 산이 준 선물을 온 몸과 정신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산, 숲에서 레포츠 축제를 열어야 한다. 여러 도시에서는 숲 속에서 산림레포츠 축제를 열고 있다.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레포츠, 산의 축제다. 조용히 걸으며 숲의 향연을 만끽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고요한 숲 레포츠 축제를 열어야 한다. 그것은 산에 가는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음에 대한 보답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 산에는 임도라는 길이 있고, 그것을 잘 활용하면 참살이를 확실히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에서 숲에서 심신을 단련하며, 우리 지역의 산이 이렇게 좋은가를 새삼 느끼는 것도 좋다. 도시의 축제도 좋지만 진정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숲 축제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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