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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숲이 참 좋은 이 길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 <21>운리~덕산
최창민/강동현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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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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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운리∼덕산구간은 산청군 단성면 운리마을에서 시천면 사리까지 13.1km로 5시간이 소요된다. 난이도는 상급이다. 이 구간의 특징은 둘레길 중간에 웅석봉에서 남으로 길게 뻗어 내린 산줄기 용무림재를 넘는 것과 앞서 비경을 간직한 백운계곡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계곡의 이름 백운(白雲)은 바윗돌이 흰 구름처럼 백색이어서 그렇게 부른다.

운리에서 출발해 6.1km까지 된비알과 임도가 교차하는 오름길이고, 용무림재 산등성이를 넘어 나머지 덕산까지 7.1km는 마근담계곡을 따르는 내림길과 평지길이다. 웅석봉 남쪽 줄기는 양쪽에 마근담계곡과 백운계곡을 호위무사처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천하 영웅들이 부끄러워하는 것은/일생의 공이 고작 한 뼘 땅 차지한 것 뿐/푸른 산에 봄바람이 부는데/서쪽을 치고 동쪽을 쳐도 미처 다 이루지 못 하네’

백운계곡에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이자 영남 사림파의 거두였던 남명 조식(1501~1572)의 체취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 읊었다고 하는 유백운동(遊白雲洞·백운동에서 놀다)이라는 시다.

이 외에도 남명이 신발을 벗어놓고 쉬었다는 남명선생 장구지소, 목욕을 하면 저절로 지식이 생긴다는 다지소, 5개의 폭포 오담폭, 물살이 하늘로 오른다는 등천대가 꾸러미처럼 꿰어 있다.

웅석봉 허리춤에서 발원해 20번 도로 옆 덕천강까지 길이 5㎞에 달하는 계곡으로 10여개의 폭포와 소, 담이 줄지어져 있다. 열여덟 골짜기의 노래와 칠현의 유적이 있다고 전한다.

요즘은 백색 암반의 웅덩이에 빛나는 에메랄드 옥수가 일품이다. 숲과 어우러진 계곡은 굳이 구도와 색을 꾸미지 않아도 한 폭의 산수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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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리마을 앞 농지와 그 뒤 탑동마을 단속사지로 이어지는 시골풍경.




▲오전 8시, 운리마을 입구 대형주차장에서 산 쪽으로 난 들길을 따라 오른다. 원정마을 앞을 지난다. 둘레길은 곧장 이 산을 넘지 않고 산 하부와 들판의 사이길을 따라 에둘러 지나간다.

용도를 알 수 없는 황토무더기 옆을 지나 단성면 운리와 백운계곡을 잇는 7km 임도를 따른다. 맞은편 두루뭉술한 산은 석대산으로 운리 방향에 전원주택단지를 끼고 있으며 산 너머에도 별장 같은 집들을 보듬고 있다.

오전 8시40분,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인다. 지하여장군·천하대장군이 서 있는 통나무 원두막 쉼터에서 휴식할 수 있다. 지나온 곳을 뒤돌아보면 바둑판처럼 정리된 운리마을 들녘이 이채롭고, 그 뒤로 탑동마을 단속사지의 지리적 위치가 돋보인다.

오전 9시10분, 3.3km 지점부터 시멘트 임도를 떠나 왼쪽 산의 돌계단이 있는 방향으로 둘레길이 열린다. 본격적으로 산속으로 들어가면 지리산 둘레길 최고·최대의 참나무 군락이 장막을 연다. 지름 20∼30cm에 높이 20m에 달하는 20∼30년생 참나무 단지가 끝없이 펼쳐지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참나무는 초가을을 맞아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굴밤을 툭툭 떨어뜨리고 있다. 굴밤으로 만든 ‘묵’은 요즘이야 웰빙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귀한 몸이 됐으나 이곳에는 너무 많아 발길에 차이는 게 굴밤이다. ‘굴밤 묵’은 과거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어려운 시절 시골 농군들과 함께한 음식이었다.

그래서일까. 선인들은 나무 앞에 ‘참’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좋다’ 앞에 참을 붙여 ‘참 좋다’거나 수리 앞에 참을 붙여 ‘참수리’라는 의미로 썼고, 꽃에도 참을 붙여 참꽃(진달래)이라 했다. 참나무 껍질을 벗겨 지붕을 만든 것을 굴피집이라고 한다. 한번 지으면 20년은 너끈히 사용했다. 따라서 참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철쭉에는 독이 있기 때문에 ‘개’를 붙여 개꽃이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참나무의 학명 퀘르쿠스(quercus)도 라틴어로 ‘진짜’, ‘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참나무 군락지 중간에 첫 번째 작은 계곡을 지난다. 참나무 숲으로 파고드는 바람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어울려 청량하다.

오전 11시, 참나무 군락지를 빠져 나가 6.1km지점에서 드디어 이 구간 최고의 경치 백운계곡을 만난다. 계곡을 건너는 곳에 통나무로 엮은 나무다리가 정겹다.

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가장 먼저 직탕폭포가 나오고 이어 백운폭포, 다지소(多知沼), 용문폭포가 뽐을 내듯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진다. 상부 쪽에는 이름을 가진 폭포는 없지만 아기자기한 담과 소가 한동안 이어진다.

암반을 타고 흐르거나 떨어지는 물은 빠르게 흐르며 계곡을 울린다. 그러다가도 담에 고인 물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적이며 맑고 깨끗하다. 이 구간의 계곡산행이 차츰 알려지면서 여름철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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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최대의 참나무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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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계곡


백운계곡을 건너면 마근담 1.9km, 덕산 8.4km 이정표가 서 있다. 10분을 더 오르면 해발 549m, 이 구간의 최고지점인 용무림재에 선다. 이때부터는 오름길이 없는 사실상 하산길이다. 그러나 마근담의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잠시도 계곡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마근담은 막힌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내것과 남의 것이 따로 없고 아귀다툼도 없는 행복한 세상을 이상향이라고 할 것이다. 이곳에 도원경을 꿈꾸며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에코빌리지가 있다.

마근담 에코빌리지에는 총 42가구에 90여명이 살고 있으며 물가의 농지와 하우스에서 채소와 먹을거리를 유기농으로 재배·생산해 생활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과거 한 가닥씩 하던 사람들이다. 대형 선박을 몰고 대양을 누볐던 마도로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교수, 서울 소재 대형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했던 담임목사, 규모 있는 학원을 경영했던 원장, 제주도 휴양지 호텔에 몸담았던 호텔리어 출신 등이다.

약 20여년 전부터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산골짝으로 모여들어 마근담 에코빌리지 공동체를 형성했다.

마근담에선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계곡 중간의 폭포와 웅덩이들은 백운계곡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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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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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에 감이 익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 농업인이 곶감을 걸어 건조시킬 대나무를 손질하는 모습.


계곡 중간 곳곳에는 몇 채의 현대식 별장과 가옥들이 들어서 있고 일부에서는 별장 건축이 진행 중이다. 양지 바른 곳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벚나무는 벌써 단풍이 들어 눈앞에 다가온 가을, 그 시간의 흐름을 실감케 해준다.

낮 12시, 계곡 하류 덕산에서 만난 농업인은 대나무 뭉치를 계곡물에 쏟아놓고 수세미로 씻고 있었다. “대나무를 어디에 쓰려고 씻고 있습니까?” “곶감을 깎아 걸어놓을 대나무입니다.”

산청 곶감은 유명하다. 해마다 1300여 농가에서 고품질의 산청 곶감 2300t을 생산해 350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리 마근담계곡 등에서 생산되는 덕산 곶감이 유명세를 타면서 최근에는 미국에까지 수출되고 있다.

사리에 도착해 산천재 남명선생 기념관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산천재는 남명이 61세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가지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하던 곳이다. 산천이란 주역의 대축괘로 ‘굳세고 독실한 마음으로 공부해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생의 학문과 인격을 완숙한 경지로 끌어 올린 곳이다.

남명은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이곳에 터를 잡고 왕에게 세 차례 상소문을 올렸다. 국가와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을 것과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을 건의했다.

둘레길은 덕천강가로 향한다. 오른쪽에 공사가 진행 중인 대형 건축물은 선비문화연구원이다.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덕산 덕천강가에서 지리산 둘레길 21회차가 마무리된다.

최창민·강동현기자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지도제공=지리산둘레길 사단법인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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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들고 있는 마근담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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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강가 둘레길 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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