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의 분노
작은 것에의 분노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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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시인, 수필가)
요즈음 영화배우 김부선의 아파트 난방비 문제가 화제입니다. 일이 복잡하게 얽히고 반전에 반전되는 게 보도되면서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던 사람들도 그때마다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사실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언론의 사명이긴 합니다만 보다 신중을 기했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말입니다.

언론의 보도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이제 막을 내린 인천 아시안 게임 때 일본 수영선수의 취재진 카메라 절도사건에 대한 보도도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티브이를 보다보니 일본 선수단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게 아니던가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지금의 이 짧은 글이 그 사건을 다시 들추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일본의 아무개 선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해서 귀국조치를 당했다고만 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랬더라면 그것을 대하는 일본 국민들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선정적 보도로 해서 굳이 수치심을 유발시킬 필요가 있었을까요? 요즘 같은 세상은 그 정도로만 보도해도 무슨 일인지 금세 다 알게 됩니다. 사실대로 전하는 게 언론의 사명이라 해도 부끄러운 일은 얼마간 덮어주는 아량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렇다고 여기서 언론의 보도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작은 것들에 분노하고 지적하는 일에 너무 서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난방비 문제, 도전(盜電), 교통법규를 어기는 것, 쓰레기 무단투기, 하다못해 남의 일을 방해하는 것 등등 수없이 많습니다. 물론 그게 당하는 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작은 일도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만 포괄적 범위의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보면 작은 일이겠지요.

그렇듯 작은 일이기에 우리는 흔히 그냥 넘어가곤 합니다. 아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남들이 그러는데 나만 그러지 못하면 바보 같다는 터무니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스스로를 모자라는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사소한 그것들이 범죄라는 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더러는 군중심리에 편승해 가책 없이 따르기도 하고요.

우리는 그런 일들 때문에 벌어지는 온갖 사회적 개인적인 문제에 부딪치며 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타성에 젖어 확실하게 지적하거나 들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별반 분노하지도 않으면서 지나가고 맙니다. 시쳇말대로 하면 혼자 꿍얼대다가 마는 정도이지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비록 작고 하찮을지라도 온당치 못한 것과 불의한 일에는 느끼는 대로 분노하고 또한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사회는 개선되고, 나만 그러지 못하면 바보 같다는 그 터무니없는 피해의식도 사라지겠지요.

하고보면 앞에 얘기한 김부선의 난방비 문제에 대한 것이나 일본 수영선수에 대한 선정적 언론보도에 대한 이야기도 그쯤으로 가름되겠습니다.

전미야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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