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14)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14)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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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14)
<75>박태일 교수의 지역문학 연구(1) 
 
최근 박태일 교수가 필자에게 4권의 저서를 보내왔다.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 ‘마산 근대문학의 탄생’, ‘동화시집’(마르시크 지음 백석 옮김), ‘옥비의 달’(시집)이 그것이다. 백석이 번역한 러시아 작가 마르시크의 ‘동화시집’을 박교수가 엮어낸 책은 최근 신문 문화면에 기사로 소개가 되어 책이 오기전부터 정보를 얻은 터였다. 박교수의 열정과 연구열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저서들이다.

필자는 지역에 있는 대학의 문학 교수가 할 수 있는 일로 지역문학에 대한 자료 집성과 연구,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지역문학 현장에 대한 비평작업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제 우리 지역은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마땅한 연구자와 비평가를 만나 지역문학 발전에 한 계기를 갖게 된 것이 다행한 일로 여겨진다. 필자는 얼마전 경남도사 집필위원으로 경남 현대문학 총괄편과 현대시편을 쓰면서 자료수집에 몇 달간 애를 먹었고 그리고 경남문학에 비평이 부실하다는 점을 심각하게 체감했다. 비평이 없는 지역문학은 방향타가 없는 항해를 생각하게 했다. 그러니까 소설가나 수필가 아동문학가 시인들이 그들 현주소가 어디 있는지를 거의 모르고 창작을 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어찌 잘못 들으면 비평가가 아예 없다는 뜻으로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아니라 일부 좋은 비평가가 있으면서도 비평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비평의 비평이 살아서 담론으로 궤도를 그어나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태일 교수는 이런 열악한 비평 현실에 하나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보인다.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에는 제3부 ‘지역문학의 길’이 눈에 띈다. “지역비평은 어느 데보다 ‘참말로 직이주는’ 환경 아래 놓여 있다. 앞날이 어둔 까닭이다. 어떠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인가, 두 가지만 짚자. 첫째 지역 작가가 지역비평에 대해 갖는 무지다. 작가의 작품 발표나 문단 행위는 그 자체 문학사회 안쪽의 공적영역이다. 혼자 방안에서 숨어서 하는 일이 아닌 이상 모든 문학 활동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뜻하든 그렇지 않든 작가가 하는 발표 행위나 문단 활동은 공공적 비평의 대상임을 놓치지 말 일이다.(......) 둘째, 지역비평 마당에 비평가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사람이 드물다. 있어 보았자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일 객쩍은 작품집 해설이나 기껏 풀어먹이면서 비평가연하는 이가대세다.”

요지는 지역작가가 비평에 대한 무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 지역에 바람직한 비평 행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평은 공공영역이라는 사실에 깨어 있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거기 훈련되어 있는 작가가 드물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지역에 본격비평가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필자도 이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례사 비평이라는 말이 있음에도 적의한 기준으로 적의한 결론이나 내는 사람에 속하기 때문이다. 양주동 박사의 말이 떠오른다. 연구나 작품에서 스스로 송장이 되어 떠내려 가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고 반면에 스스로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따꼼한 일침을 가한 말이 그것이다.

지역도 이제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른바 중앙문단의 부분적 비평에 의지해 기고만장하는 사람이나 비평이 무슨 역할인지도 모른 채 비평을 그냥 풍경으로 바라보며 기고만장하는 작가들이 다같이 비평의 프리즘을 통과하는 것이 필연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산 근대문학의 탄생’에는 ‘마산 근대문학의 탄생과 마산문예구락부’, ‘마산 근대 예술문화 백년’, ‘마산 근대문학의 흐름’, ‘마산 근대문학 백년을 읽는 다섯 가지 잘못’, ‘권환의 절명작 연구’, ‘김용호 시의 세계체험과 그 틀’, ‘민족시의 한 지평, 정진업의 공론시’ 등이 실려 있다. 연구자의 자료 탐색과 비평가로서의 그만의 비평이 어우러져 마산 근대문학의 속살을 짚어내고 있다.

필자는 책 머리부분 ‘사진으로 보는 마산 지역문학’을 넘기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마산 문예구락부’, ‘시조시학’, ‘자화상’(권환 시집) ‘동요와 소년시 새봄’,‘김용호서사시집 남해찬가’, ‘푸른 별’,‘정진업시집 풍장‘,’김수돈 시집 우수의 황제‘, ’김상옥 시조집 초적‘, ’김춘수 시집 인인‘, ’이원섭 시집 향미사‘, ’김태홍 시집 당신이 빛을‘, ’천상병시선 주막에서‘ 등의 표지를 보는 감회가 유달랐다. 필자는 아무래도 우리 지역과 문학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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