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재한가
김정은 건재한가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한-미 정보당국의 ‘김정은 정권 안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김정은은 이미 실각한 상태”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실권을 잃고 ‘꼭두각시 지도자’에 불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3일 이후 잠적 한 달을 넘기면서 건강 이상설뿐 아니라 쿠데타설 등 체제를 위협할 만한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타당성이 엿보인다.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북측의 세 인물은 세계의 이목을 한꺼번에 한반도로 몰아넣었다. 북한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는 올 들어 2인자에 해당하는 요직을 잇달아 꿰찬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에 이어 부위원장에 임명돼 2인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북한의 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 총정치국장은 주요 군 간부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과 군에 대한 정치·사상사업을 총괄하는 막강한 자리다.

최룡해는 총정치국장과 국방위 부위원장직을 각각 황병서 총정치국장에게 물려준 전임자다. 그는 지난해 말 장성택 행정부장 숙청 이후 공석이었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지난달 임명됐다. 김양건은 조선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다. 그는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북한 외교 일선에서 일해온 베테랑 외교관으로 2007년 5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돼 같은 해 10월에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이 정상회담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단독 보좌했다.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 세 사람이 한꺼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총정치국장의 방한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남북간 회담에도 참석한 전례가 없다. 북한은 지금 내우외환의 위기상태에 빠져있다. 지난해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돈줄 차단을 위한 각국 공조체제가 유엔 차원에서 대폭 강화됐다. 게다가 올해 말 김정은의 책임을 명시한 강력한 유엔 북한 인권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혈맹관계였던 중국도 한국과 먼저 정상회담에 나섬으로써 북한과는 등을 돌린 상태다. 올 들어 중국이 유류공급마저 중단해 북한에 목탄차가 등장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북측의 이번 행보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아시안게임 폐막을 하루 앞두고 이들의 참석을 통보해 온 것이다. 개막식이 아닌 폐막식에 정부 수뇌급에 해당하는 인물을 파견하는 예는 극히 드문 일이다. 북한의 2인자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북한에서는 엄격히 금지된 ‘공식 보디가드’를 대동한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특히 황병서를 밀착 경호한 경호원은 평소 김정은 위원장을 보호하던 호위총국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번 남북수뇌급 회담에서 얻은 결론은 이달 말이나 11월 초 사이에 2차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 전부였다. 남북관계는 지난 2월 설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이산가족 상봉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 8월 한국이 북측에 제의한 남북고위급 접촉 재개에 대해 북측은 두 달여 동안 회답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안정 속에 협력하는 동북아를 구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 “유엔이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지금까지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아이러닉하게도 남한이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의 자유민주체제를 유지·발전시키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배려에서 온 것이었다. 오늘날 문명사회에서 대를 이어 나라를 오로지 하는 곳은 북한밖에 없다. 북한은 정상을 되찾아야 한다. 북한은 저들이 봉착한 절체절명의 위기의 돌파구를 찾을 길은 남한밖에 없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주체사상이란 엉뚱한 이념에 갇힌 북한 주민을 푸는 길은 남한이 주도하는 평화통일의 길밖에 없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