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
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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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농학박사 ·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지난번에 이번 가을에는 식구들과 가까운 지리산을 찾아 멋진 단풍을 감상하면서 산행을 통해 맑은 공기도 마시고 그동안 잘 몰랐을 나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아울러 나무와 풀에 얽힌 전설까지도 들려준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 지역에 흔하게 분포하고 있는 찔레나무에 대한 전설을 소개하면, 고려 때 다른 처녀들과 함께 몽골로 끌려간 소녀 찔레는 그곳에서의 생활이 그다지 고되지 않아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찔레는 고향과 부모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찔레의 향수는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었다.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찔레를 가엾게 여긴 몽골의 주인은 찔레를 잠시 동안 고향에 다녀올 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고려의 고향집을 찾아 나선 찔레는 가족들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몽골로 다시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고향집 근처에서 죽고 말았다. 그후 그녀가 가족을 찾아 헤매던 골짜기 개울가마다 그녀의 마음이 흰꽃으로 피어나 찔레꽃이 되었다.

다음으로 효자나무로 알려진 맹종죽에 대한 전설이다. 중국 삼국시대 효자로 알려진 맹종은 기력이 쇠약하신 어머님께서 한겨울에 죽순탕을 자시고 싶다고 하자 대밭에 가서 자신의 체온으로 땅을 녹이자 그곳에서 때 아닌 죽순이 돋아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죽순으로 죽순탕을 끓여 어머님을 봉양하니 몸을 털고 일어나셨다고 하여 이 효자의 이름을 따 맹종죽이 된 것이다.

조팝나무를 수선국으로 부르게 된 데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에 수선이라는 이름의 효녀가 있었는데, 전쟁에 나갔다가 포로가 된 아버지를 구하러 적의 나라로 들어갔으나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수선은 아버지의 무덤에서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캐어 와 아버지를 모시듯 정성을 들여 가꾸었으며, 이 나무에서 핀 아름다운 꽃을 수선국이라 부르게 되었다.

옛날 어느 한 산간마을에 글 잘 쓰고 노래 잘하는 예쁘게 생긴 여자가 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여자의 재주를 칭송했고 귀여워했다. 그런데 이 여자의 남편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언제나 지극 정성으로 남편을 돌봤다. 제 아무리 돈 많고 권세 있는 사람들이 여자를 유혹해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 날 그 마을을 다스리던 성주가 그녀의 재주와 미모에 반해 그녀를 유혹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편을 돌볼 뿐이었다. 애태우던 성주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 했으나 그녀는 끝까지 성주의 말을 듣지 않았다. 성주는 화가 나서 단숨에 칼로 그녀의 목을 잘라 버리고 말았는데, 그녀가 죽은 뒤 성주는 그녀의 절개에 감탄하여 그녀의 시체를 남편이 살고 있는 집안 뜰 앞에 묻어 주었다. 그후 그 무덤에서 꽃이 피어나 집을 온통 둘러쌌다. 마치 장님인 남편을 감싸주려는 듯이 울타리가 됐던 것이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이 꽃을 울타리꽃, 즉 무궁화꽃이라 불렀다.

자작나무의 이름은 이 나무를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붙인 이름이다. 흔히 사람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화촉을 밝힌다 라고 하는데 이때 화촉이 바로 자작나무를 껍질로 만든 초이다. 끝으로 냄새를 소재로 한 누리장나무에 대한 애틋한 전설이 있어 소개한다. 누리장나무에는 애절한 남녀의 이루지 못할 사랑 이야기가 있다. 양반집 규수와 백정의 아들 간의 못다한 결실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후 두 사람을 합장해준 그 묘에서 나온 나무가 바로 누리장나무인데, 꽃의 향기가 백정을 닮아 그 냄새가 누린내와 같기도 하고 된장냄새와도 같다하여 이름 지어진 나무이다.

가을 단풍구경도 하면서 나무이름과 얽힌 전설까지 안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자연사랑은 물론 정서적인 심성까지 풍부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박남창 (농학박사 ·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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