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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일기장 갈피 속에서 20년을 곱게 견딘 은행잎 하나와 단풍잎 하나를 발견한 날이 있었다. 20년 전 어느 가을날, 어디에서인지 모르지만 그땐 제각각의 빛깔로 환했을 그 이파리들이 묵은 일기장 속에선 모든 빛깔들을 지우고 한빛으로 곱게 늙어 있었다.
사람의 일도 그러할까. 저마다 각기 다른 빛깔과 향기들로 쉽사리 하나가 되지 못하고 애면글면, 애만 태우던 사랑. 그 환한 마음이 들킬세라 세월의 갈피 속에 꼭꼭 쟁여 두었다가 행여 잊을세라 짬짬이 혼자서 몰래 들추어보기만 하는 사랑. 그렇게 세월이 지나면 그 세월 속에서 빛깔과 향기들을 다 떨구고 한빛으로 곱게 늙어갈, 아~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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