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타협과정을 보면서
세월호법 타협과정을 보면서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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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지루하고도 짜증나는 세월호법에 대한 협상이 지난 9월 30일 여야간에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 법을 위해서 여야가 보낸 세월은 세월호사태가 발생 하면서부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국민들이 새월호 유족들의 아픈 가슴을 위로하기 위해 숨을 죽이면서 발걸음도 조심 조심 걸을 정도였다. 벌려놓았던 행사 스케줄은 하나같이 뒤로 미루어 졌고 하던 가게 문마저 닫고 지낼 정도로 시장경기는 온통 쑥대밭이 되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덩달아 30도가 웃도는 한여름의 햇빛을 맞으며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혹시나 유족들의 눈살에 찍힐까 두려워 뒷골목 술집에서 조차 몸을 움추렸고 취임한지 얼마 안되는 해수부장관이란 사람은 유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차마 수염도 깎지 못한 채 유가족과 함께 천막생활을 했다. 대통령도 사고해역을 몇 번이나 방문하면서 사과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는 사이 세월호 유가족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목소리를 키워나갔다. 위원장과 수석 부위원장 또는 무슨 분과 위원장같은 직제를 만들고 대변인도 선임하였다. 그리고 서서히 활동을 시작했다, 세월호 사태의 진상을 조사하는 데에 자신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슈퍼맨으로 변해가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리고 그 진상조사위원회는 반드시 수사권과 기소권도 가져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왜 자신들이 그런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들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리고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성립될 수 없다는 자세다. 그러면서 급기야는 대리기사쯤이야 하는 호기(豪氣)로 야당의 어떤 국회의원 한 사람과 합세하여 집단 폭행의 가해자가 되는 곡절을 안게 되기도 했다.

이런 시간의 아픔들을 바탕으로 세월호법안이 여야간에 극적으로 타협을 본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세월호 희생자의 유가족들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세월호법안에 대해 합의하기를 두 번씩이나 했지만 번번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러 현상을 보면서 필자는 외국의 학자들이 왜 현대 의회정치의 위기를 수도 없이 외치고 있었는지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정당이 국민의 불신을 받은 업보가 저렇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해서다. 세월호 유가족은 이해당사자들이다. 이해당사자들은 어느 경우나 자신들의 특수 이익에 머무른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이익이란 다른 사람들의 이익은 아랑곳 하지 않는 자기들만의 이익이라는 얘기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서양 학자들은 “개별이익 추구의 정치(single-issue politics)“라고 말한다. 이는 주로 “떼(群) 뭉쳐 떼를 쓰는 수많은 떼의 정치”를 말한다. 이는 반정치(anti-politics) 즉 정당의 몰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당이란 무엇인가? 개별이익집단이 주장하고 있는 이익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은 정당이 해야 할 최우선적인 과제다. 그 주장이 다른 이익과의 충돌현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 후에 이를 “수렴”하여 국회에서 법으로 해결하거나 정부 정책으로 반영시키는 정치집단이 곧 정당이다.

여기서 “수렴”이란 개별이익집단의 이익을 무조건 받아드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형평성과 합목적성, 합리성과 합법성을 바탕으로 조절하고 조정하라는 것이다. 이번의 사태에서 정당이 보여준 행태는 개별이익의 수렴과정보다는 온전히 승복하는 자세로 일관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할 것이다. 설득과 조정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것은 정당이 취해야할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입법권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국회가 쥐고 있는 것이다. 입법권이란 무엇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편적 이익을 제도화시키는 권리다. 법률의 제정권까지를 특수 이익단체가 가지려 한다면 그것은 의회정치의 부정이다. 인간사회에 모래알만큼이나 많이 널려있는 있는 개별이익(me-first)을 그의 뜻대로 들어 줄 수 있는 정부는 이 지구상에 아무데도 없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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