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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교육의 중요성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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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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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의 일이다. 조금 늦은 밤에 퇴근하다가 대학 본관 앞에서 학생 한 명을 만났다. 학생이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 먼저 인사를 하면서 물어 볼 말이 있다고 했다. 캠퍼스에서 학생으로부터 인사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나 고맙고 반가웠다. 학생들이 총장에게 먼저 말을 하거나 질문하는 것을 무척이나 어려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평소에 “도전해라, 개척정신을 가져라”고 하며 “강의 시간이나 다른 시간에 질문을 하는 것도 도전정신, 개척정신의 하나이다”라고 우리 학생들에게 말하곤 한다. 그때부터 제법 긴 시간 동안 그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학교 현안에 대한 것이었다. 일반 학생이 학교의 주요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또한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기특해서 어느 과 학생인지 물어보고 “개척정신을 가지고 있어서 반갑다. 열심히 해라”는 덕담을 건네고 헤어졌고 그 일에 대해 잊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열흘쯤 지난 후 학교 안에 정체불명의 현수막이 하나 걸렸다고 했다. 알아보니, 그날 밤 이야기를 나눈 그 학생이 속한 어떤 모임에서 내건 것이었다. 문제는, 내가 하지 않은 말을 마치 내가 말한 것처럼 왜곡하여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조차 없는 내용을 내가 한 말이라며 버젓이 적어 놓았다. 실망감과 분노, 그리고 의구심이 복합적으로 생겨났다.

그날 밤 그 학생과 헤어져 집으로 걸어가면서 굉장히 유쾌한 기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가령 유명인(CEO, 정치인, 연예인 등)이 특강을 1시간 정도 하고, 1시간 동안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겠다고 하여도 학생들은 질문을 잘 안 한다. 그래서 미리 질문자를 군데군데 심어놓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학기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활 10계명’, ‘창의력 향상 방안’과 같은 주제로 특강을 하는데, 나중에 질문 있는 사람은 질문하라고 하여도 손드는 학생은 많지 않다. 그런데 그날 그 학생은 스스로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고, 학교의 주요 현안에 대해 많은 것을 물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는 진심으로 성의를 다하여 대화를 나눴다. 학생을 경계하거나 그의 의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선의(善意)에 대해 신뢰관계를 형성한 것이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생각하는 그대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그랬는데, 결과는 어처구니없게도 내가 하지 않은 말을 마치 내가 한 말인 것처럼 왜곡하여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게 아닌가.

이 일을 겪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는 진심과 선의를 왜곡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진심과 정성을 다하여 진솔하게 나눈 대화 내용을 일방적으로 왜곡하여 퍼뜨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쪽으로 경도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적으로 간주하고 그 사람의 주장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흑백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상대방, 또는 그 집단에게 타격을 주기 위하여 말과 행동의 앞뒤를 자르고 왜곡하여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일상화하여 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하는 태도를 가지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타협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래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신뢰와 배려, 상호 존중과 같은 행동과 태도는 인성에서 나온다. 인성교육은 유아기 밥상머리교육에서부터 대학에서까지, 대학을 졸업한 이후까지 일상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경상대가 예절 인성 교육을 강조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가는 이유도 그 까닭이다.

진심과 선의는 인간관계의 기본이고, 대화할 때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바탕이다. 진심과 선의가 없이는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도 없고 일을 추진할 수도 없게 된다. 진심과 선의에 대해 서로 의심하면 단 한마디도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갈등과 다툼만 남게 된다. 진심과 선의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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