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15)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15)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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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박태일 교수의 지역문학 연구(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15)
<76>박태일 교수의 지역문학 연구(2) 
 
박태일 교수가 보내온 저서 중에 ‘마르샤크 지음 백석 옮김 동화시집’(박태일 엮음)이 있고 박태일 시집 ‘옥비의 달’이 있다. 박교수는 석사나 박사 논문에서 백석을 일부 다루었고 지역문학 연구에 관심을 떼지 않던 중 2010년부터 북한의 지역 쪽으로 관심을 넓혔다. 거기에서 1950년대 어린이문학가요 대표번역가인 백석의 번역물 마르샤크의 ‘동화시집’을 만나게 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어린이문학은 러시아 어린이문학의 강력한 영향권 안에 있다고 보면서 백석의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대해 주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의 백석 어린이문학 연구물은 마르샤크의 작품과 얽힌 연관성을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교수는 마르샤크의 ‘동화시집’ 전문을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11편의 동화시가 실려 있는데 현실동화시가 7편, 동물동화시가 2편, 전래동화시가 2편이다. 박교수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현실동화시 7편이 무거운 자리에 놓인다. 이념적 공민 윤리를 일깨우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제일 처음 실린 동물동화시 ‘철없는 새끼 쥐의 이야기’를 읽었다. 큰 쥐가 밤에 구멍에서 부른 노래/ “애기 쥐야 조용히 잠자거라!/ 빵 껍지랑 양초 꽁다리랑/ 너한테 줄게”//그 말에 새끼 쥐 대답을 하네/ “엄마 목소리는 너무도 가늘어,/ 엄마 나한테는 먹을 것 말고/ 아이보개 시중꾼을 구해다 줘!”

여기까지가 도입부인데 중심부에 들어가서는 어미 쥐가 집오리, 두꺼비, 말, 돼지, 암탉, 쏘가리, 고양이를 새끼 쥐 아이보개로 불렀다. 그런데 다 아이보개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쳤지만 마지막 고양이는 소리가 마음에 들어 그대로 두었다.

철없고 조그만 새끼쥐는/ 선잠결에 대답하네/ “그 목소리 참 좋기도 해/ 노래소리 어쩌면 달콤도 해라”// 어미 쥐가 달려와/ 잠자리를 들여다봤네/ 철없는 새끼 쥐를 찾았으나/ 새끼 쥐는 그만 간 곳이 없네…

이 구절이 마지막 두 연이다. 박교수는 이 동화시가 고양이와 쥐의 천적 관계를 빌려 ‘철없는 새끼 쥐’와 ‘어미 쥐’의 어리석음을 담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낱낱의 짐승이 내는 독특한 소리나 모습을 옮긴 데서 백석 번역의 능란함이 드러난다고 했다. 집오리-가 가, 두꺼비-뿌극 뿌극, 말-호호홍, 돼지-꿀 꿀, 암탉-꼬꼬대, 쏘가리-벌름 벌름(입을 벌리나 들리지 않는 소리), 고양이-야옹으로 이어지는 대비가 그렇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동화시집이 나온 두 해 뒤에 나온 백석의 창작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가 마르샤크의 동화시집과 유사한 부분을 열거하고 앞으로 본격적인 영향관계를 과제로 남겼다.

박태일의 시집 ‘옥비의 달’(중앙북스)은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이후 나온 시집이다. 우선 시집 이름이 된 ‘옥비의 달’을 읽기로 하자.

“땅콩밭 프르러/ 땅콩잎 고랑은 낙동강을 건너간다/ 물길이 감돌아 나가며 불러 앉힌 기슭은/ 푸른 빛 더 푸르게 당기고// 서서 웃는다 옥비/ 여름 묏줄기들이 한 차례/ 키를 낮추는 늦은 한낮/ 세상 여느 달보다 먼저 뜬 달// 1904년 음 4월 4일에 난 시인이/ 1941년 서른 일곱때 낳은 고명딸/ 1944년 네 살적 아버지/ 북경감옥으로 여읜 아이// 열일곱 번에 걸친 투옥과/ 고문이 짓이기고 간 이육사/ 곤고한 몸 맘을 끌고 요양 아닌/ 요양을 떠돌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육사 가고 난 원천/ 탄신 백주년 오늘 문학관이 서고/ 집안 어른에 묻혀 네 살 옥비 걷는다 울며/ 예순 네 살 옥비 웃는다// 어디 사시느냐 물었더니/ 일본 신사/ 어떤 팽팽한 인연이 놓지듯 옥비를/ 아버지 죽음으로 몬 나라에 머물게 했을까// 형제 여섯 가운데 / 일찍 옥사한 육사에/ 둘은 광복기 월북하고 한 분은/ 경인전쟁때 소식이 불탄 집안의 딸// 독도 너머 동해/ 겨울엔 눈이 눈물처럼 쑥쑥 빠지는 항구/ 치렁출렁 아버자의 무게를 옥비는/ 어떻게 이며 지며 왔던 것일까// 달 뜬다 달이 뜬다/ 달속을 울며 걷는 아이가 있다/기름질 沃 아닐 非/ 간디같이 욕심 없는 사람 되라셨던 아버지// 아버지 여읜 네 살 옥비/ 세상 여느 달보다 환한 낮달/ 일흔을 넘겨다 보는 한 여자가/ 동쪽 능선 위에 고요히 떠 있다.”

제목에 나오는 옥비는 이육사 시인의 고명딸이다. 어찌하여 일본 땅으로 갔는지는 모르나 일단 옥비는 아버지 탄생 100주년에 설립된 육사문학관 개관때 안동으로 돌아왔다. 이날 옥비는 낮달로 환히 떠서 웃고 있다. 그 배면에는 네 살배기 옥비가 울면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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