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기자동차 혁명이다 <5>바람의 섬 제주(上)
이제는 전기자동차 혁명이다 <5>바람의 섬 제주(上)
  • 이은수
  • 승인 2014.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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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기자동차 선도도시를 가다
 
 
지구촌이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가 카본 프리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도는 평균 풍속 7m 이상의 해상 환경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도내 모든 가정과 37만대의 차량을 전기차로 바꾼다는 야심찬 구상을 밝혔다. 특히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을 통해 올해까지 600여대의 전기차가 제주 곳곳을 누비고, 내년에는 전기차 보급을 1500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 해안에서는 전기차의 한판승부가 펼쳐졌다.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는 제주에는 전기차가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로 갈길은 멀다. /편집자 주



◇전기차 열풍… 四多島로 가는 제주

바람, 돌, 여자가 많기 때문에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에 전기차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 양산된 전기차 2대중 1대꼴로 제주지역에 보급되면서 사다도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1931대 중 21%에 해당하는 408대가 제주도에서 운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60대, 올해 상반기 226대의 전기차가 공급했다. 올 하반기에 추가로 225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올해 1000대의 전기차가 보급되고 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전기차가 제주도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가 제주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는 제주도가 태생적으로 전기차에 가장 적합한 입지와 각종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00km 안팎의 운행 거리 △저속 도로 환경 △베터리 소모가 적은 따뜻한 기후 △청정 관광 도시 이미지 등은 전기차 메카로 도약하는 제주의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다 제주도의 적극적인 보급노력과 함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기아 쏘울, 르노삼성 SM3, 한국GM 스파크, BMW i3 등 전기차를 구매하는 제주도민은 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2300만 원의 구매 보조금, 충전기 설치비용 700만 원 등 3000만원에 가까운 지원을 받는다. 세계 그 어느 전기차 도시에 비해서도 파격적인 지원금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고가의 전기차를 2000만원 미만의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하반기 전기차 도민공모 경쟁률은 10대 1로 치솟았다.

또한 전기차의 약점으로 꼽히는 충전기 시설이 제주는 잘돼 있다.

김홍두 제주도 에너지산업과 전기차육성담당 과장은 “전국 2119기 중 25%(532기)의 충전기가 제주에 있다. 3.5km마다 1개의 충전 시설을 갖춘 셈으로 전국 최고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며 “급속충전기 보급 등 올해 말까지 총 984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민 이휘재(35)씨는 “친환경에다 유류비 등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전기차에 대한 인기가 높아 로또라는 얘기가 돌 정도”라며 “지원금 혜택이 있을 때 구매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바람으로 가는 전기자동차… 탄소없는 섬 구축

현재 제주를 세계적인 저탄소 녹색도시로 만들기 위해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 2030 프로젝트(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잔소없는 섬)’가 추진되고 있다. 바람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해 전기차를 움직이는 등 에너지 독립선언을 한 셈이다. 지역특성을 살린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일에는 제주에너지공사와 제주특별자치도 에너지산업과가 실무소통워크숍을 개최해 카본프리아일랜드 제주 실현을 위한 협력을 다짐하기도 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제주의 에너지자립을 실현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됐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제주에너지공사가 추진중인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및 허브변전소 건설을 비롯해 주민참여형 풍력사업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용역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1월 △신·재생에너지 100% 대체 △전기자동차 100% 전환 △도 전역을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도시로 조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카본 프리 프로젝트를 발표,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제주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223만4000t, 스마트그리드 9만6000t, 전기차 48만2000t 등 도내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90% 이상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지역 생산 유발효과 13조49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5조8000억원, 양질의 일자리 4만개 이상 창출, 산업구조의 고도화 및 녹색경제 기반 조성, 세계적 녹색 학습장으로 부상 등 다양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는 평균 초속 7m이상의 경제성이 뛰어난 바람이 불고 태양광·조력·지열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한데다 전기차 보급률 역시 국내 최고 수준으로 IT와 ESS를 활용한 세계 대표적인 마이크로 그리드 모델로 만들 계획이다”며 “제주를 탄소배출이 없는 섬으로 만드는 건 1차 목표일 뿐, 이 과정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로 제주를 에너지 신산업 수출모델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제주 에너지독립, 실현가능성 높여야

카본 프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1년 9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분야별 주요 사업들이 당초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일부 사업들은 주민들의 반대로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야별 추진 상황을 보면 제주도는 오는 2019년까지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모두 1GW를 개발해 도내 전력수요의 50%를 대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어민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고,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현재까지 행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는 등 건설 기간을 감안할 때 오는 2019년 가동 목표를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2012년 9월 한국남부발전이 기증한 25억원 상당의 풍력발전기 2대를 준공해 가파도 ‘탄소 없는 섬’을 구축하려고 했으나 시스템 등의 문제로 지금껏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2012년 274대, 2013년 5745대, 2014년 5745대 등 올해 말까지 전기자동차 1만1764대 보급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고작 807대를 보급하는 데 그쳤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경우도 급속과 완속충전기의 올해 말까지 설치 목표가 136기와 866기이지만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각각 73기와 742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기렌트카도 렌트카업체의 적극적인 참여한 필요하지만 충전문제 및 수익성 확보 등 현실적인 이유로 머뭇거려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한국전력공사 및 SK텔레콤과 2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에 참여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의 타당성을 공인받아야 하는 상태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제주도가 세계자연보전총회(WCC)의 성공 개최에 이어 카본 프리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저탄소 녹색도시를 발돋움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지만 분야별로 보면 추진 실적이 미흡한 점이 많다”며 “분야별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해서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人터뷰= 송경호 제주전기차서비스팀장
 
“타면 탈수록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이 바로 전기차”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전기자동차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일에도 앞장선다는 생각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가을볕이 따가운 오후. 충전시설 점검에 여념이 없는 송경호 (주)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 부장(A/S팀장)을 현장에서 만났다. 제주에 전기자동차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출장횟수가 잣아지는 것이 부담이 될 법도 한데도 그는 짜증난 기색하나 없이 반갑게 대했다. 이날 가정에 보급한 전기차 충전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했다. 제주는 올 한해 500대의전기차를 민간에 보급하고 있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고장난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수리하는 일.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충전기 고장은 전체의 5∼10% 일뿐, 90%이상은 조작미숙. 민간보급이 확대되면서 유지비용이 거의들지 않는 전기차에 고령운전자들이 몰리는 것도 일손이 달리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전기자동차 운행이 안되는 문제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도맡아 처리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발군의 실력으로 사건 해결 능력이 탁월해 맨손의 마법사 맥가이버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주위의 얘기다. 충전기 A/S에 밤낮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주말 같은 경우 새벽 1∼2시 사이에도 가끔 연락이 옵니다. 다급한 마음에 연락했을 거라고 생각해 두말없이 나가죠.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것입니다.” 송 팀장은 민원사항을 하나·둘 해결해 불만고객이 충성고객으로 변할 때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낀다고 했다.

수리도중에도 여기저기서 찾는 전화가 왔다. 차 시동을 거는데 계기판을 보니 10만km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기차 업무를 맡아 하루에 100km∼200km를 줄곧 달렸다. 업무처리건수도 1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아마 제가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탄 사람중의 한 사람일 겁니다. 타면 탈 수록 전기차의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전기차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 송 팀장은 최근 실시한 에코렐리에도 참가했다.

그는 제주에 오기전까지 전기관련 업무를
보았다. 발명에도 관심이 많아 비닐하우스 개폐기를 개발해‘ 전국농업인 발명 및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주에 전기차가 100% 보급되는 그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선봉에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송 팀장은 사명감에 불탔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후원으로 마련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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