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비극,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세월호 비극,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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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 (진주시의회 의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68일째인 지난 9월 30일, 지루한 공방 끝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150일이 넘도록 입법 한 건 없이 ‘식물국회’로만 존재하던 국민의 대표기관이 제 역할을 찾았다. 안 그래도 사후약방문인데,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약조차 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아보면 세월호는 참으로 우리에게 많은 아픔과 상처를 안겼다. 꽃도 피우지 못한 어린 생명들이 수장되는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슬픔에 잠겼고, 생명이 달린 위급한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하는 아마추어 같은 해경과 행정의 모습에 할 말을 잃기도 했다. 특히 국민을 위로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정치인들이 여야 간 서로 탓만 하며 이전투구를 하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에 대한 남아 있던 애정까지 잃어버릴 판이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이 땅에 발붙이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대안 마련과 국회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강단 있는 모습은 희미해져 갔고 여야 국회의원은 국민 눈치, 유족 눈치만을 보며 원칙과 기준도 잃어버린 채 그동안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엄청난 비극 앞에 온 국민이 두 손 모아 애도하고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관심과 에너지를 쏟았지만 우리는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에서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하고 있었으니,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가슴에서 타는 냄새는 10리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월호 유족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반년 가까이 눈물도 분노도 유족들과 함께하며 시린 가슴으로 사태 해결에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처럼 그 많은 눈물과 분노의 에너지를 그대로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흘려보내선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어린 영혼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자라나는 생명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자식 잃은 부모의 감정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 오랜 시간 국민들을 지켜왔던 헌법과 행정시스템의 원칙과 기준마저 저버리며 초법적인 수단으로 예외를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일부가 헌법기관의 역할을 모두 거슬러 초법적인 권력을 유족에게 주는 위험한 방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지만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것도 우리 국민들이 이 같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감정을 추스르고 세월호 비극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다. 그나마 여야 정치인들이 냉정을 찾고 손을 맞잡은 것은 다행인 일이지만 온 국민과 유족이 두 눈 뜨고 지켜보는 것을 명심하고 특검 후보선정에도 공정에 공정을 기해 사태의 모든 것을 성역 없이 파헤쳐야 할 것이다.

세월호 사태의 교훈은 다시는 어린 영혼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부, 국회, 유족, 국민 모두는 자라나는 생명을 지키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강길선 (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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