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생명신비여행 <33>
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생명신비여행 <33>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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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새 선발대 '쇠기러기'
쇠기러기의 환상비행-1
쇠기러기들이 노을 속에 환상적인 비행을 하고 있다.
 
 
가을이 깊어 가면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가 황금들판으로 변한다. 벼 수확 후의 빈 들녘은 쇠기러기 먹이터가 된다. 매년 10월 중순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와 월동하고 이듬해 3월 중순경 다시 번식지로 돌아간다. 오늘의 생명여행의 주인공은 쇠기러기다. 지금 우리나라 들판은 황금물결로 넘실거린다. 일찍 수확한 논에는 며칠 전 번식지에서 도착한 쇠기러기가 삼삼오오 논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함께 날아온 청둥오리,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등은 저수지에서 긴 여행으로 지친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저수지 둑을 따라 하얗게 핀 억새가 미풍에도 춤을 추고 탐조객에게 멋진 비행을 선물한다. 해가 지면 쇠기러기의 아름다운 비행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또 이곳에서 번식한 물닭, 흰뺨검둥오리 등 약 3000여 마리의 겨울철새와 텃새들이 월동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 월동지로 가지 못한 왜가리와 중대백로들은 긴 여행을 위해 먹이를 먹느라 분주하다. 11월 중순 본격적인 탐조 시즌이 되면 천연기념물 제201-2호 큰고니, 제201-1호 고니, 제203호 재두루미, 제205-2호 노랑부리저어새 등 100여종 2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주남저수지를 찾을 것이다.

쇠기러기는 몸길이는 약 72㎝이며, 암수 형태는 같고 몸 전체는 회갈색이며, 배는 불규칙적인 검은 반점과 줄무늬가 있다. 부리는 분홍색, 이마는 흰색, 발은 오렌지색이다. 어린 새는 이마의 흰무늬와 배의 얼룩 줄무늬가 없으며 대부분 가족단위로 생활한다. 먹이는 수초의 줄기와 뿌리, 보리나 밀의 푸른 잎 등을 즐겨 먹는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철새들은 먹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쇠기러기도 마찬가지다. 요즘 우리 시골마을에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벼를 까먹는 참새들을 쫓아내기 위해 허수아비를 세웠다. 요즘에는 허수아비 대신 새로운 것이 생겼다. 허수아비를 밀어낸 것은 바로 ‘곤포 사일리지’다.

볏짚을 소의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곤포 사일리지’다. 들녘 곳곳에 만들어진 ‘곤포 사일리지’는 볏짚을 돌돌 말아서 발효제를 넣고 하얀 비닐로 싸매 만드는데 무게가 약 500kg이나 된다.

최근 배합사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농민들이 사료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 ‘곤포 사일리지’를 만드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겨울철새들에게 먹이 부족 사태를 가져오게 하고 있다.

논에 있는 볏짚에 붙어 있는 낟알은 새와 설치류의 먹이가 된다. 또 볏짚은 곤충이나 거미, 설치류에게 잠자리도 제공한다. 논에서 볏짚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먹이사슬의 붕괴를 의미한다.

들판에 ‘곤포 사일리지’가 늘어날수록 철새들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10년 전만 해도 논에서 먹이사냥을 하는 맹금류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들판에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맹금류가 사라졌다. 이는 들판에 먹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며,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새들의 먹이터가 원천 봉쇄되면서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철새들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사람과 새들의 먹이전쟁이 철새와 텃새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남저수지 주변 논 대부분은 쇠기러기의 먹이터다. 하지만 ‘곤포 사일리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쇠기러기의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가창오리가 사라진 주남저수지의 우점종은 쇠기러기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쇠기러기는 우점종의 자리에서 밀려날 지도 모른다. 가을이 깊어 가면 새들은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먹이를 먹고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각박해진 농촌 인심으로 인해 새들의 삶도 팍팍해지고 있다. 사람과 새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경남도청 공보관실

곤포사일리지
쇠기러기가 먹이를 찾고 있는 뒤편에 ‘곤포 사일리지’가 보인다.
곤포사일리지1
황금 들녘에 놓여 있는 ‘곤포 사일리지’
쇠기러기07
주남저수지를 찾은 쇠기러기들이 힘찬 비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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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2016-04-11 18:22:14
자연생태계를 지키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야 합니다.
보다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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