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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터전 지리산둘레길 <23>하동읍~서당마을가을 물든 너뱅이들 '걷기 좋은 계절'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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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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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20141010지리산둘레길 하동서당구간23회차 (7)


▲지리산 둘레길 하동읍∼서당마을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하동센터에서 산을 넘어 바로 걸을 수 있는 샛길 구간이다.

하동읍에서 차밭, 밤밭, 매실밭 사이 길을 지나 율동, 관동, 서당마을에 닿는다. 서당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12구간 삼화실∼대축구간의 기점에 해당한다. 이동거리가 7.1km로 짧은데다 가장 높은 곳이 해발고도 284m이고 최저는 20m에 불과해 난이도 하급에 속하는 편안한 길이다. 시간은 채 3시간이 안 걸린다.

하동읍의 앞마당격인 너뱅이들과 적량들판 농촌의 풍광이 수확의 계절 넉넉함과 풍요로움을 전한다. 봄이면 산속 오솔길에서 매화향이 진동한다.

하동읍→바람재→율동→관동→서당마을.



▲출발지 하동센터를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개 방향으로 중앙로를 따라가면 읍내파출소가 나온다. 다시 하동읍사무소 약간 못 미친 지점 왼쪽 파리바게트 하동점 맞은편 골목길을 따라 20m정도 올라가면 하동센터가 나온다. 주소는 하동읍 읍내리 중앙로 52-4번지이다. 전화번호는 055-884-0854.

사단법인 숲길사무실도 이곳에 위치해 있고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지리산 둘레길 관련 사업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장거리 도보여행을 계획한 이용객들은 이곳에서 생명평화 지리산 둘레길 순례수첩을 발급받아 스탬프도 찍을 수 있다.

둘레길은 센터 옆으로 난 아스팔트로이다. 주택가와 교회 사이의 오름길로 향한다. 기쁜소식선교회가 나오면 곧바로 산복1길 도로와 마주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200m 정도 아스팔트로를 따르다가 좌측 산길로 접어든다.

오른쪽에 하동읍의 드넓은 황금들판 너뱅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고 아담한 도시와 황금들판의 경계를 가르며 휘달리는 기차와 기찻길, 그 끝에 섬진강이, 그 너머에 광양 무동산 불암산이 위치하고 있다.

너뱅이는 ‘넓은 벌’이라는 뜻. 너뱅이들 서남쪽에 있는 광평(廣坪)이라는 지명도 너뱅이와 관련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너뱅’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넓을 광(廣)’자와 ‘벌 평(坪)’자로 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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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을 안내해주는 관동마을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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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마을에서 만난 옛 초등학교 분교 시설. 숙박시설로 재활용하고 있다.


섬진강을 끼고 도는 너뱅이들의 산세 지세가 어디서 본 듯한데…, 무엇일까. 들의 북동쪽에 산지가 울처럼 감싸고 남으로 섬진강이 흐르며 서편 끝자락에 주택지가 자리 잡고 있다. 데자뷰는 악양 평사리 들녘 때문이다. 이 지형은 태고부터 흐른 강이 만들었다. 악양 평사리들과 같이 섬진강이 흘러서 토사가 쌓여 형성된 충적평야다.

수천 수만 년을 두고 흘러온 섬진강의 오래된 과거를 잠시나마 상상해 볼 수 있다. 그 섬진강은 지금도 살아 꿈틀거리며 흐르고 있다. 1926년 비파제방을 축조하면서 새 농경지가 개간돼 들녘이 더욱 확장됐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금오산 달님 별님’ 이야기 중에 너뱅이들이 등장한다. 금오산 정상 부근에 달님과 별님이 사랑을 나누며 살고 있었다. 질투의 화신 지신(地神)이 탐스럽고 예쁜 달님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별님 몰래 잡신(雜神)과 계략을 꾸몄다. 지신은 잡신에게 별님을 없애주면 너뱅이들을 주겠다고 약조했다. 너뱅이들이 워낙 기름진 땅이었기에 잡신은 지신의 제안에 넘어가 버린다. 이후 잡신은 너뱅이들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에 눈이 멀어 별님을 죽이고 달님과 지신을 짝 지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모두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지신이 숨겨 놓은 땅, 풍요로운 너뱅이들임을 짐작케 한다.

임도와 숲길을 벗어난 둘레길은 하동중앙중학교 옆을 지나 작은 사찰 보현사로 진행한다.

출발 후 3km지점, 어느새 바람재다. 바람재에서부터 뒷밤골마을 율동마을로 이어지는 길. 재와 임도 밭길과 숲길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농촌의 파노라마다. 길은 바람재서부터 서당마을까지 차량이 오갈 수 있는 임도로 구성돼 있다.

느리게 살기, 아니 느리게 걷기는 하동과 잘 어울리는 말이다. 하동은 2009년 2월 슬로시티(Slow City)로 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는 범지구적인 운동으로 1999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됐다. ‘느리게 살기 미학’을 추구하는 도시를 가리킨다. 슬로시티 하동과 지리산 둘레길은 궁합이 맞는 조합이다.

이번에는 적량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너뱅이들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산골에 펼쳐지는 보석같은 황금 들녘이다.

율동마을의 지리적 위치와 형세가 재미있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 뒷산인들 백두대간, 백두산으로 연결되지 않는 곳이 없으나 율동마을은 군더더기 없이 지리산과 연결된다. 이 형세가 한 마리의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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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이 내리쬐는 황금들녘, 농업인은 안보이고 벼수확을 하다만 트랙터가 서 있다. 오른쪽이 이팝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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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수확한 나락을 말리는 서당마을 아주머니.


지리산에서 남으로 내달린 산줄기는 삼신봉에서 동·서 두줄기로 갈라진다. 서쪽의 산줄기는 거사봉에서 다시 형제봉과 칠성봉 줄기로 나눠지고, 칠성봉 줄기가 구재봉을 거쳐 분지봉으로 내려와 율동마을에 닿는다. 이 모습이 마치 용이 굽이치는 형상이다. 천왕봉이 용머리요, 율동마을이 용의 가장 큰 뒷다리가 된다.

관동마을과 상우마을 등 몇 개의 마을들은 산 어귀에 친구처럼 도란도란 어울려 있는 산촌이다. 그 아래로는 전답들이 위치한다.

서당마을로 향한다. 들녘에는 수확을 하다만 콤바인이 한대 서 있다. 기계가 고장이 났는지 사람은 안 보이고 그 옆에 수령 350년 된 이팝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봄에 눈이 덮인 것처럼 하얀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는 마을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목신이다.

봄에는 꽃의 모양이나 색깔로 풍년을 미리 알려주었고, 여름철에는 녹음 짙은 그늘을 제공해 농업인들의 휴식처가 돼 주었다. 봄에 이팝나무꽃이 쌀밥처럼 풍성하게 피어나면 풍년이요. 꽃이 시원찮으면 흉년이었다. 나무 아래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농업인의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주는 청량제였다.

그런데 요즘 농업인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내년부터 쌀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쌀값 폭락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 때문이다.

서당마을 앞 들녘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방금 수확한 나락을 볕에 말리기 위해 당그래(널어놓은 곡식이나 눈을 끌어당겨 치울 때 쓰던 농기구)질을 하고 있었다. 그는 25년 전 서울서 이곳으로 시집왔다고 했다. 시골에 사는 것이 좋다고 했으나 농사철이 되면 바쁘고 힘이 많이 든다고 했다. 허리 구부리고 땅을 파는 농사일이 힘든 것처럼 보였다. 더욱이 쌀시장 개방으로 앞으로 농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을 했다.

서당마을은 본래 상우마을과 한 마을이었고 서당골로 불렸다. 오래전부터 함덧거리에 아이들이 글을 읽는 서당이 있었고 뒷골 큰대밭 중심지에도 서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나무가 들어차 서당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서당 대신 서당마을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이 하나 있다. 오래전 폐교된 학교시설인 듯한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 마당에 들어서면 옥상에서 진돗개 한마리가 들어오지 말라는 듯 하늘을 보고 ‘컹∼컹’ 짖어댄다.

서당마을 적량로에서 둘레길 12구간인 삼화실∼대축구간 본선과 다시 만난다.



◆tip∼

(사)숲길에서는 오는 25일 오전 9시부터 하루 동안 지리산 둘레길 산청센터에서 제4회 지리산둘레길 걷기축제 ‘가을소풍’ 를 개최한다. 구간은 수철~성심원이다.

참가인원은 1000명이며 선착순 마감한다. 참가비는 5000원, 사전접수 시 점심과 간식 티켓, 기념품을 제공한다.

전화문의:055-884-0850 (사)숲길/메일(인터넷):trail@trail.or.kr/

최창민·강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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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량들 계곡에 서 있는 200년 수령의 보호수 수양버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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