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150m 시장통과, 20분이 걸렸다
소방차 150m 시장통과, 20분이 걸렸다
  • 정희성
  • 승인 2014.10.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방출동로 확보’ 진주소방서와 동행취재
16일 오후 1시 50분 진주소방서 소속 소방차가 진주중앙유등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공용주차장 진·출입 차량에 막혀 그렇게 몇 분을 소비했다. 시장 통로에 들어온 소방차는 그때부터 곡예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센티미터 간격으로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적재물을 피해갔다. 하지만 곳곳에서 장애물이 나타났다. 햇볕을 피하기 위해 노점상 앞에 설치된 파라솔과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몇 몇 상인들과 이용객들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 찼다. “이 좁은 길에 소방차가 와 들어오노”, “바쁜데 참나…”

다른 방향에서 진입한 또 다른 소방차도 상황은 마찬가지. 줄에 걸리고 바퀴에 과일이 담긴 바구니가 밟혔다.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상황. 소방차를 운전하는 소방관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소방출동로는 생명로!’라는 팻말을 들고 앞서 가던 소방관과 의용소방대 대원들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소방차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보다 못한 한 상인은 “불나면 다 타겠네”, “미리미리 치우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뭐했노”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50~200m에 불과한 시장 통로는 천릿길 같아 보였다. 소방차가 150~200m에 불과한 길을 통과하는데 20분 이상이 걸렸다.

그렇게 골든타임(5분) 확보를 위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은 끝이 났다. 상인들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길가에 물건을 내놓고 장사를 계속했다.

이날 훈련은 사전에 상인들에게 예고됐다. 한 달에 한 번씩 진주소방서가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훈련이 아닌 실제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날과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면…. 아찔한 순간이다. 전국전통시장에서 지난 5년 동안 발생한 화재는 335건, 40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났다. 시장 화재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상인들의 인식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진주소방서 현장대응과 대응조사담당 서상복 계장은 “많은 상인들이 길 터주기에 협조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화재 등 재난현장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재난대응 목표시간 5분,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소방출동로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차가 진입하기에는 차광막 등 장애물이 많다.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상인들이 소방출동로의 소중함을 알고 협조하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활동을 펼치겠다”고 전했다.

글=정희성·사진=오태인기자

▲안전불감증 없는 대한민국 만들기의 길은 갈길이 먼듯하다. 화재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16일 오후 진주중앙유등시장에서 열렸다. 소방차에서 소방요원의 시선으로 본 재래시장의 모습은 소방차가 다니기에는 턱없이 비좁아 보인다. 오태인기자taein@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