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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16)<77>박태일 교수의 지역문학 연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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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0  1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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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16)
<77>박태일 교수의 지역문학 연구 (3) 
 
지난 번 필자는 좀 긴 시 ‘옥비의 달’ 전문을 시집 ‘옥비의 달’에서 찾아 적었다. 이 시는 박태일 시인이 안동 이육사문학관 개관일에 만난 이육사의 고명딸 옥비(沃非)를 소재로 쓴 시다. 옥비가 네 살 때 그의 아버지가 북경 감옥으로 끌려가 매맞아 죽었는데 옥비는 이후 ‘집안 어른에 묻혀’살았고 오늘 네 살박이 달이 웃으며 뜬다. 그러면서도 달 속을 울며 걷고 있는 옥비이고 이어 일흔을 넘겨다보는 한 여자가 동쪽 능선 위에 고요히 떠 있다는 것이다. 풍경이다. 옥비의 아버지는 이제 문학관으로 살아나오고 옥비는 나이가 들 만큼 들어 동쪽 능선에 솟아 있다. 처연하기도 하고 끈질기기도 한 나라 잃은 시대의 아픔이 오늘의 달로 떠 있으니 시인도 아프고 처연하지만 달은 민족에게 뜨는 달 이상의 이미지로 떠 가고 있는 중이다.

이 시는 서사적 요소들이 박시인의 단정하거나 조여붙이는 듯한 언어의 긴장을 상당부분 깨고 있다. 이 시집에서도 종래의 그 긴장은 상당 부분 지켜지고 있지만 이 시나 ‘사랑을 보내놓고’나 ‘구름 마을’ 등에서 상당한 개방을 보이고 있다. 박시인 시의 물굽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인에게 겨레나 나라가 시적인 정서 위에 뜨는 또 다른 달이 될지도 모른다. 시인이 매년 한 번씩 16년이나 거듭하여 일경에 잡혀가 매맞고 나왔던 육사가 열일곱 번째는 끝내 죽어나온 것을 생각하며 어찌 육사의 혈손 옥비를 예사로 보아 넘길 수 있었겠는가.

필자도 4, 5년 되었을까. 지역문학회에서 도산서원과 육사문학관을 중심으로 안동 기행을 한 바가 있었다. 육사문학관을 들렀을 때 우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서울에서 이승훈 교수가 와서 초청강연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었다. 반가왔지만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적이 걱정이 되었다. 말하자면 모더니스트가 이 문학관과 무슨 연고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 초청연사를 한 쪽으로 몰아가려 했다. 어찌 잘 넘어갔지만 우리는 그 뒤쪽 프로그램으로 시집 사인회 등을 열고 시낭송회도 가졌다. 필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육사문학관에서의 ‘역사관’이 특별히 가슴에 다가왔다. 육사의 항일 투쟁에 있어 불굴의 의지가 필자의 섬약한 어깨를 추켜 세워 주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필자도 ‘264’라는 제목으로 시 한 편 썼다. “나라가 / 피 난리 살 찢어지고 뼈 부러지고/ 숨 떨어질 때// 똑같이 피 난리 살 찢어지고/ 뼈 부러지고/ 숨 떨어진 사람// 이육사/ 그는 나라이고 시인이었다// 겨레는 나라를/ 반만년이라 하는데/ 그가 반만년이다// 겨레는 나라를 금수강산이라 하는데/ 그가 금수강산이다// 가을 하늘 어찌 이리 높은가/ 가만 있거라/ 그의 눈물이높고/ 그의 사랑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후 어딘가 강연에 가서 “우리가 육사에게 빚진 바가 크다. 해가 뜨거나 달이 뜨거나 꽃이 피거나 할 때 육사 생각을 하며 거수경례를 붙이는 것이 좋겠다, 그런 심정이다, 나는 길을 건너다가 신호등이 깜박거릴 때 육사를 떠올리며 경례를 붙인 적이 있다.” 그런 말을 했다. 박교수의 ‘옥비의 달’을 읽을 때 ‘264’를 쓸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박교수의 ‘저녁달’은 종래의 시처럼 간명하면서도 서사성의 개입을 보인 시로 눈에 들어온다. “비계산과 박유산 사이/ 우두산과 미녀봉 사이/ 장군봉과 오도산 사이/ 가조 들품에 일부리가 앉아서// 2003년 8월 15일은/ 김상훈 시비가 일어선 날// 함지박 안고 밥 빌러 나간/ 시인의 어머니가 이제사 돌아왔는지/ 구기자 빨간 사립이 휘청/ 박넝쿵 낮은 담장이 출렁// 이승 이쪽을 보고 계신다” 인용시는 박교수가 주도하여 세운 김상훈시비에 관한 시다. 근대시기 거창지역 문학을 대표하는 선구적인 시인에 대한 애정이 함축되어 있다. 서정과 서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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