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 유럽 환경산업 진출의 기본은 지피지기 정신
중·동부 유럽 환경산업 진출의 기본은 지피지기 정신
  • 경남일보
  • 승인 201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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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최근 필자는 환경시장 개척단 단장으로 중·동부 유럽의 대표적인 나라인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아직 이들 국가는 소련 붕괴 이후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를 갖추어서 그런지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우리와 소통기간이 짧다. 폴란드는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2차 세계대전 전후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나치와 소련의 시달림을 받았다. 19세기 초 청일전쟁으로 고생했던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이다. 나치의 점령에 대항해 1944년 8월 1일에 일으킨 ‘바르샤바 봉기’는 일제 치하에서 나라 독립을 위해 애쓴 우리 순국선열들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또 한곳, 루마니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흡혈귀 드라큘라’이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피를 빨아먹는 드라큘라는 실제 역사 속 인물로 루마니아 사람인 ‘블라드 쩨빼쉬’다. 하지만 그는 우리 생각과 달리 터키와 헝가리의 침략전쟁에서 조국을 위해 용감히 싸운 왕으로 루마니아 역사에 기록되었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지에서는 실상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환경산업의 경우 현지의 생생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해당 국가의 환경정책, 시장 전망, 기술 수준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수주와 현지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폴란드는 2020년까지 852억 유로의 EU기금을 배정받는 가장 큰 수혜국이다. 단순 폐기물 매립에서 소각을 통한 감량 및 에너지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농촌지역 하수처리 보급률은 20%에 불과해 이와 관련된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루마니아는 2020년까지 220억 유로의 기금이 추가 배정될 예정이다. 이 나라의 하수처리 보급률은 59%에 불과해 하수 및 슬러지 처리에 관심이 많다. 또한 2020년까지 생활폐기물의 50%, 건설폐기물의 70%를 재활용할 예정이라 관련 시장이 유망하다.

이와 같이 국가별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에는 맞춤형 진출전략을 마련해 접근해야 한다. 폴란드는 높은 경제성장세를 반영한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므로 해외진출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과 우수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동반 진출하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루마니아는 언어적인 진입 장벽과 함께 외국 투자자본과 관련된 법적 근거 및 실적 등이 부족하다. 이에 현지 컨설팅 기관, 관련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EU기금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기업들이 중·동부 유럽 국가별로 효과적인 시장 정보를 파악하고 진출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외 환경시장 정보를 사이트(www.eishub.or.kr)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환경기술 실증화 사업, 시장개척단 파견 등 다양한 지원정책도 수립·시행하고 있다. 중·동부 유럽은 1500억 유로라는 막대한 규모의 EU자금이 투입되는 신흥 환경시장이다. 정부지원과 기업도전을 통해 중·동부 유럽에 대한 진출이 확대되고 환경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기업이 환경부와 손잡고 중·동부 유럽지역 환경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맞춤형 전략으로 세계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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