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39> 하동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39> 하동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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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들어오는 황금들녘에 입맛 돋우는 하동향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무딤이들과 부부송


화개장터 십리벚꽃과 쌍계사의 가을 등 아름다운 경치를 많이 간직한 하동은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남해바다를 품고 있어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많이 머물렀던 고장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주옥같은 문학작품들이 잉태되어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품들의 배경지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의 문학기행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배경들로 인하여 하동군이 그 어느 지역보다도 문학 수도로서의 이미지 브랜드가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악양의 최참판댁이 배경이 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해 화개장터가 배경인 김동리의 ‘역마’, 그리고 하동출신 소설가 이병주의 ‘지리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여기 하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박희운의 맛이 있는 기행
이병주 문학관


먼 산에는 형형색색의 단풍 물결이 밀려오고 황금들녘을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를 듯한 이 가을, 문학 수도 하동의 이병주문학관을 먼저 찾아간다. 나림 이병주의 창작 저작들과 유품을 상설 전시하는 문학기념관에서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긴 작가의 균형성 있고 총체적인 시각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이병주문학관은 2층 건물에 전시실과 강당 및 창작실을 갖추고 있는데, 전시실에는 연대기 순서를 따라가며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관련 유품과 작품 등이 소개 글과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대표작 ‘지리산’의 한 장면을 모형으로 만든 디오라마와 작가가 원고를 집필하고 있는 모습의 디오라마, 그리고 영상 자료들이 함께 있어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문학관을 나와 백련리도요지로 향한다. 16~17세기 것으로 추정하는 여기 가마터는 분장 분청 백자 상감백자 등을 굽던 곳으로 백련리 사기마을과 마을 뒷산에 4개의 가마터가 있는데, 이 중 1개는 통일신라시대의 것이며 나머지 3개는 조선시대의 것이다. 이곳에서 출토되는 기종은 대접 접시 사발 병 항아리 장군 잔 등으로 주로 생활용 그릇들을 굽던 곳으로 보인다. 도자기를 만드는 바탕흙인 태토는 회색인데 모래 같은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으며, 거칠고 어두운 회청색을 띤 유약을 두껍게 칠한 것이 특징이다. 주목되는 것은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이 이곳의 가마를 파괴하고 도공들을 납치해 갔다고 전해지는데, 그들이 국보로 지정할 만큼 유명한 정호다완 같은 찻잔의 특징과 비슷한 도자기 조각이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새미골도요를 비롯하여 5명의 도예가들이 도요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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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리도요지


들일을 하다가도 잠시 들어와 우리의 방문을 반기며 설명을 해주어 작품들을 감상하고 백련리도요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하동읍성으로 향한다. 고전면 고하리의 해발 149m의 양경산에 위치한 하동읍성은 조선 태종 17년에 축성된 조선전기의 전형적인 연해읍성의 하나로 포곡식 석축성으로서 그 구조나 축조수법이 조선전기 연해읍성과 관방성의 축조수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이다. 현재 남아 있는 둘레는 1400m 정도이고 폭은 4.5m이며 최고 높이는 5.2m 정도의 규모이다. 하동읍성 둘러봐야 볼 것도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차근차근 공부를 해보면 재미있는 역사 공부가 될 수도 있다.

하동읍성을 뒤로하고 차를 달려 섬진강 맑은 물과 하늘거리는 갈대밭을 지나 하동포구로 들어간다. 300리 섬진강의 맑은 물이 굽이쳐 흘러 남해바다에 이르는 하동포구 팔십리는 노랫말에서도 많이 들었던 정감 어린 거리이다. 이는 우리 가슴과 피부에 닿는 느낌이 다르고 그만큼 친근감을 더하고 있기 때문에 하동포구 80리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섬진강의 이름은 고운 모래가 많아 모래가람 등으로 불렀는데, 고려 때 왜구가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며 침입하자 수만 마리의 두꺼비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이 있어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포구에 나룻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볼거리에 빠져 점심시간이 늦어졌다. 하동에는 재첩국과 회를 비롯하여 산채비빕밥 녹차냉면 대롱밥 은어튀김 참게탕 등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지만 오늘 점심은 하동 한정식을 먹기로 하고 일신식당을 찾았다. 이곳의 한정식은 생선회를 비롯하여 문어 멍게 소라 홍어 조개탕 등을 내놓는 해물한정식으로 보쌈에 장어구이며 석쇠불고기까지 맛볼 수 있어 편안한 음식여행을 할 수 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끝내고 소화도 시킬 겸 하동공원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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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포구


하동읍 시가지 중심에 소재하고 있는 하동공원은 낮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 좋고, 밤에는 아름다운 경관조명등을 벗 삼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전망대에서는 하동뿐만 아니라 강 건너 다압까지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섬호정은 조선 고종 7년 고을 수령의 부임시 영접문으로 사용하던 것을 유림들이 향교 뒷산에 옮겨 세워 하동공원의 아름다운 정자로 가꾸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감도는 섬진강을 따라서 하동포구공원, 송림공원, 평사리공원 등을 내려다보며 계절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하동여행에서 최참판댁을 찾는 것도 백미일 것 같아 우리나라 5번째의 슬로시티를 찾아 악양들을 내려다보니 지리산 거대한 능선이 남으로 가지를 친 남부능선의 대미에 해당되는 성제봉 아래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져, 미점리 아미산 아래에서 동정호까지의 넓은 들판에 만석지기 부자를 서넛은 낼 만한 악양 무딤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진강이 주는 혜택을 한몸에 받은 땅인 악양은 중국의 악양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며, 중국에 있는 지명을 따와서 평사리 강변 모래밭을 금당이라 하고 모래밭 안에 있는 호수를 동정호라 했다. 소설 속의 최참판댁은 한옥 14동으로 구현되었으며, 여기서 보는 들판 가운데 자리 잡은 부부송은 그 자태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풍경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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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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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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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한정식-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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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항정 산채정식


풍성하고 넉넉한 우리의 가을을 느끼며 다시 하동읍을 가로질러 청학동으로 향한다. 청학동은 해발 800m의 지리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삼신봉 남쪽 자락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지리산 마을로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은거했던 곳이다. 청학이란 푸른 학이라는 뜻으로 전설에 의하면 청학은 신선이 타고 다니면서 도술을 부리는 새로서 사람의 몸에 새의 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청학하면 신선을 상징하고 신선하면 청학을 연상하는데, 여기에 자리 잡은 배달성전 삼성궁은 이 고장출신 한풀선사가 1983년에 고조선시대의 소도를 복원, 민족의 성조인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배달민족 성전으로 민족의 정통 도맥인 선도를 지키고 신선도를 수행하는 민족의 도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에 맞는 안내와 설명이 부족하여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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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궁


하동을 둘러보고 소개할 것이 많지만 오늘은 삼성궁에서 해거름을 맞았다. 이제 집으로 향하면서 가볍게 저녁식사를 하며 추억을 되새길 만한 곳을 찾는다. 궁항정이라고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한 분이 지리산 둘레길 주변에 폐교된 반 칸 교실을 구입하여 부속건물을 지어 운영하는 민박집이다. 교실에는 연주 가능한 정겨운 풍금이 있고 황토방에 누워서 별까지 볼 수 있어 그 방을 찾는 사람이 많이 있다니 더 재미있다. 직접 농사한 곡물과 야채로 만든 음식은 푸짐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것이 좋아 앞으로 계속 그 맛을 볼 수 있도록 부탁을 드리며,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웰빙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하동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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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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