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터전 지리산둘레길 <24>목아재∼당재구간
생명의 터전 지리산둘레길 <24>목아재∼당재구간
  • 최창민
  • 승인 2014.10.24 00:0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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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세 계절을 구비구비 걸어서 마침표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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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도에서 북부도로 가는 고즈넉한 산길


▲드디어 본보의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 구간 24회차 목아재∼당재 샛길이다.

섬진강로에서 산으로 들어 목아재에서 시작하는 구간이지만 대개 외곡삼거리에서 피아골을 통해 산으로 올라 목아재에서 출발한다. 공교롭게도 지리산 둘레길은 이 구간의 종착지 당재 하늘 끝에서 발길을 멈춘다. 거리 8.1km로 휴식포함 약 4시간이 소요되며 난이도는 중급이다. 이 구간에선 피아골의 단풍, 계곡, 연곡사 등 지리산의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구례군 토지면 당치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신라고찰 연곡사와 단풍의 계곡 피아골을 만날 수 있다. 통일신라 고찰 연곡사에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정교함과 화려함의 극치 동부도, 북부도 2기가 온전히 보존돼 있다.

목아재→연곡분교→평도마을→갈림길(연곡사 피아골)→당치마을→농평마을→당재

▲캄보디아의 영원한 등불 앙코르와트는 앙코르톰의 남쪽 1.5km 지점에 위치한 고대 유적, 우리말로 ‘왕도의 사원’을 뜻한다. 12세기 초에 수리아바르만 2세가 건립한 바라문교 사원이다.

수리아바르만 2세가 사후 이곳에서 바라문의 주신(神) 비슈누와 합일하기 위해 건축했다. 훗날 불교도가 신상을 파괴하고 불상을 모시면서 불교사원으로 착각하는 이가 많다. 이곳에 등장하는 많은 건물과 부조의 조각은 바라문교사원의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 이 왕조는 15세기에 쇠락해 정글 속에 잠들었다가 1891년 프랑스 학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사원의 회랑, 특히 전장 760m에 이르는 제1회랑벽(回廊壁)에 새겨진 엄청난 분량의 부조는 사실성과 화려함, 규모면에서 관람객을 압도한다. 이 화려하고도 정교한 부조의 한 조각이 우리 고장 지리산 한자락에 숨은 듯 온전히 보관돼 있다면 믿을까. 국보 제53호 연곡사 동부도. 사실은 앙코르와트 부조보다 300년이나 이른 9세기 통일신라 때 작품이다.

동부도는 연곡사 대적광전 뒤편 동쪽 숲속에 서 있다. 전체적으로 네모난 지대석 위에 8각 2단의 아래받침돌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륜부는 앙화 위에 날개를 활짝 편 봉황을 사방으로 조각했다. 가운데 받침돌과 윗부분에는 팔부신장과 불경에 나오는 가릉빈가와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다.

가릉빈가는 불교의 낙원에 산다는 극락조. 사람의 얼굴에 새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자태와 소리가 아름다워 ‘묘음조’라고 부른다. 인도의 히말라야에 사는 공작새의 일종이다. 통일신라 때의 승탑 금당 와당에 많이 나타난다.

이 부조들은 첨단기계로 방금 찍어낸 듯 섬세하고 화려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부도가 지금까지 큰 훼손 없이 어떻게 그대로 남아 있느냐는 것. 도선국사의 승탑이라고 전해지나 확실치는 않다.

현재 국내 현존 부도 중 화순 쌍봉사의 철감선사 부도와 함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조각수법이 뛰어나 통일신라 후기를 대표하는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명작이다.

또 하나, 연곡사 북쪽에는 이 동부도를 본떠 만든 북부도가 있다. 그런데 이 역시 국보(54호)다. 짝퉁이 국보이니 두개의 부도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미뤄 짐작하면 된다. 이곳에는 북부도 외에도 서부도(보물 제154호) 등이 더 모셔져 있다. 일제 때 일본으로 반출될 뻔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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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년이 넘도록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국보 53호 연곡사 동부도. 국내 현존하는 부도중 가장 아름다운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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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 연곡사의 대적광전. 조선 영조때 신주목 재료인 밤나무를 조정에 올린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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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도


▲목아재에서 출발한다. 가탄마을∼송정마을 구간의 중간에 있는 재로 산 아래는 섬진강대로와 연결되는 임도가 있다. 오른쪽 임도를 따른다. 길이 어중간하게 사생아처럼 된 것은 당초 계획했던 둘레길로 가지 못하고 우회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두 세번 굽이친 길, 산지에는 인근 주민들의 재배하고 있는 각종 시설농사가 한창이다. 오른쪽 아래 피아골 하류 내서천을 보면서 별장 펜션을 지나 신촌마을 앞으로 내서천을 따라 걷다가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장 앞에 선다.

옛날 이곳에는 민박집과 주막이 몇 집 있었다. 목아재를 넘어 당재로 오가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요즘은 산지를 개발해 밤나무 단지를 조성하고 고로쇠 수액채취, 한봉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피아골이라는 자연조건 때문에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찾아온다.

토지 연곡분교장 앞에서 내서천 남산교를 건너 피아골과 연곡사로 가는 865번도로와 합류한다. 내서천 변에는 피아골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안내소와 함께 체육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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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천변 체육시설


내서천 건너 평도마을. 농사를 짓기 좋은 터라고 해서 평도라고 부르는데 산골에 평야이니 그리 넓은 편은 아닌데 다만 피아골에서 내려온 맑은 물로 키운 최상급의 농산물이 생산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내동 보건진료소와 몇 개의 민박촌이 자리하고 있다.

865번 도로와 합류해 2∼3분 정도 오르면 갈림길. 왼쪽이 연곡사 피아골 방향이고 오른쪽이 둘레길로 오르는 길이다.

피아골의 지리적 위치는 지리산 주능선 노고단과 반야봉 토끼봉 구간 중간에서 남으로 향한 계곡이다. 피아골 대피소, 남매폭포, 삼홍소 등 아름다운 계곡과 풍광이 숨막히게 이어진다. 물빛과 사람의 얼굴빛 단풍이 붉게 물든다는 삼홍소는 피아골의 명소다. 이번 주가 피아골 단풍의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피아골 연곡사에 국보가 숨겨져 있다. 연곡사는 통일신라 때 건립됐다가 임란 때 완전 소실된 후 재건됐다. 조선 영조는 연곡사를 왕실의 신주목(위패를 만드는 나무)을 올리는 율목봉산지소로 지정한 바 있다.

둘레길 갈림길에서 당치마을 농평마을 방향으로 고도를 높인다. 이제부터 여지없이 숨 가쁘게 올라야 하는 된비알, 하늘로 가는 길이다. 이곳은 아스팔트와 임도가 교차하는 길로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나 한껏 고도를 높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이 좋아 걸을 만도 하다.

당치마을은 하동군 화개면 목암마을과 경계하고 있다. 옛날에는 높은 터, 농평, 당치 등 3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돼 있었으나 높은 터는 독가촌이 있었고 지금은 폐촌돼 당치와 농평 2개마을로 구성돼 있다.

얼마나 오름길을 재촉했을까. 해발 800m 농평마을에 닿는다. 지리산 준령인 토끼봉에서 남쪽으로 따라 내려오면 통꼭지(900m)에 이르고 통꼭지 아래 서남쪽으로 좁다란 평야가 펼쳐진 자연마을이다. 예부터 노호농골이라는 명당이라고 한다. 고산 청정지역으로 땅이 비옥할 뿐 아니라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 약초 재배, 고랭지 채소 등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평마을 앞에서 길은 끊어진다. 둘레길의 영역에서는 더 이상 오름을 허락지 않는다. 길은 하늘금에 맞닿아 있다. 더 이상 오를 곳도 갈 곳도 없다.

어느 순간 할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가슴이 먹먹해진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다. 발 아래는 산과 계곡이 평원처럼 펼쳐지고, 멀고 먼 하늘 아래에는 파랑과 보랏빛이 겹겹이 이어지는 산 너울이 아스라하다. 어찌 보면 그 형세가 바다에 섬처럼, 파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을은 한적하고 정적마저 감돈다.

지리산 둘레길 273km, 산행을 마감하는 후련함과 아쉬움이 교차해 가슴 한구석이 비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계절 수확 끝난 빈 들 앞에서 느끼는 감상(感想)처럼 허허롭다.<끝>

최창민·강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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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종착지 당재에서 뒤돌아본 지리산둘레길. 멀리 푸른빛의 산너울이 다가온다. 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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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과 상륜부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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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림 2015-08-06 11:17:29
아름다운 지리산 둘레길

이영근 2015-08-06 11:17:23
아름다운 지리산 둘레길 건강과 행복을 찾아서 동행했드니 정말로 경치가좋고 잘 만들어 감사합니다

이선옥 2015-08-06 11:17:02
아름다운 지리산 둘레길

오장환 2015-08-06 11:16:27
아름다운 지리산 둘레길 &#54691;팅!!!@@@### 수고했습니다.

정대길 2015-08-06 11:16:26
아룸다운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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