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따기>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따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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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딸때 붉은 옷은 피해야 실수 줄인다
주말에 또 한 차례 비가 내렸다. 비의 양은 많지 않았으나 가을걷이를 방해했다. 가을비가 그친 후 갑작스런 추위라도 닥칠까 걱정이다. 다행이 기상청에서는 비가 그치면 기온은 낮아지더라도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릴 정도는 아니라는 예보가 있었다.

가을 안개에는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지만 최근 안개 끼는 날이 잦았다.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면 아침 안개 때문에 오전에는 바깥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참 수확을 해야 하는 감을 따는 일도 오전에는 할 수가 없다. 이슬이 마르기까지는 다른 일을 하며 기다렸다 오전 11시가 지나야 겨우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낮 시간은 짧아져 가는데 겨우 반나절만 일을 할 수 있으니 일하는 속도가 늦다. 할 수 없이 일하는 방법을 바꾸어 오후 일은 해가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바깥에서 감을 따고, 오전에는 전날 수확한 감을 선별하여 포장하고 차에 실어 집하장으로 보내는 일을 했다.

단감을 딸 때는 잘 익은 것만 골라서 따야 한다. 아직 덜 익어 푸른 빛깔이 남아 있으면 공판장에서 경매를 할 때에 풋과일로 취급하여 제값을 받지 못한다. 단감을 따면서 빛깔이 제대로 들었는지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애를 먹는다. 한낮 강한 햇빛이 반사되면 설익은 과일도 붉게 보여 구별이 더 어렵다. 특히 붉은 옷을 입고 일을 하면 옷에서 반사된 붉은 빛이 과일에 비쳐 모든 과일이 잘 익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한다.

단감 중에서 부유는 익는 시기가 늦어 해마다 잘 익을 때를 기다리다 추위에 얼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추위가 내습한다는 예보라도 있으면 수확할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늘 입시추위가 있듯 11월 단감 수확이 한창일 때 찾아오는 추위도 있다. 과일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갑자기 찾아오는 추위에 애써 키운 단감이 얼어 수확을 포기하고 버리는 경험을 자주한다. 그런 위험을 알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단감을 얻기 위하여 수확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모든 과일이 그렇듯 단감 중 만생종인 부유는 햇볕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당도도 높아지고 빛깔도 좋아져 높은 품질을 얻을 수 있다.

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늘 야생조수 피해 때문에 속을 썩인다. 멧돼지가 익어가는 과일나무 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은 예삿일이고 인가 가까이까지 접근하는 등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체수가 많은 고라니는 더 골칫거리다. 유실수를 심어 겨우 싹이 나오면 잘라먹어 버리기 일쑤고 특히 매실과 뽕나무는 껍질까지 벗겨 먹는다. 김장채소를 두 번 세 번 심게 만드는 것도 고라니가 뜯어 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고라니 피해를 막아 보려고 그물망을 쳐 보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틈새를 파고들거나 뛰어넘고 들어와 피해를 준다. 멧돼지와 고라니를 잡아먹는 천적이 없으니 해마다 개체수가 증가하여 피해를 키운다. 초여름 고라니 번식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고라니 새끼를 볼 수 있다. 논밭에서 일을 하다 보면 도망가지 못한 어린 고라니 새끼를 잡기도 한다. 고라니가 하는 짓을 보면 당장 패대기를 쳐 새끼를 죽여 버리고 쉽지만 갓 태어난 어린 생명을 죽이지 못해 그냥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속설에 노루와 고라니를 잡으면 재수가 없다는 말이 있어 죽이기를 더 꺼린다. 야생동물 피해를 막지 못하면 농사를 그만두어야 할 때가 닥칠 것 같아 걱정이다.

다음 주에는 우리지역에서 ‘2014 진주국제 농식품박람회’가 열린다. 우리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선보이는 자리가 있어 그동안 성분검사를 마치는 등 준비를 해왔다. 남은 며칠 우리가 가꾼 농산물이 관람객으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할 계획이다.

/정찬효·시민기자

 
단감을 딸때 한낮 강한 햇빛이 반사되면 설익은 과일도 붉게 보여 구별이 어렵다. 특히 붉은 옷을 입고 일을 하면 옷에서 반사된 붉은 빛이 과일에 비쳐 모든 과일이 잘 익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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