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다리野] 합천 남정교
[아이고 다리野] 합천 남정교
  • 김상홍
  • 승인 2014.10.06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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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쓸리고 전쟁에 무너져도 다시 또 연결된 다리
 
제2남정교
제2남정교


합천은 동서남북으로 통하는 도로가 있어 사통팔달의 땅으로 여기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사방이 험난한 산지로 둘러싸여 있으며 높은 고개가 많았기 때문에 타 도시에 비해 교통이 편리하지 않았다. 또 읍을 중심으로 해 진주, 마산, 대구 등지로 도로가 뻗어 있지만 경사가 급한 곳이 많아 수레도 통과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천은 황강과 낙동강을 이용한 수륙교통 중심도시에서 육로를 중심으로 한 교통지역으로 변모되어 갔다.

예로부터 합천은 낙동강과 인접해 있고 그 지류인 황강이 합천군의 중심에 흘러 수상교통이 비교적 원활하였다. 따라서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밤마리나루(현 덕곡면 율지), 남베나루(현 청덕면 적포), 잠미나루(현 쌍책면 성산), 남정나루(현 합천읍), 용마루나루(현 용주면) 등이 교통의 중심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한편 물자와 문화가 집중됐다.

그러나 일제는 대륙침략과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도로를 개설하기 시작했고, 육상교통이 발전하면서 교통의 중심지도는 서서히 나루터에서 읍·면 소재지로 옮겨졌다. 그리고 도로의 발전과 함께 합천을 둘러싸고 있는 낙동강과 황강에 가교가 미비함으로 인한 불편함도 자연스레 생겨나게 됐다.

동남쪽에서 육상교통으로 합천을 방문하려면 황강을 건너야 했는데, 옛날에는 정양원(현 대양면 정양리 쌍다리 부근)에서 배로 황강을 건너 남정원(함벽루와 죽죽정 활터 사이)으로 들어오는 길이 합천의 관문이었다. 그러나 이 길은 사람들이 건너다니기에도 불편했거니와 물류의 유통이 활발해지고 자동차나 자전거 등의 통행이 늘어나자 경제적인 이유로 점차 교량 가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늘에서 본 제2남정교 모습
지난 2009년 제1남정교가 철거되는 모습


특히 진주쪽에서는 남정강(황강)의 교량 가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남정강은 물이 얕아 선박이 통하지 않고 강폭이 광대하기 때문에 쉽게 가교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진주나 합천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두 지역 사람들은 약간 동쪽으로 우회시켜 가교를 설치하거나 또는 임시 가교라도 하루빨리 가설하여 어떡해서든 자동차가 시내로 들어갈 수 있고 사람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발전의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진주에서 합천으로 오가는 승합자동차는 남정강 둔덕에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사람들은 도보로 강을 건너고 있었다.

이에 일제는 육상교통의 원활을 위해 1927년 12월 5일 현 제2남정교에서 30m 정도 하류에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잠수교인 ‘남정교’를 가설하고 진주나 의령, 삼가를 비롯한 남부 합천에서 들어오는 합천의 새로운 관문이 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당시 자재나 비용 사정으로 인해 교량의 폭은 3m 정도에 길이도 강폭 전체가 아닌 일부만 하여 토석으로 된 도로를 연결했다. 때문에 여름 장마철에는 잠수교가 넘치고 도로가 물에 휩쓸려 가는 등 한 해에도 몇 차례에 걸쳐 가마니에 모래를 채워 길을 보수하여 사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한편 도로가 확장되고 그에 따라 자동차의 운행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초계를 비롯한 동부지역에서 합천으로 들어오는 관문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았다. 2등도로 거창~창녕선 내의 합천읍내 입구에서 율곡면 임북리로 건너가는 황강의 임북교는 매년 결빙 기간에, 즉 강물이 줄어들었을 때에만 지역 면민의 부역을 이용하여 겨우 교통할 수 있을 정도의 가교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비가 많이 내릴 때에는 여기저기서 추락하거나 교통이 두절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교량이 없음으로 해서 사람과 우마에 의지하여 물건을 옮겨야 하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설된 남정교는 준공된 지 1년 만인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때 아군이 후퇴하면서 인민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미군 폭격기로 다리의 중심교각 2개를 파괴하여 다리의 기능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수복 후에도 임시로 보수하여 사용해 오다가 1952년 9월에 140여만 환의 공사비로 보수공사를 시작했고 7개월 만인 1953년 5월 준공했다. 이후 남정교는 확장 신설된 연결도로의 위치변경과 노폭의 차이, 통과 차량의 무게 지탱 등의 문제로 2009년 완전 해체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현재는 2011년 준공된 4차선의 제2 남정교가 들어섰다.

제2 남정교는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3년 6월에 준공, 총사업비 68억원을 투입해 P.S.C BEAM 기술공법을 적용했으며 옛 남정교를 철거한 기존 위치에 총 길이 337m, 폭 12.5m으로 교량 상부 바닥면 아스콘 시공을 비롯해 안전펜스, 접속도로 등이 설치돼 있다. 김상홍기자

사진제공 = 합천군



 
지난 2009년 제1남정교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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