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0> 경주 남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0> 경주 남산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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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마다 천년 불교의 숨결 깃든 곳
천년민속음식점 오삼불고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0> 경북 경주 남산 이야기



사적 311호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야외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신라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인 경주 남산은 금오산이라고도 하는데, 남산에는 왕릉 13기, 산성터 4개소, 절터 150개소, 불상 129체, 탑 99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총 694점의 문화유적이 남아있고, 이 중 국보 1점을 비롯해 총 48점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신라 문화의 집결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맛이 있는 여행은 2회에 걸쳐 경주 이야기를 꾸며 보려고 경주로 달려간다.

가을볕이 아름답게 내려앉는 풍성한 들녘을 가로질러 2000년 12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불교미술의 보고인 남산지구를 답사하기 위하여 서남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먼저 삼릉으로 향한다. 배리삼릉은 경주 남산의 서쪽 기슭에 동서로 3개의 왕릉이 나란히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아래로부터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 등 박씨 3왕의 능이라고 한다. 모두 흙을 쌓아올린 원형 형태로 가운데 신덕왕릉이라 전해오는 능은 1953년과 1963년에 도굴당하여 내부를 조사한 결과 돌방 벽면에 병풍을 돌려 세워 놓은 것처럼 동·서 양벽의 일부에 색이 칠해져 있다. 이것은 벽화가 그려지지 않은 신라 능에서는 처음 발견되는 것으로 주목되는 자료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위하여 삼릉계곡 입구의 소나무 숲 사이로 잘 다듬어진 돌판길과 데크길을 지나 아늑한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싶을 쯤 목 없는 부처로 통하는 석조여래좌상을 만난다. 삼릉계곡의 왼쪽 능선 위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은 1964년 8월 동국대학교 학생들에 의해 현재 위치의 30m 아래 계곡 땅속에서 머리가 없는 상태로 발견되어 금오봉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 바로 옆 큰 바위를 대좌 삼아 옮겨 놓았다고 한다. 이 부처님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왼쪽 어깨에서 흘러내린 자연스러운 주름과 매듭장식의 조각수법이 섬세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란다. 무척이나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데 가사끈과 아래옷을 동여맨 끈과 무릎 아래로 드리워진 두 줄의 매듭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신라 복식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보이는 작은 등산로를 따라 30m 정도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면 큰 바위에 관음보살상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불상은 돌기둥 같은 암벽에 돋을새김을 한 것으로 연꽃무늬 대좌위에 서 있는 관음보살상이다. 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있으며, 만면에 미소를 띤 얼굴은 부처의 자비스러움이 잘 표현되어 있고, 손에는 보병을 들고 있어 보관과 함께 이 불상이 현세의 자비로써 중생을 구제한다는 관음보살임을 알 수 있다. 불상 뒷면에는 기둥모양의 바위가 광배 역할을 하고 있어 자연미에 인공미를 가한 느낌이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불상에 빠졌다가 다시 등산로를 오르니 일행들은 보이지도 않고 선각육존불이 반긴다. 암벽의 동서 양벽에 각각 마애삼존상을 선으로 조각한 6존상으로, 그 조각수법이 정교하고 우수하여 우리나라 선각마애불 중에서는 으뜸가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는데 오른쪽 삼존상의 본존은 석가여래좌상이며, 그 좌우의 협시보살상은 온화한 표정으로 연꽃을 밟고 본존을 향하여 서 있다. 왼쪽 삼존상의 본존 역시 석가여래로서 입상이며, 양쪽의 협시보살상은 연꽃무늬 대좌 위에 무릎을 꿇고 본존을 향해 공양하는 자세이다. 이 2구의 마애삼존상도 조각된 시대나 조각자는 알 수 없지만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며, 오른쪽 암벽의 정상에는 당시 이들 불상을 보존하기 위해 법당을 세웠던 흔적이 남아 있다.
 
용장사곡 삼층석탑
등산로에서 조금 떨어진 불상들을 그냥 지나친 일행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선각여래좌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선각여래좌상은 경주시 배동 삼릉계곡에 있는 높이 10m가량 되는 바위에 새겨진 앉아 있는 모습의 여래상이다. 서쪽을 향하고 있는 불상은 몸은 모두 선으로 그은 듯이 새기고 얼굴만 도드라지게 표현한 독특한 조각수법을 보이고, 옷주름은 대체로 고른 간격의 계단식 주름에 가깝게 표현되어 있다. 두 손은 가슴 앞에서 부처가 설법 교화함을 보이는 손가락 모습을 한 전법륜인을 짓고 있으며, 왼손은 실제의 손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불합리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유형의 불상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계곡이 깊고 여름에도 찬 기운이 돌아 냉골이라고 부른다는 삼릉계곡에서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석조여래좌상도 찾았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때 화강암으로 조각한 보물 제666호로, 머리는 골짜기에 떨어져 있었고 불신은 앞으로 광배는 뒤로 쓰러져 있던 것을 보수한 것인데, 이미 코 이하의 얼굴 부분은 손상을 입어 얼굴이 매우 부자연스러웠지만 시멘트 보수로 자연스럽게 되었단다. 원만한 얼굴에 두 귀는 짧게 표현되었지만 왼쪽 어깨에만 걸쳐 입은 옷의 옷주름 선은 간결하고, 허리는 가늘어도 앉은 자세는 안정감이 있다.

잠시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이런 문화재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가을 경치도 극치를 이룬다. 걸음을 재촉하여 상선암에 오르니 국수를 말아놓고 공양을 권하기에 벌써 점심때가 가까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일단 합장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국수 공양을 한 후 선각보살입상에 예를 올렸다. 바둑바위에 올라서니 황금들녘 넘어 경주시가지와 시원하게 질주하는 차량들의 행렬을 보며, 금송정터와 바위를 위하고 빌면 상사병이 낫는다는 상사바위를 지나 금오봉에서 서라벌 벌판을 내려다보며 준비해 준 도시락으로 김해에서 온 사람들과 맛있는 점심식사를 나누었다.

 
배리 삼릉
이제 용장사지를 지나 용장골로 하산하는 길에 용장사곡 삼층석탑을 만났다. 용장사는 매월당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쓰며 머물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 몇 군데의 석축이 남아 있어 절터였음을 짐작하게 해주고, 절을 감싸고 뻗은 동쪽 바위 산맥의 높은 봉우리에 서 있는 이 탑은 2단의 기단 위에 세워진 3층 석탑이다. 이어서 만나게 되는 석조여래좌상은 용장사터를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하여 손과 몸체 일부만 남아 있는데 대좌에 비해서 불상은 작은 편이며 어깨는 적당하고, 전반적으로 볼륨이 강조되지 않은 현실적인 체구로 어떤 승려의 자세를 보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자연기단 위에 있는 특이한 3층탑이라 생각될 만큼 특이한 원형의 대좌 맨 윗단에는 연꽃무늬를 새겨 놓았다. 보물 제187호인 용장사곡 석조여래좌상의 뒤쪽 바위벽에는 마애여래좌상도 새겨져 있다.

바위에 걸쳐진 로프를 타고 험한 계곡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설봉교가 우리를 맞는다. 내친김에 고위봉을 향하여 본격적인 등산을 하고 싶지만 용장골의 아름다운 가을정취에 빠져들어 불상과 탑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휴식을 즐기다가 좌석버스로 서남산주차장으로 돌아와 더케이호텔로 이동하여 체크인한 후 천년민속음식점을 찾았다. 인터넷을 통하여 많이 알려진 천년민속음식점의 오삼불고기는 아주 심플하면서도 여행자들이 편안하게 영양섭취를 할 수 있는 메뉴로 각광을 받는다는데, 된장찌개를 비롯한 12가지의 부족한 찬들은 계속 추가하여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 잔반이 나오지 않으니 좋은 식단으로 행복한 저녁식사를 즐겼다. 저녁식사 후 보문호 주변을 산책하며 팥빙수와 야경을 즐기고 내일의 경주를 기대하며 남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남산 삼릉-용장



 
마애관음보살상
선각 육존불

 
선각보살입상

 
선각여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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