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재앙이다
저출산은 재앙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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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참 좋은 계절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강산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눈부시다. 들판은 황금물결로 뒤덮여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 추수를 끝낸 들판도 눈에 띈다. 백과가 수밀도를 한껏 높여 노랗고 붉게 농익어 가고 곳곳에서 풍년가가 울려 퍼진다. 일년 중 가장 풍요롭고 가슴벅찬 계절이다. 방방곡곡에서 한 해 농사와 지역의 특산물을 매개로 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 모두가 지난 계절, 인고하고 노력한 덕분이다. 비바람과 태풍에 가슴 졸이며 병충해와 싸워 이긴 결실이다. 추수에 감사하는 것은 내년 이맘때까지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안도와 함께 노력하면 반드시 결실이 뒤따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가을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 땅에선 지금도 많은 종이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람이 편의에 따라 경작하고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자연을 학대하고 있는데 따른 결과이다. 독한 농약과 화학비료에 적응하지 못한 종이 사라지고 있는 대신 인위적 육종과 거친 환경을 견뎌낸 우생종만 번성하고 있는 것은 다윈이 일찍이 ‘종의 기원’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주장한 그대로이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내어머니 가신나라 해돋는 나라’. 일제강점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겨 불렀던 동요 ‘따오기’의 주인공인 천연기념물198호 따오기가 이 땅에서 사라진지는 꾀 오래이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1쌍을 분양받은 따오기는 그동안 우포늪에서 양육되어 개체수가 57마리로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컷 두 마리를 추가로 들여와 모두 8쌍이 번식한 결과이다. 내년에는 개체수가 세 자릿수로 늘어나 자연방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위적 힘으로 멸종한 종을 복원한 성공사례이다.

지리산 반달곰도 2001년 5마리 정도가 지리산에서 종을 보존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으나 확인된 바가 없었다. 연해주와 북한에서 들여온 반달곰을 지리산에 방사한 후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지리산에는 모두 34마리의 반달곰이 척박한 환경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자연생산이 확인되고 있어 비교적 성공적인 종의 보존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도 지리산과 우포늪이라는 사람의 간섭이 비교적 덜한 생태환경이 남아 있은 덕분이다.

문제는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는 이 땅의 토종들이다. 산업화와 개발드라이브로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종을 잃었다. 이 땅에서는 사라지고 없으나 미국의 종자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토종도 무수히 많다. 따오기와 반달곰의 성공적 복원을 보면서 사라진 종에 대한 복원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성경속 여호와는 천지를 창조한 후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축복했다. 생육과 번성의 특권은 오늘날에 와서는 인간의 필요에 좌우되고 있다. 그 결과는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해 환경파괴라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생태계뿐만 아니다. 적어도 한반도에선 신의 축복이나 맬더스의 인구론이 통하지 않고 있다. 1가구 1자녀라는 지구상 최악의 출산율이 성비 불균형과 노령화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신의 축복인 출산을 외면한다는 것은 재앙이다.

한반도 생태계는 동식물은 물론 인간사회에도 심각한 불균형을 자초하고 있다. 향후 수십 년 내에 그 결과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생산이 끊기고 노동력마저 수입해야 하는 사회, 종의 정체성을 잃고 다민족 복합인종으로 전이해 가는 추세에 대비하는 준비가 절실하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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