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하루살이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하루살이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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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하루살이> -김영빈

된서리를 맞아도
강아지풀은 죽지 않는다.
아침마다 동녘 산등성이에서
해를 쑥 빨아먹고
하루를 또 살아낸다.


강아지풀은 개의 꼬리모양을 닮았다 해서 한자로는 ‘구미초(狗尾草)’ 또는 ‘낭미초(狼尾草)’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난한 이 땅의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릴 땐 이 풀을 뜯어 삼키며 배고픈 하루하루를 넘겼다. 가진 것 없는 마을의 아이들은 학교 오가는 논두렁 위에서 강아지풀로 개구리를 후렸다. 살이 오른 개구리의 허벅다리를 씹으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홀로 크는 법을 익혔다. 먹을 것이 드문 시절이었다. 아직도 외진 어느 곳의 아이들은 낮은 지붕 아래 배 고프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 것이다. 저 강아지풀처럼, 외진 그 어느 곳의 아이들도 오늘 하루 동녘 산등성이에 돋은 ‘해를 쏙 빨아먹고’ 무탈하기를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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