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개헌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9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의안도 하나 제대로 의결하지 못하는 국회에서 저마다 개헌을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다. 소가 하품을 할 노릇이다. 개헌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개헌은 어느 경우에나 백과쟁명(百家爭鳴)의 난상토론(爛商討論)을 거치지 않고는 안되는 거대한 과제다.

개헌논자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imperial)일만큼 너무 커서 분권형 대통령제(semi-presidential government 또는 dual executive 이원집정부제)로 바꾸자고 하는 것같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일 만큼 막강한 지도 잘 모를 일이다.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이 정부 마음대로 되는 것을 제대로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 같아서는 국회가 오히려 제왕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정부로부터 국회로 보내진 법안이 산더미처럼 싸이거나 말거나 국회는 제가 하고 싶은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것은 다분히 87년 개헌 이전의 대통령에 대한 반감의 기억이 낳은 평가가 아닌가 한다. 그 당시의 대통령은 확실히 제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통령을 제왕적이라고 불러온 역사는 꽤나 길다. 미국의 경우는 선출된 군주(elected monachy)로 지칭되기도 하였다. 특히 미국의 대통령 제도를 역수입한 드골 시대의 프랑스가 가장 제왕적이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당시의 드골 체제를 신 대통령제(new-presidentialism) 라거나 제왕적 대통령제(Arthur Schlesinger jr)라고 부르는 학자들이 있었다. 대통령제가 이렇게 일컬어지는 데에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에서 대통령제도를 채택하는 데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제도가 바로 유럽의 왕조체제였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발생한 대통령제도이니 미국 역시 제왕적이란 표현에서 비켜 갈수 없었다. 수도 없는 대통령이 독재자 또는 참주(tyranny:僭主)라는 말로 비난받기도 했다. 한 예로 링컨대통령이 그 표본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미국대통령을 제왕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정치문화다. 미국의 정치문화가 제왕적일 수도 있는 대통령제를 민주적인 대통령제로 탈바꿈 시켜 놓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문화 속에서 미국식의 대통령제가 뿌리내리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발상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자고 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오류일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제 하나 민주적으로 유지할 수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분권형 대통령제는 제대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필자는 강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한마디로 쌍두마차체제다.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은 외교 안보와 비상사태하에서의 국정을 총괄하고 평상시에는 행정수반이 내각을 총괄하는 2인 삼각(二人三脚)체제다. 한나라에 두 사람의 지도자가 2인 삼각체제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과연 우리들은 그런 체제를 훌륭히 수행해 나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이당 저당 할 것 없이 계파별로 반목하고 이념적으로도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풍토에서 말이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는 가장 뼈아프게 경험을 한 사실이 있지 않은가? 4.19직후의 민주당정권이 경험한 정국혼란 말이다. 자유당은 몰락하고 민주당은 신구파로 갈려 피를 말리는 싸움으로 하루하루를 지세다가 결국은 5.16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한 뒤에는 그런 일이 안 일어 날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통령파와 국무총리파로 갈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면서 파쟁을 일삼는다면 나라꼴이 잘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정치문화와 대외적 여건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없는 섯부른 개헌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 하고 싶다. 그래서 함부로 헌법에 손대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