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융합사고와 인문학
창의적 융합사고와 인문학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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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삼성이 채용 제도를 변경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무 에세이’와 ‘창의적 면접’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한다. 직무 에세이는 단순히 글 잘 쓰는 능력보다 직무와 관련한 풍부한 경험을 사실에 근거해 생생하게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면접도 질문-답변형이 아니라 토론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직무와 연관 없는 스팩이나 외부경험보다 직무 관련 경험과 꿈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입사시험에서 인문학적 통찰력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를 내고 있다. 인문학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창의적 융합사고를 할 수 있는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창의적 융합사고는 기본적으로 인문학에 기반을 두고 있을 수밖에 없다. 역사, 문학, 철학, 종교에 대한 풍부한 독서와 사유,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10월 마지막 주는 ‘인문주간’이었다. 인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전국에서 많은 행사가 열렸다. 경상대는 이 기간에 ‘글로컬 시대의 한국문학’, ‘우리 삶에 철학이 필요한가’와 같은 강연회를 잇따라 열었고, ‘인간ㆍ문화ㆍ소통’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도 열었다. 인문대학은 한국연구재단의 시민인문강좌 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되어 앞으로 2년 동안 1만 5000여 명에게 특강ㆍ기행ㆍ답사ㆍ탐방ㆍ토론회 등 120개의 인문강좌를 제공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대학특성화사업에 ‘한국학 고전을 통한 창의적 글로컬인재 양성사업단’이 선정된 한문학과는 전국 고교생 과거시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학생과 시민들이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 경험, 사고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다.

경상대는 10월 말 대학 내 기초보호학문 육성을 위해 경쟁력 있는 학과의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대학 기초보호학문육성 프로그램(GNU파이오니어사업)’ 참여 사업단을 결정하였다. 모두 16개 학과가 9개 사업단을 구성하여 프로그램을 제출했는데 이중 최종 5개 사업단을 선정했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융복합 분야에서 각 1개 사업단을 선정했는데, 인문학 분야만 2개 사업단을 선정했다. 이는 인문학적 융합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경상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밖에도 경상대는 신입생에게 기본 소양교육, 전공기초, 지역과 연계한 역사ㆍ문화ㆍ레포츠를 습득하게 하는 ‘기숙형 대학 프로그램(Residential College)’을 제공하고 재학생에게는 ‘꿈ㆍ미래개척’ 교과목을 통하여 학업ㆍ진로ㆍ인생 등에 대해 지도교수와 상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禮ㆍ智ㆍ學의 품성을 겸비한 개척인재를 양성’하려는 경상대 교육목표의 하나이다. 禮는 올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 타인에게 봉사하는 인성을 말한다. 智는 전공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창의적 융합사고를 말한다. 學은 평생 동안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인재를 말한다.

최근 언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는다. 질문 중에는 총장으로서 교육철학이나 신념이 무엇이냐는 게 꼭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경상대에 들어올 수준의 학생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잠재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면 세계적 인재로 자라날 수 있다고 믿는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진 우리 경상대 졸업생들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희망이자 꿈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창의적 융합사고가 가능한 인재, 예ㆍ지ㆍ학의 품성을 겸비한 개척인재는 기업이 입사제도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사회를 리드하는 사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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